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다단계 사기 주범 조희팔이 중국으로 밀항한 지 6년이 넘도록 국내 검찰·경찰이 연루된 뇌물 수수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은 1월7일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1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 아무개 총무과장을 구속했다. 오씨는 2008년 6월께 조씨의 범죄 수익을 은닉한 고철 사업자 현 아무개씨(52)로부터 ‘검찰의 조희팔 사건 관련 범죄 정보 수집과 수사 무마’ 청탁을 받고 친인척 명의의 차명 계좌를 통해 5000만원을 수수한 것을 비롯해 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10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10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2년 동안 대구지검에서 특수수사통으로 활동해 지역 검찰계의 터줏대감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7월부터 피해자들로부터 진정을 접수해 조희팔 사기 사건을 재수사해온 대구지검은 이 과정에서 조희팔이 국내에 은닉해둔 1200억원대 자금도 찾아내 관련자 10명을 구속 기소했다. 수사를 통해 드러난 조희팔의 범죄 수익 규모와 자금 빼돌리기 수법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5만여 피해자들로부터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인 4조원대 투자금으로 검경과 정치권에 물 쓰듯 검은돈을 제공한 것은 물론, 백화점식 비리를 저지른 것이다.

ⓒ연합뉴스구속된 오 아무개 총무과장은 특수수사통으로 대구 지역 검찰의 터줏대감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그는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1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희팔은 고철 사업자 현 아무개씨와 짜고 2008년 4월부터 중국으로 밀항한 그해 12월까지 러시아 등 해외에서 고철을 수입·판매하는 것처럼 위장해 760억원을 차명으로 숨겼다. 현씨는 이 돈으로 20여 군데 부동산을 구입하고 외제차와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했으며, 70억원은 조희팔의 중국 도피자금으로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조희팔 사건이 터진 직후 4만여 피해자들이 믿고 의지했던 ‘사기피해 채권단’ 간부들은 무늬만 피해자였지 실제로는 조희팔과 결탁해 제 잇속을 챙기는 데 급급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곽 아무개씨와 김 아무개씨 등 채권단 대표 2명은 조희팔이 은닉한 경남 창녕의 한 호텔을 양도받아 매각한 뒤 36억원을 착복했다. 또 피해자 보전용으로 공탁된 한 지방은행의 예금 28억원을 빼돌리고, 부산의 한 백화점을 136억원에 매각한 뒤 12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IN 자료조희팔

조희팔 사건이 터지고 나서 10명이 자살하는 등 피해자의 절규가 끊이지 않았지만 8년이 지나서야 겨우 은닉 재산의 일부가 드러나면서 피해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조희팔 사기 피해자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김상전 대표는 “수사를 맡은 대구 지역 경찰과 검찰이 사실상 조희팔의 로비에 손이 묶였다. 지금 나온 은닉 자금과 뇌물 수수도 빙산의 일각이다”라고 말했다(36쪽 인터뷰 참조).

피해자들이 검경 수사를 불신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조희팔 밀항과 사기사건 수사 총책이던 대구지방경찰청 권혁우 수사과장이 밀항 직전 조희팔을 몰래 만나 9억원을 받은 사실이 〈시사IN〉 추적 보도로 드러난 바 있다(〈시사IN〉 제226호 ‘입체 추적 조희팔 미스터리’ 참조). 두 사람이 만난 다음 날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조희팔의 다단계 회사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조희팔은 이미 모든 범죄 정보를 파기하고 달아난 뒤였다. 또 조희팔 수사를 맡은 대구지방경찰청 정 아무개 경사는 밀항한 조희팔의 중국 은신처에까지 몰래 찾아가 융숭한 접대를 받고 수사 정보를 넘겨준 채 그냥 돌아온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시사IN〉 보도 후 권혁우 총경은 직위 해제돼 경찰을 떠났다. 밀항한 조희팔을 중국 현지에서 만나 골프 등 향응 접대를 받은 대구경찰청 정 아무개 경사도 형사처벌을 받았다.

지난 6년간 조희팔 사건 앞에만 서면 한없이 관대해지는 태도는 검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구지검은 2010년과 2013년 조희팔 사건 피해자 단체인 바실련의 고소·고발에 따라 채권단 간부 등을 상대로 은닉 자금 수사를 벌였지만 두 차례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바실련은 물러서지 않고 2014년 7월 대구고검에 항고했다. 또다시 불기소 처리할 경우 검찰과 조희팔의 유착 사실을 국회에서 국정감사 주요 이슈로 삼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대구고검은 대구지검이 거듭 무혐의 처분한 조희팔 사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수사 재개 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다시 시작한 수사 결과 이번에 대구지검 오 아무개 총무과장이 조희팔 일당으로부터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했다는 사실과 1200억원대 조희팔 은닉 재산의 일부가 드러난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검찰의 조희팔 뇌물 수수 사건은 2012년 경찰이 발표한 서울고검 김광준 부장검사의 2억7000만원 뇌물 수수 사건에 이어 두 번째다. 김광준 검사는 당시 사건으로 구속돼 현재 복역 중이다.

이처럼 조희팔과 검경 수사진의 유착 관계가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둘 드러나는 가운데 인터폴 적색 수배 명단에 올랐던 조희팔의 생사 여부에 대한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시사IN 조남진권혁우 총경(왼쪽)은 조희팔과의 연계가 드러나 해임되었고, 김광준 검사(오른쪽)는 구속되었다.

경찰은 조희팔이 2011년 12월 중국 웨이하이(威海) 시의 한 호텔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조희팔의 가족이 찍었다는 장례식 동영상만을 근거로 한 발표였다. 중국 당국에서는 조희팔 사망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그해 12월 호텔에서 죽은 한국인은 없었다”

조희팔의 유골에 대한 국과수의 DNA 검사에서도 감식 불능으로 나왔다.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중국의 해당 호텔에서는 “2011년 12월 호텔에서 죽은 한국인은 없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검에서 중국 공안에 정식으로 조희팔 사망 여부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현재까지는 조희팔이 사망했다는 확증은 없는 셈이다.

조희팔 잡아들이기에 가장 적극적인 쪽은 조희팔 사기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피해자 단체인 바실련에서는 현재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40여 명이 체포조를 꾸려 조희팔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기자명 정희상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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