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몬의 ‘공익광고’와 ‘맑스돌’ 혜리
  • 천관율 기자
  • 호수 387
  • 승인 2015.02.09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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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몬이라고 있다.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 구직자를 이어주는 구인·구직 사이트다. 이 사이트가 걸그룹 아이돌 혜리를 내세워 ‘알바가 갑이다’라는 광고를 찍었다. “500만 알바 여러분~ 법으로 정한 최저시급은 5580원입니다. 이마저도 안 주면, 히잉~” “알바를 무시하는 사장님께는 앞치마를 풀어 똘똘 뭉쳐서 힘껏 던지고 때려치우세요. 시급도 잊지 말고 챙겨 나가세요.” 처음엔 공익광고인 줄 알았다.

어떤 분들은 놀라는 포인트가 좀 달랐던 모양이다.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PC방 업자 단체가 심지어 ‘공개 사과 요구 공문’을 알바몬에 보냈다. “아르바이트와 고용주 간의 갈등과 오해를 유발할 수 있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광고를 즉각 중단하란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알바몬 집단 탈퇴 운동도 제안했는데, 덕분에 알바몬은 최저임금 트러블 없는 청정 사이트로 공인받게 생겼다. 덤으로 광고 모델 혜리는 별명도 얻었다. 무려 ‘맑스돌’. 아무래도 기획사가 반길 것 같지는 않지만.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걸스데이의 혜리가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5.1.15

물건 값에 견주면 ‘사람값’이 너무 싸다. 노력과 재능의 결과물도 손에 잡히는 형태가 없으면 값을 안 쳐준다. 삼성의 음악 서비스 플랫폼인 밀크뮤직은 “아직도 돈 내고 음악 들어?” “노래 들으며 즐길랬더니 돈 내놓으라고 닦달하는 비뤄머글(원문 그대로다) 서비스들”이라는 역사에 남을 진상 프로모션을 걸었다. 스마트폰이 필요하신 분들은 삼성에 가서 받으시면 되겠다. 삼성이 설마 돈 내놓으라고 닦달하는 ‘비뤄머글’ 기업일 리가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라는 명언을 남기셨다. 복지가 잘 되어 있으면 사람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턱도 없는 돈에도 일을 해야만 하는 압박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복지를 하면 사람을 마음껏 부릴 수가 없게 된다. 이런 나태한 국민이 있나! PC방 사장님과 집권당 대표의 세계관이 만나는 순간이다.

사람에 투자하는 나라로 탈바꿈해야 했던 결정적인 시기에 나라 곳간을 강바닥에 부어버렸던 전직 대통령이 회고록을 냈다. 강바닥 재정 도배로 금융위기도 극복했다는 구절에 이르면 이분의 지고지순한 토건 사랑이 숭고할 지경이다. 앞치마를 풀어 똘똘 뭉쳐서 힘껏 던진 후에 여기서 나가야겠다. 시급 꼭 챙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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