“이 한 묶음에 얼마드래요?”

눈대중만으로는 아쉬웠던지 제법 묵직해 보이는 가자미 한 묶음을 골라 든 시골 아낙은 가격을 흥정하는 순간에도 생선에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한다. 장터란 으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라지만, 명절을 앞둔 장터에서는 싼 것만을 골라 사기에도, 이문만 크게 남겨 팔기에도 미안한 마음이 오간다.

설 명절을 앞둔 2월8일 오후 북평 5일장(강원도 동해)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되곤 했다. 손님이 뜸해질 무렵, “장사는 잘되셨어요?”라는 뻔한 질문에 심상치 않은 답이 돌아왔다. “동해에 대형마트가 두 개나 생겨 이젠 (벌이가) 예전 같지 않드래요.”

우리가 마트의 편리함에 마음을 빼앗긴 사이, ‘장터’라는 넉넉한 인심의 공간은 자꾸만 위축되고 있다. 이번 설에는 장터로 나가보면 어떨까. 돈으로 살 순 없어도 넉넉하게 담아올 인심은 거기에 더 많을 테니.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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