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석유 대신 태양열·조력·풍력 등이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원자력과 수소 에너지도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은가?원자력은 핵 폐기물, 만약의 사고에 대비한 안전 문제에 관한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해체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경우 건설보다 해체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원자력발전은 가격 경쟁이 안 된다. 그 때문에 전력 민영화를 실시한 나라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세운 사례가 없다. 전력이 국영화된 프랑스나 중국 같은 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원자력 말고도 저렴한 대안은 많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들어가는 돈의 아주 일부만이라도 전력 효율성에 투자한다면 엄청난 전력을 아낄 수 있다. 예컨대, 전세계가 백열등을 형광등으로 교체하기만 해도 전력 사용량의 20%를 아낄 수 있다. 그러면 세계 화력발전소 2400여 개 가운데 705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의 전구를 다 형광등으로 바꿔본 뒤에도 원자력이 필요한지 이야기해보자. 다른 대안으로는 물론 풍력, 태양열, 지력, 조력 따위가 있다. 해안선이 긴 한국은 조력발전에 큰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바이오 연료는 어떤가? 바이오 연료가 오히려 환경을 해치고 곡물 가격 폭등을 조장한다는 시각도 있는데….올해 미국이 재배할 곡물 4억t 가운데 1억t이 자동차 연료에 쓰이는 에탄올 증류소로 향한다. 이 분량은 세계 곡물 소비 연간 성장률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곡물 재고가 이미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굉장히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자동차가 바이오 연료보다는 하이브리드 연료와 풍력으로 달릴 수 있도록 투자해야 한다. 인류는 곡물 연료가 아닌 새로운 연료 경제구조를 개발할 충분한 기술을 이미 가졌다.
한국은 자동차 산업을 장려하는 동시에 환경오염도 걱정한다. 당신이 만약 한국의 대통령이라면, 이 두 가지 정책을 어떻게 조화시키겠는가?어느 나라든 차를 더 생산할 필요는 없다. 차를 만들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회를 디자인해야 한다. 차가 필요없다면 자동차 산업에 돈을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차나 에어컨이 없고, 방 한 칸짜리 아파트에 살며 걸어서 출근한다. 요즘은 먹는 것도 단순하게 바꾸었다. 이런 생활이 정말 좋다. 나를 위한 시간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경제는 자전거와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넘어진다고.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단순한 생활습관을 만들고 유지해서 건강한 경제를 이룩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굉장히 취약한 경제 속에 살고 있다. 최근 많은 사람이 어느 때보다 우리의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 아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인 것 같다. 문명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위협받는 것이 문명뿐인가?문명보다 더 큰 것이 있는가? 관개시설 때문에 토양의 염분 농도가 올라가 소멸되었던 수메르 문명이나 토양 침식과 무분별한 남벌 때문에 식량 공급이 줄어 소멸했던 마야 문명을 보라. 환경문제로 인해 소멸한 문명들이다.
사회나 문화는 환경을 파괴하면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것 같다. 잉카·헬레나·에게·메소포타미아 문명 등은 환경문제 때문에 쇠퇴했다. 어떤 문명도 자연체계를 무너뜨리고 살아남은 전례가 없다. 우리 문명도 자연체계를 파괴하고 방해하면 그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현재도 자연 문제로 일어나는 많은 현상이 있다. 토양 침식, 지하수면이 낮아져 우물이 마르고, 수산업이 무너지고 있으며 산림은 줄어들고 이산화탄소는 증가하고 기온이 상승해 북극·남극의 얼음이 녹는다. 이런 경향을 되돌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구조의 변화가 중요한 것이다. 현재의 식량 부족 현상은 환경 및 인구학적 영향의 첫 번째 표시이다. 이전 문명의 쇠락 과정에서도 식량 문제가 가장 먼저 찾아왔다. 지금 곡물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소비 때문이다. 사람들이 한 단계 높은 식량을 먹기 원하는 한편 미국에서는 엄청난 양의 곡물이 차량 연료로 전환된다. 식수 부족, 곡물 재배 감소, 토양 침식, 기온 상승, 더 나은 농업기술의 개발 불가능 따위로 인해 공급량을 더 늘리기도 어렵다. 지난 8년 중 7년은 곡물 생산보다 소비가 더 많았다. 현재 세계 곡물 재고량은 역사상 최저 수준이다. 앞으로의 시장을 내다보면, 12월에 재배될 밀이나 옥수수 가격은 지금보다 더 비쌀 것이다. 문명의 쇠락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의 식량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으로 하여금 에너지를 줄이고, 식생활을 바꾸게 하려면 어떻게 설득하는 것이 좋은가?가장 중요한 점은 시장이 환경문제의 진실을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원자재의 간접비용을 계산해서 소득세를 줄이고, 탄소세와 공해 발생세를 높이는 등 세금 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화석연료에서 재생 에너지 체계로 시장이 재구성될 것이다. 시장이 진실을 말하면 환경문제는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지난 세기 동안 세계는 석유 소비를 늘리면서 에너지 경제를 세계화했지만, 이제 석유 생산이 점점 줄
언제 다시 방문하면 당신이 해석하는 ‘실패 국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시간 내주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