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자가 잘 안 보인다는 말에 굴뚝 위 이창근 기획실장(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보수가 시작됐다. 굴뚝 위에서 위험하게 허리 숙여 덧댄 글은 ‘Let’s Talk(대화를 합시다).’ 70m 고공 농성에 나선 이창근·김정욱(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사무국장) 두 해고자가 절박하게 하고 싶었던 말은 ‘대화를 하자’는 것이었다.

농성 34일째인 1월14일 아침,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 회장이 평택 공장을 방문하는 날이었다. 이들의 염원이 통한 것일까? 마힌드라 그룹 회장과 쌍용차지부 대표자들 사이에 전격적인 만남이 이뤄졌다. 짧은 시간 원론적인 이야기가 오갔지만 그동안 이들을 대화의 상대로조차 인정하지 않던 사측에 비하면 큰 변화였다.

하지만 이제 겨우 대화의 시작. 굴뚝 위의 농성자들이 새로운 결심을 했다. 식사와 농성 물품이 오가던 밧줄을 묶어버린 채 아무것도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7년을 기다린 해고자들이니만큼, 하루라도 빨리 이 잔인한 시간을 끝내달라는 메시지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건 며칠간 먹을 육포와 라면, 땅콩뿐이다. 그렇게 굴뚝 위의 절박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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