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 이어 2심 선고 공판에서도 최행관 검사는 조용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무죄를 선고했던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부(부장 김환수)의 판결(〈시사IN〉 제320호 국민참여재판에서 세 혐의 모두 ‘무죄’)이 “짜 맞추기식 판결문에 불과해 보인다”라며 항소를 했던 최 검사였다. 그는 “국민참여재판으로 무죄가 선고된 1심 판결은 객관적 사실관계 및 법리에 기초한 판결이기보다는 피고인의 호소에 흔들린 배심원의 감성 판단이라고 할 것”이라고 항소 이유서에 써놓았다. 1심 무죄는 법리에 약한 일반인 배심원의 판단을 재판부가 그대로 따랐기 때문에 문제라는 논리였다.

1월16일 나온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똑같이 무죄였다. 1심보다 더 길고 자세하게 무죄의 이유를 판결문에 적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 6부(부장 김상환)는 각각의 쟁점에 대해 모두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고 주진우 〈시사IN〉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기사 및 방송은 언론의 자유로 보호되어야 할 언론 활동의 범주에 속한다”라고 밝혔다.

검찰이 제기한 혐의는 세 가지였다. △주 기자가 기사로 허위 사실을 보도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고(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주 기자와 김 총수가 〈시사IN〉 보도와 같은 취지의 말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으며(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주 기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허위 사실을 말해 명예를 훼손했다(사자 명예훼손 혐의)는 주장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수사 및 기소, 1심을 담당했던 이건령 검사는 2013년 5월 주 기자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은 “언론 자유의 한계가 주로 다퉈지는 사건”이라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재판 내내 해당 보도가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 사건의 배후에 박지만씨가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다루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보도의 핵심은 ‘박용철 살해 사건’에 대한 의혹 제기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초 정황들을 성실히 제시했다고 봤다.
 

ⓒ시사IN 이명익 1월16일 서울고법 형사 6부는 ‘김어준(왼쪽)·주진우(오른쪽)’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판결문의 한 대목이다. “검사도 인정하는 것처럼 이 사건 기사 및 방송에서 박용철 살해 사건에 박지만이 연루되었다는 취지의 단정적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박용철 살해 사건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다. 의혹 제기가 납득할 만한 것인지 아니면 무리한 논리 구성으로 외면받을 만한지는 독자나 청취자의 판단 몫으로 남겨져 있다(2013노3469판결).” 합리적인 의심 정황과 성실한 취재 근거를 가지고 언론이 보도를 한다면, 그에 대한 판단은 수사기관이 할 게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재판부는 쟁점을 △박용철씨의 증언 등 살해 이전 행적 △박용철씨 증인 신청 여부 △살해 사건 의혹 제기의 근거 내지 정황 등으로 나눠 검찰과 변호인 양쪽 말을 꼼꼼히 검증했다. 그 결과 변호인 쪽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씨의 명예훼손 재판 증인이었던 박용철씨가 한 첫 번째와 두 번째 증언의 취지가 달라졌다고 볼 부분이 있다고 판시했다. 살해당한 박용철씨가 증인으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죽기 전 증인으로 신청했다는 신동욱씨 측의 말을 조성래 변호사의 멘트로 기사에 인용했고 별도의 확인 절차를 거쳤다면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박용철 살해 사건’의 경찰 수사에 대한 의혹 제기도 합리적 의심이라고 봤다.

재판부, 언론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 지적

재판부는 언론에 대한 검찰의 무분별한 기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취재 방법에 따른 언론 보도에 너무 쉽게 형사법적 문제 제기가 허용된다면, 공론장에서 진지한 토론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행위마저 스스로 망설이게 할 것이다. 결국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지닌 언론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 변호인단이 재판 내내 제기한 검찰 기소의 문제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총수의 변호를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김용민 변호사는 “1·2심 모두 무죄가 나왔지만 주 기자 등은 2년 가까이 재판에 신경을 쓰느라 취재 활동을 제대로 못했다. 언론인의 비판적 역할을 축소시켰다는 것만으로 검찰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다시 재판 결과에 불복했다. 1월22일 검찰은 대법원에 1·2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장을 접수했다.

기자명 김은지 기자 다른기사 보기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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