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기자들의 ‘원세훈 재판’ 뒷이야기
  • 김은지 기자
  • 호수 388
  • 승인 2015.02.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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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법정 구속됐다. 마지막까지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하던 그는 구속을 예상 못한 모습이었다. 대선 개입 사건을 꾸준히 취재해온 〈시사IN〉 기자들이 재판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이렇게 다시 모일 줄이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법정 구속된 다음 날, 국정원 댓글 사건을 꾸준히 취재해온 〈시사IN〉 기자들이 긴급 방담을 했다. 마지막까지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하는 원 전 원장 재판의 뒷이야기 등을 풀어놓았다. 수다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등장인물의 직책은 처음에만 명시하고 이후부터는 생략했다. 이번에도 국정원 요원의 닉네임이나 제목을 기자들 이름으로 차용했다.

오빤MB스타일(오빤)
:2심 선고 전날부터 원세훈 전 국정원장 뉴스로 시끌시끌했다. 법원에 신변 보호 요청을 했다. 1심 선고 당시 위해를 가하려는 사람이 있었다며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달라는 주장이었다. 그 때문인지 당일 법원 분위기가 삼엄했다. 가방 검색대 통과는 물론이거니와 몸수색까지 했다.

숲속의참치(숲속)
:그 소식을 듣고 사실 좀 의아했다. 예전 방담(〈시사IN〉 제366호 ‘선거법 무죄’ 선고에 탄식하던 기자들)에서도 말한 적 있지만 1심 선고 당시 원세훈을 감싸던 ‘어깨’는 그쪽이었다. 그 사람들이 밀쳐 넘어진 기자가 수두룩했다. 위해를 가할 만큼 들이밀 틈새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원세훈 전 국정원장(가운데)은 2심 선고가 내려진 2월9일 ‘해병대 구국결사대’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등장했다.

오빤
:취재 당시 하도 밀어대서 어디서 오셨냐고 물어봐도 아무 대답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물을 필요도 없었다. 까만 군복같이 생긴 옷에 노란색으로 ‘해병대 구국결사대’라는 글씨가 박혀 있었다. 선글라스에 빨간 모자로 포인트를 주는 것도 잊지 않으신 어르신 수십명이 원세훈을 호위하며 법원에 등장했다. 그 모습이 꽤 그로테스크했다. 여기가 법정 맞나 싶어서.

진짜진짜라묜(진짜)
:원세훈은 1심 선고가 그대로 유지되리라고 굳게 믿었던 거 같다. 법원에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원세훈 변호인이 “재판 후 나와서 짧게 한마디 할 테니 들어갈 때는 아무 말도 안 하겠다”라고 했다. 법정에 들어서서도 먼저 와 있던 이종명 전 2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이 원세훈을 보며 벌떡 일어나자 일일이 악수를 건네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숲속:재판부가 국정원 김 아무개 직원이 가지고 있던 ‘시큐리티 텍스트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 때부터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공직선거법 유죄가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힐링캠프 보셨나요?(어제)
:재판이 진행되면 될수록 공직선거법 위반은 당연하고, 이 논리대로면 법정 구속일 텐데 설마 거기까지 갈까 싶었다. 재판부가 양형을 설명하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가중 요소가 두 개나 있다’고 할 때 ‘설마’가 ‘혹시’로 바뀌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선고는 3시53분이 되어서야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형을 내리고 끝났다. 곧바로 법정 구속이 된다는 고지를 받자 원세훈도 손을 떨며 구속영장에 사인했다.

진짜:원세훈 쪽 사람들은 모두 우왕좌왕했다. 원세훈은 주머니에 들어 있던 열쇠를 꺼내 법정 밖에 서 있던 부인에게 건넸고, 부인은 코트를 줬다. 기자들이 ‘상고할 거냐’ ‘한 말씀 부탁드린다’ 물었지만 아무 말 없이 경위들과 법정 오른쪽 문으로 나갔다. 곧장 서울구치소로 갔는데, 5개월 만에 다시 들어간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YouTube 갈무리〈/font〉〈/div〉심리전단 안보3팀 5파트장 이 아무개씨가 심리전의 일환으로 게시했던 ‘오빤 MB스타일’ 동영상.

오빤
:사실 기자 대다수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심지어 당일 오전에 한 언론사는 ‘원세훈 2심도 집행유예’라는 기사를 인터넷에 노출시키기도 했다. 미리 써놓은 기사가 전산 오류인지 먼저 풀린 거 같다. 이후에 기자들끼리 ‘재판부가 원세훈의 신변 보호 요청을 깊이 고심해 가장 안전한 구치소로 모신 게 아니냐’는 농담이 오갔다. 원세훈이 법정 구속되자 ‘해병대 구국결사대’의 역할도 없어져버렸다. 결국 형사법원을 배경으로 할아버지 30여 명이 파이팅을 외치는 포즈로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어제:2심 선고 날 법정에는 수사를 맡았던 박형철·단성한·이복현 검사도 나왔다. 보통 선고 때 검사들은 잘 안 나오는데, 김성훈 검사 빼고 다 나왔다. 이 사건을 맡았다가 지방으로 발령 나 뿔뿔이 흩어진 검사들이 대부분인데 끝까지 챙기는 모습이었다. 원세훈에 집중하느라 수사팀 검사들이 재판 끝나고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게 영 아쉽다.

숲속:국기 문란이라는 죄의 무거움을 생각하면 징역 3년형이 맞는지 허탈해하는 시민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생계형 범죄를 저지르고도 징역을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세훈이 기소된 공직선거법 조항은 최대 징역 5년, 국정원법 조항은 최대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이다. 검사가 징역 4년 및 자격정지 4년을 재판부에 요청했고(구형), 재판부는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중 형이 더 무거운 국정원법으로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숲속
:국정원과 ‘십알단’의 관계도 재판 과정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다수의 국정원 트위터 계정이 윤정훈 목사의 트윗을 전파했고, 국정원 계정 수십 개가 ‘십알단’을 표방하며 활동하기도 했다.

어제:또 국정원 직원들은 변희재 등 우파 논객의 글을 다수 리트윗했다. 국정원과 보수 우파 인사들의 관계는 앞으로도 밝혀야 할 부분이다. 재판 중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3파트장 장 아무개 이메일에서 의미 있는 단서가 여럿 나왔다. 특정 인터넷 언론사 국장에게 특정 내용의 칼럼을 실어달라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 ‘또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다. 장 파트장은 민간인 조력자 송 아무개씨에게 보수 우파 인사들 명단을 보내면서 이들에게 선물을 보내달라고 하기도 했다.

오빤:심리전단 안보3팀 5파트장 이 아무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오빤 MB스타일이 장안의 화제구나’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시했다(웃음). 휴대전화로 지시가 내려와 방어 심리전을 펼친 거였다. MB 회고록이 장안의 화제인 지금 동영상을 다시 보니 새삼스럽더라. 〈대통령의 시간〉 곳곳에 원전 수주 자랑, G20 유치 자랑, 신용등급 상향 자랑 등 각종 자랑이 나오는데, 그걸 보다가 국정원 직원의 댓글이 생각났다. 요원들은 국정 홍보라는 명목으로 그와 같은 내용을 인터넷에 게시했다. 자세한 댓글은 ‘응답하라 7452’ 사이트(nis7452.sisainlive.com)에서 볼 수 있다. 정작 회고록에는 자기 임기 중 일어난 국정원 댓글 얘기는 아예 없더라. 우리 각하가 그러실 분이 아닐 테니, 원세훈이 대통령의 마음을 읽고 알아서 한 거겠지?(웃음)

진짜:원세훈 재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이범균 판사(아래 사진)다. 김용판·원세훈 1심을 모두 맡았던 인물이다. 김용판은 무죄, 원세훈은 국정원법 유죄, 공직선거법 무죄를 줬다. 이범균은 2월 법관 인사에서 대구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영전했다. 공교롭게도 두 사건을 다 털고 난 다음의 인사라 뒷말이 많다. 심지어 대구고법과 나란히 있는 대구고검에는 이 사건을 맡았다가 수사팀에서 제외된 윤석열 검사가 있다. 2월 검찰 인사 대상자인 윤석렬이 어디로 가는지 지켜봐야 한다. 이번 판결대로라면 수사 잘한 검사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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