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은 유일한 정부 기관이 검찰(사진)이다. 2008년 임채진 검찰총장은 검찰 창설 60주년 기념식에서 “국법 질서의 확립이나 사회정의의 실현에 치우친 나머지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지켜내야 한다는 소임에 좀 더 충실하지 못했던 안타까움이 없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임 총장은 이어 “수사 결과에 대한 의욕이 지나쳐 수사 절차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소홀히 한 적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총장이 한 처음이자 마지막 과거사 발언이었다. 군사정권의 간첩 조작 사건에 관여한 검찰의 행태를 ‘수사 의욕’으로 규정하자,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황당한 사과’라고 비판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검찰은 오히려 과거사 사건과 관련해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1월 검찰은 1차 인혁당 재심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1964년 1차 인혁당 수사 때 검사들은 ‘중앙정보부가 고문과 가혹행위를 저질렀다’며 기소를 거부하고 사표를 내기도 했다. 2013년 서울고법은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인혁당 재건위(2차 인혁당)와 달리 “국가 존립이 중요했던 1960년대에는 인혁당(1차)을 이적단체로 볼 수 있었다”라며 상고했다.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도 서울고검까지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은 지난해 2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사건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수사에 관여한 검사 선배들을 의식한 상고라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과거사 반성에 나섰던 평검사는 징계를 당했다. 재심 사건에서 재판부의 판단에 맡기는 백지 구형을 하라는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를 구형한 임은정 검사는 정직 4개월 징계를 받았다. 임 검사는 검사 신분으로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해 11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재판부는 백지 구형이 잘못되었다며 임 검사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검찰은 승복하지 않고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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