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유선방송업체 씨앤앰의 마크를 달고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109명이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모두 ‘희망연대 노조 케이블지부’ 조합원들이었다. 회사 측은 노조에 가입해서 자른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잘린 사람은 모두 조합원이었다. 노동자들은 결국 설치하던 케이블을 놓고 머리끈을 질끈 동여맸다.
조합원들이 거리로 나선 지 100일이 넘도록 회사 측은 대화 자체를 거부했다. 대화에 나서라며 씨앤앰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의 서울 광화문 사무실을 점거(제367호 포토in ‘100일의 기다림, 그리고 답변’ 참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냉소할 뿐이었다.

결국 지난 11월12일 강성덕(왼쪽)·임정균 두 조합원이 해고자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MBK파트너스 사무실 앞에 있는 30m 전광판 위로 올라갔다. 잘 보이는 곳에서 소리 지르고 발버둥 치니 세상이 조금 시끄러워진 것일까? 회사 측은 ‘전광판 농성’ 15일째 비로소 협력업체와 노조가 참여하는 ‘3자 협의체’를 꾸리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11월27일. 두 노동자가 전광판에 오른 지 16일째다. 그들은 언제쯤 내려올 수 있을까? 어쩌면 저 높은 곳에 올라서야 회사와 눈높이라도 맞출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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