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할 때 익숙한 질문은 “기업은 왜 비정규직을 뽑는가?”이다. 질문을 바꿔보자. 왜 기업은 정규직을 뽑을까? 노동자가 무능하거나 불성실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데, 기업은 왜 정규직이라는 ‘장기 계약’의 위험을 무릅쓸까?

경제학자들이 내놓는 여러 답변들의 핵심은 ‘숙련’이다. 일을 오래 해서 숙련 노동자가 될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면, 기업은 고용을 보장해주더라도 장기 계약이 남는 장사다. 정규직이다. 반면 일을 오래 해도 숙련이 쌓이지 않는 업무라면 기업은 장기 계약을 해서 얻을 것은 없고 위험만 감당한다. 이 때문에 단기 계약을 하려 한다. 비정규직이다.

숙련을 요구하는 일자리의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현대사회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국제 분업생산이 고도화되면서 ‘숙련 해체’가 세계적 현상이 되었다.
 

ⓒ사진 : 〈시사IN〉 윤무영 기자, 사진 합성 : 〈시사IN〉 양한모 기자

‘계산’은 한때 고도의 숙련을 요구하는 업무였다. 주판은 숙련자일수록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고, 가치 높은 이 숙련을 전수하는 주산학원이 전국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전자계산기와 오피스 프로그램의 시대가 되면서 계산은 숙련이 거의 필요 없는 노동이 되었다. 기술 발전은 이렇게 숙련을 해체한다.

국제 분업도 숙련을 무력화한다.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또는 ‘모듈화’로 불리는 국제 분업 생산 방식(〈시사IN〉 제382호 “‘빅뱅 파괴자’ 샤오미의 세계시장 공략법” 기사 참조)은, 전체 과정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 외에 다른 기능을 세계 곳곳의 생산 기지로 쪼개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모델에서는 중앙 컨트롤타워를 운영할 수 있는 극소수 숙련 노동자의 몸값은 치솟는 반면 생산직 숙련공이 설 자리는 사라진다.

기술 발전에 적응해 귀한 숙련을 보유한 극소수 노동자와, 대규모 투자로 발전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자본에게는 커다란 기회가 열린다. 반면 숙련이 해체되는 만큼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생산직이든 사무직이든 보통의 노동자에게는 가혹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그 결과 소득 양극화가 심해진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면 국민소득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도 갈수록 적어지게 된다. 이 비율을 ‘노동소득분배율’이라고 부른다. 한국은 이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노동계 등 진보 블록은 노동소득분배율의 감소 추세야말로 한국 기업이 유난히 탐욕스럽고 정부가 규제에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은 세계적 현상이다. 1947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평균 64.3%였다. 이 비율이 21세기 들어 하락 추세를 그리더니, 2010년 3분기에는 57.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브린욜프슨&맥아피, 〈제2의 기계 시대〉). 학계가 주목하는 주범은 급격한 기술 발전이다. 세계 곳곳에서 기술이라는 분쇄기가 숙련을 갈아넣고 있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고용노동연수원 박태주 교수는 현대자동차를 주로 연구했던,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노사관계 전문가다. 그가 쓴 책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노사관계가 있다〉에는 박 교수와 현대차 노조 간부의 대화가 등장한다.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교육 기간은 어느 정도입니까?(박태주)” “일주일이나 길면 이주일 정도입니다.(노조 간부)”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바로 생산 현장에 투입해도요?(박태주)” “논에 모 심는 아지매를 바로 현장에 투입해도 차 만드는 데는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노조 간부)”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는 정규직 고용 보호 완화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할 전망이다. 위는 2013년 6월 현대차 베이징 공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마지막 말은 과장이 섞여 있다 해도, 현대차 공장에서 숙련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이 대화가 잘 보여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생산 라인에서 사실상 같은 업무를 하는 것부터가 숙련을 요구하지 않는 증거이기도 하다. 숙련이 요긴한 일이라면 비정규직을 쓰는 것은 기업에게 오히려 손해다.

박태주 교수는 “현대차 정규직에 입사했다는 우연”이 차이를 만들 뿐이라고 썼다. 옛 숙련은 자동화로 의미가 없어졌지만 노동조합이 정규직을 보호한다. 회사는 정규직의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자동화를 통한 숙련 해체를 얻어내 생산과정의 주도권을 쥔다. 생산의 유연성은 비정규직으로 확보하고, 노조는 이를 묵인한다.

박 교수는 이런 노사의 암묵적 거래를 현대차의 ‘저숙련 동맹’이라고 불렀다. 이 동맹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낮은 숙련과 높은 임금의 조합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현대차의 글로벌 성장, 국내 시장 독과점, 하청 회사와 하청 노동자의 희생 등 외부 요인이 이 취약한 동맹을 떠받친다.

현대차 사례는 상징적이다. 기술이 숙련을 갈아넣고 있지만, 강한 노조, 공공부문 일자리, 대기업 일자리는 당분간 그에 저항할 힘이 있다. 이 얼마 남지 않은, 그리고 갈수록 줄어들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끝을 모르는 취업 대란이다. 이너서클에 진입하지 못하면, 비정규직 또는 그보다 더 가혹한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노동시장 분절구조’ 해법
 

왼쪽 〈표〉를 보면, 임시·일용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릴 것 없이 소득수준, 학력, 성비, 고령화 추세가 비슷하다. 취약한 일자리일수록 저학력·여성·고령자가 몰리는 추세를 그대로 보여준다. 임금도 비례해서 떨어진다. 상용 비정규직은 임시·일용직보다는 조건이 낫지만, 상용 정규직과의 격차는 역시 크다. 이너서클에서 한 번 미끄러지면 낙폭이 어마어마하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구호가 상용 정규직에서 나오는 이유이고, “해고가 살인이면 나는 예수냐?”라는 비아냥이 취약 노동계층에서 나오는 이유다. 분절된 노동층 사이에 적대가 높아진다. 위험 신호다.

노동시장 분절구조를 방치하면 한국 사회의 미래가 어둡다는 공감대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 갈라지는 건 해법에서다.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2009년에 내놓은 〈비정규직 문제 종합 연구〉는 보수 버전 비정규직론의 정본이다. 이 연구에서 KDI는 “기업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것은 정규직을 뽑는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핵심은 해고 비용이다. 정규직은 해고해야 할 때 들어가는 금전·비금전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기업 처지에서는 정규직 고용을 최대한 기피한다.

정규직 고용 보호를 일정 정도 풀어주면, 기업 처지에서는 정규직을 뽑는 비용이 낮아진다. 그러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가격이 낮아지면 수요가 늘어난다는 기본 원리에 따라, 기업은 가격이 싸진 노동력을 더 많이 구매한다. 고용이 늘어난다(물론 고용 안정성은 낮을 것이다).

이러한 보수 버전의 해법에 의문을 품는 연구자들의 반론은 이렇다. 보수의 해법이 당장의 총고용은 늘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본과 노동의 역관계라는 큰 그림에서 보면, 일방적으로 기업 쪽의 힘을 강화시키는 방향이다. 중앙대 이병훈 교수(사회학)는 “이 균형(자본과 노동)이 무너지고 노동이 궁지에 몰리면 사회가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는 것을 유럽은 19세기의 경험으로 배웠다”라고 말했다. 시장 원리를 인간의 삶과 직결된 노동시장에 무작정 적용했다가는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뒤흔들 것이라는 경고다.

총고용이 늘 것이라는 예측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이를테면 현대자동차의 정규직을 해고한다고 했을 때, 회사는 그 정규직이 받던 만큼의 임금을 전부 재고용에 투자할까? 그보다는 대규모 자본 투자로 기계화·자동화 수준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즉, 현재 한국 현실에서 고용 보호를 완화하면 좋은 일자리 하나가 그만그만한 일자리 여럿으로 대체되는 게 아니라 기계로 대체될 수 있다. 자본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일수록 그럴 가능성은 올라간다.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지는 전형적인 경로이자, ‘고용 없는 성장’이 등장하는 이유다.

노동계 등 진보 블록이 선호하는 해법은 규제 강화다. 비정규직 고용 기간이나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차별 금지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면, 비정규직을 뽑아서 얻는 이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은 자연스럽게 정규직을 더 뽑을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이 정규직을 더 뽑을 여력이 있는데도 지나친 탐욕 때문에 정규직 고용을 회피한다고 간주한다.

그러나 진보의 해법 역시 “그 모델이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취약하다. 기업 처지에서는 정규직이 갈수록 ‘수지가 안 맞는 장사’가 되고 있다. 거기에 고용 보호를 강화하면 일자리 수가 줄어들어 청년 세대의 신규 진입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보수가 내놓는 반격의 핵심이다. 간단치 않다.

한국 노동시장이 직면한 근본적 문제는 기업의 숙련노동 수요와 구직자의 좋은 일자리 수요, 둘 사이의 거대한 미스매치(불일치)다. 보수의 대안은 어쨌거나 이 근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미덕이 있다. 반면에 진보의 대안은 근본 문제에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국가의 규제라는 ‘더 이상 듣지 않는 만병통치약’으로 우회한다. 노동시장 분절구조를 몸으로 느끼는 한계 노동자와 구직자의 눈에 어느 쪽이 더 정직한 태도로 보일까.

진보 담론이 위기라는 평가는 진보 학계에서도 나오는 실정이다. 한 진보적인 노동사회학자는 “보수가 어쨌거나 큰 그림을 그린다면 진보는 거기에 댓글을 달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진보 성향 노동사회학자는 “근본 문제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대목이야말로 진보가 맞이한 최대 위기다”라고 진단했다.

보수는 진보 담론이 빠진 딜레마를 ‘정규직 이기주의’ 때문이라 규정한다. 조직노동이 정규직 보호에만 골몰한 나머지 전체 노동시장의 모순을 심화시키는 요구를 내놓기 때문에, 조직노동에 포획된 진보 담론도 본질적 대안을 만들지 못한다는 관점이다.

이렇게 적대적인 딱지 붙이기를 할 이유는 없다.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현실에서는 정규직 조직노동이라 해도 체감하는 고용 불안이 간단치 않다. 이런 환경에서 정규직 조직노동이 실리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듯 ‘합리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기업노조 단위의 ‘합리적인 선택’이 사회 차원에서 보면 비효율적인 결론을 낳는다는 점이다.

‘불안하니 지키고, 지킬수록 고립되는’ 딜레마

불안하니 지키고, 지킬수록 고립된다. 조직노동이 기업 단위의 실리를 추구하면 할수록, 이너서클 밖에 있는 한계노동자와 구직자의 상황은 악화된다. 한편에서는 기술 발전이, 반대편에서는 여론 압박이 조여들어 온다. “천천히 끓는 가마솥의 개구리”라는 격한 표현을 쓴 학자도 있다. 정규직과 한계노동자 사이에 정치적 적대감도 축적되게 마련인데, 이는 노동 유연화를 추구하는 정치세력이 파고들기 좋은 빈틈이 된다. 보수는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다룰 때 청년 구직자와 기존 정규직이라는 대립구도를 설정하곤 한다.

서울과학기술대 정이환 교수(사회학)는 오랫동안 이 문제와 씨름했다. 그의 결론은 ‘먼저 희생하는 연대’다. “유럽에서도 북유럽 모델이나 독일 모델 등등 여러 길이 있지만, 어쨌든 핵심은 전체 노동자를 포괄하는 연대 전선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처럼 정규직 노조가 ‘왜 노동자가 양보하느냐. 자본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만 되풀이해서는 여론에서 고립된다. 누가 양보해야 마땅한가가 아니라, 먼저 양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좋은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를테면 한계노동자의 사회안전망을 위한 사회연대기금을 노사 공동으로 조성하자는 식의 연대 전략이 가능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연대의 고리를 건 후에는, 기업별 임금 협상을 산별노조로 넘겨서 사회 차원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관철하는 식의 경로가 있다. 이게 가능하기만 하다면 노동시장 분절구조 문제는 해소된다.

하지만 ‘먼저 양보하는 사회연대 전략’이 작동하려면 실리를 추구하게 마련인 현장의 불안과 불만을 돌파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진보적 노동사회학자들은 이 대목에서 좌절을 느낀다. 이렇다 할 리더십의 싹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학자들이 모델로 고려하는 유럽 각국의 사례를 보아도 사회 협약을 만들어내는 데 리더십은 필수 자원이다(네덜란드에선 파트타임 노동자도 ‘정규직’ 기사). 정이환 교수는 “결국 내 논리의 약점은 그거다. 현실에서 먹힐 만한 이행 경로를 내놓기가 대단히 어렵다”라고 자평했다.

이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정치의 영역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인 올해는 진보와 보수가 노동 이슈로 정면충돌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말 민주노총 직선제 선거에서 총파업 투쟁을 공언한 한상균 후보(왼쪽에서 두 번째)가 위원장으로 당선되었다.

보수의 처지부터 보자. 지지 기반 붕괴 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1월16일자 한국갤럽 조사의 국정지지도는 35%로, 정권 출범 이후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으로서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화두를 강하게 밀어붙일 이유가 있다. 자체로 중요한 국정과제이기도 하지만, 대기업·정규직·조직노동이라는 ‘여론의 적’이 강력하게 반발하도록 도발하는 이슈라는 점도 중요하다.

집권 초기부터 박 대통령은 전교조, 공무원노조, 통합진보당 등 중도층이 꺼리는 강성 진보 블록을 자극하는 통치술을 즐겨 사용했다(〈시사IN〉 제322호 ‘약한 놈만 골라 패는 약한 정부’ 기사 참조). 정규직 조직노동은, 특히 민주노총은 이런 적대적 동원 전략의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민주노총 직선제 선거에서 총파업 투쟁을 공언한 한상균 후보가 당선한 이후, 한 여권 전략통은 기자에게 “민노총 총파업 언제 한대?”라고 기대한다는 듯 물었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필수적 생존전략이라고 부르며, 진행 중인 노사정위원회 논의에 “3월까지”라고 시한을 못 박았다. 노사정위의 산적한 과제를 고려하면 사실상 논의 파행을 기대하는 발언이라는 분석도 있다.

노사정위 논의를 주도하는 핵심 인사는 김대환 노사정위원장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인데, 보수가 보기에 두 사람이 그리는 구조개혁의 ‘선명도’가 그리 높지 않다. 정규직 고용 보호를 헐어서 해고를 더 쉽게 만든다는 식의 ‘근본 처방’까지 나갈 생각이 없다. 직무 배치전환이나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대신 고용 보호는 건드리지 않는 온건한 타협안이 현재까지 노사정위 논의의 중심에 있다(〈시사IN〉 제379호 ‘해고가 살인이 되지 않으려면’ 기사 참조). 직무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을 맞교환하는 안은 박태주 교수도 현대차 노사관계의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진보와 보수 서로 논의가 가능한 제안이라는 의미다.

3월 넘기면 기재부가 나설 수도

비정규직 사용연한 4년 연장안(이른바 ‘장그래법’) 등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노사정위의 논의 방향은 근본적으로 기재부와는 결이 다르다. 노동계를 자극해 적대적 동원 구도를 만들려면 이 정도로는 양에 차지 않는다. 대통령이 못 박은 3월을 넘기면, 그때부터는 ‘정규직 과보호 해소’를 단호히 주장해온 기재부가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은 그래서 나온다. 노동계와의 갈등 수위가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구도가 되면 박근혜 정권은 지지 기반을 확장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핵심 지지층 붕괴 위기는 수습할 수 있다.

진보의 대응도 따라서 중요해진다. 현재 전당대회가 진행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리더십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2월8일 선출되는 당대표는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드라이브와 노동계의 반발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노사정위 테이블에서 타협을 이끌어내도록 노동계를 설득하는 것이 ‘정부의 김을 빼는’ 길이 될 수 있는데, 한국노총도 노사정위 과정에서 내부 진통이 적지 않고 민주노총은 아예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노동계보다는 정치권, 그러니까 야당 쪽에서 연대를 이끌 리더십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정이환 교수의 기대 섞인 예측이다. 개별 노동자의 민원을 들어주는 ‘노동 정치’를 넘어, 때로 개별 주체의 이익을 제어하더라도 노동자 전체의 이익을 끌어올리는 의미로 ‘노동 정치’가 작동한다면, 그런 리더십을 발휘하는 세력은 거대한 정치적 자산을 축적할 수도 있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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