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삐라’란 말을 잊고 살았다. 지난 주말, 여섯 살 난 딸아이와 파주 외가에 놀러 갔다가 뒷동산에서 삐라를 주웠다. 겨울 가뭄이라 쌓인 눈도 없었는데, 하얀 눈 같은 것이 무더기로 널려 있었다. 아이가 달려가 주워온 것은 민간단체에서 살포한 대북 전단이었다. 전단 내용을 읽어보니 북한은 오늘이라도 당장 망할 것 같았다. 참 오래된 이야기다.

〈북한이라는 수수께끼〉의 저자 장쉰(江迅)은 중국인이다. 그는 홍콩의 북한 전문 저널리스트로 1996년 이후 15년간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북한을 탐방하고 취재해왔다. 그는 북한을 수수께끼 같은 나라라고 말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수수께끼’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어떤 사물에 대하여 바로 말하지 아니하고 빗대어 말하여 알아맞히는 놀이”를 뜻하고, 다른 하나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복잡하고 이상하게 얽혀 그 내막을 쉽게 알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장쉰이 말하는 북한이라는 수수께끼는 과연 무엇일까?

그는 우선 한국과 중국의 일반 대중에게 널리 퍼져 있는, 북한에 관한 잘못된 정보의 사례들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북한의 법정공휴일에 대한 오해다. 흔히 북한에는 김일성 일가와 관련된 기념일만 있을 뿐 민족 명절인 설도 없고 추석도 없다고 알고 있지만, 북한이 정한 법정공휴일 15일 중 김씨 3대와 관련된 것은 3일뿐이고 나머지는 관련이 없다. 과거에는 3대 명절로 대접받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민속 절기의 하나로 전락한 5월 단오가 북한에서는 법정공휴일이란 사실이 도리어 특이하다. 어째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을까?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지난해 10월25일 경기도 임진각 인근에서 땅에 떨어진 대북 전단을 수거하고 있는 보수 단체 회원들.

장쉰은 그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 있음을 명확히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도 문제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1997년 북한 공작원 출신인 안명진은 요코다 메구미를 포함한 일본인 열다섯 명이 북한에 납치되었다고 증언한다. 안명진의 주장은 북·일 수교를 앞두고 있던 일본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확증인 양 보도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마약 판매 혐의로 한국 경찰에 체포되었고, 납북 일본인에 관한 자신의 증언이 완전히 허구라는 사실을 자백한다. 일본 기자들이 인터뷰할 때마다 정보비를 주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거짓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어떠한가

이런 사건들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북한 이탈 주민 신동혁씨가 펴낸 〈14호 수용소 탈출〉은 미국이 대북 인권 제재를 하는 데 중요한 증빙 자료가 되었다. 그러나 이 책에 담긴 증언의 중요한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를 작가가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가 하면 2013년 상반기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저자 신은미씨는 사제폭탄 테러 사건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강제로 출국당했다. 이 같은 일련의 사건과 사태는 그 자체로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반영한다. 이 책의 외국인 저자는 반만년 동안 하나의 민족이었던 남북한이 반세기 조금 넘는 세월 동안 이처럼 복잡하고 이상하게 얽혀 그 내막을 쉽게 알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어버린 까닭이 무엇일까 반문한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서로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말하도록 강제해온 결과가 아니냐는 것이다.

기자명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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