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혜영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으로 선임된 지 100일이 다 되어간다. 2·8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던 문재인·박지원·정세균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을 사퇴하면서 최근에는 2기 비상대책위원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제1야당 정치 혁신의 사령탑이자 새로운 지도부를 꾸리는 산파 구실이 동시에 맡겨진 셈이다. 둘 다 궂은일이라면 궂은일이다.

‘백약이 무효’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새정치민주연합에 정치 혁신 사령탑은 어떤 처방전을 내놓을까.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를 40여 일 앞둔 지난 12월26일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을 만났다. 원 위원장은 고질적인 계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당내 삼권 분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석 달간 정치혁신실천위원장으로 당의 활로를 모색했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국회도서관장 선임 권한을 외부 추천위원회에 맡긴 것이 상징적이다. 당에 그나마 하나 남은 임명직을 포기한 것이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비조정위원회나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독립적으로 두고 국회가 따르도록 하는 입법안도 냈다. 여야가 함께 추진했을 때 실효성 있는 것들인데, 아직 (여당의) 호응이 없어서 아쉽다.
 

ⓒ시사IN 이명익원혜영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이자 비상대책위원이다. 정치 혁신의 사령탑이면서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반년 가까이 당에 리더십이 부재했다. 당 리더십의 위기가 무엇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나?
민주적 리더십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민주적 리더십이라는 게 “뽑아놨으니 잘해라”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리더의 소통과 화합도 중요하지만 팔로어십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리더십을 흔드는 게 당 전체뿐만 아니라 흔드는 의원 자신에게도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그런 점에서 국민들이 보기에 일사불란한 면이 있잖은가.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박세일씨를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앉히려는 걸 보면서 우리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었다.

민주적 리더십 구축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나 제도적 대안은 무엇인가?
누가 당권을 잡더라도 전횡하지 못하도록 분권형 권력구조를 당의 골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자의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당대표가 당의 집행권을 갖고, 당무위원회나 중앙위원회가 대의 기능과 견제 기능을 확실히 갖도록 해야 한다. 그럼 당권을 누가 잡더라도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니 전횡을 못한다. 당내 사법 기구인 윤리위원회의 위상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공석인 윤리위원장 자리에 중립적이고 신망 있는 외부 인사를 모셔야 한다.

정당의 삼권 분립을 의미하는 것인가?
그렇다. 이 논의가 현재 흐름을 잘 타고 있다. 제도화하려면 전당대회에서 당헌·당규에 담아야 하는데,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서 당헌·당규 개정안을 내야 한다. 다행히 정치혁신위원회와 전준위가 분권형 정당 체제 구축을 위한 합동 토론회를 여는 등 관심사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30명이 문재인·박지원·정세균 ‘빅3’에 대해 불출마를 요구했다. ‘친노-비노’ 구도로 가서는 곤란하다는 취지였다.
(성명을 발표한 이들도) 많이 고민했다고 본다. 세대교체가 중요하다는 내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다만 누굴 나오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는 빅3 외에 새로운 주자가 빠르게 부상될 수 있다면, 이번 전당대회가 더 활기를 띠고 국민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다(이 인터뷰 직후 정세균 후보의 불출마 발표가 나왔다).

‘친노 패권주의’ 이야기가 또 튀어나온다.
친노가 가장 큰 세력이라면 그 세력이 당권을 잡는 게 당연하다. 최대 세력이 당권을 안 잡고 당을 어떻게 책임 있게 끌어가나. 그런데 친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친노가 당을 독선적으로 운영하리라는 불신이 있다. 핵심은 공천권 문제고. 그러니까 기를 쓰고 반대한다. 결국 친노를 못 잡게 하는 게 대안이 아니라 친노가 잡든 비노가 잡든, 권력에 의해 당의 질서가 변화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성명을 발표한 이들 중 상당수가 당내 중진이다. 차기 총선에서의 공천을 겨냥해 미리 당대표 후보를 흔드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래서 분권형 당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친노-반노 논란이 되풀이된다. 만약 문재인이 안 나오고 정세균이 나오면, 정세균이 친노를 대표하는 게 된다. 정세균이 안 나오고 다른 사람이 나와도 상대적으로 비노 쪽에 가까우면 그 사람이 비노로 규정되어버리는 식이다. 이건 퇴행적인 수렴이다. 근본 해법은 당의 구조를 분권형으로 확립하는 것이다. 지금이 호기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분권형 체제 구축에 반대하는 이가 없다.

공천 개혁은 어떤 방법이 옳은가?
한마디로 공천제도를 일찍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거 1년 전에 공천제도를 확정하고 그 뒤에 누구도 제도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 세부적으로 비례대표 공천, 전략공천, 경선에 대한 원칙 등을 확정해두면 된다. 세부적인 안은 논의 중이다.

당과 당원의 노쇠화도 지적된다. 어떻게든 당의 지지 기반을 확장해야 하는 시기인데.
세대교체가 최대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제도적으로 어떻게 반영하느냐다. 모든 후보군에 여성·청년 중 한 명을 반드시 포함시키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 지역 조직이 ‘경로당화’되어가고 있다. 일반 시민과의 간극이 좁혀지기 어렵다. 우리 당의 지지 기반은 20대에서 40대인데, 정작 당원은 50~60대다. 지역위원회별로 청년당원 확보를 독려하고, 그걸 공천에 반영하는 노력이 당 전체에 필요하다.

새해에는 선거제도에 대한 논란도 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선거구 획정이 문제다.
가장 중요한 정치 혁신 과제가 선거제도 개편 문제다. 선거구 획정을 넘어서 선거제도 개혁까지 승화시켜야 한다고 본다.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승자독식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새누리당이 8%를, 우리가 6%를 각각 과대 대표하고 있다. 표의 등가성을 보장하는 근본적 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 제일 바람직한 방식은 독일식 정당명부제다. 지지율이 30%면 의석도 30%를 가져야 하는데 왜 50%나 가져가나. 소수를 대변하는 정당도 의석을 갖지 못한다. 이대로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없다.

비례대표 의석 늘리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국회에서 풀 수 있겠나?
새누리당 김문수 혁신위원장이 “비례대표를 20개 줄이면 선거구 조정이 된다”라고 했는데, 내가 아주 몰상식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먹을 것 없다고 내년 종자 미리 끓여 먹듯 비례대표를 삭감하는 건 파렴치한 것이다.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1월 말로 끝나지만, 정치인으로서 가장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선거제도 개혁이다. 헌법재판소가 만든 천재일우의 기회를 선거제도 개혁으로 이어가야 한다. 다행히 독립성을 갖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제도 변경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국회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외부의 힘도 필요하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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