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건강기능식품을 필두로 천연물을 활용한 식품 및 제품 등 관련 산업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며 매출액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호황 뒤에는 그늘도 짙다.
한 예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식이섬유 보충용 식품’, 관절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글루코사민’ ‘홍삼’ 등을 복용한 후 발생한 부작용이 2006~ 2007년의 경우 155건이나 접수되었다. 심각한 부작용을 직접 호소한 것만 이 정도이며 보고되지 않은 부작용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한의사회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67.3%가 건강기능식품 복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치료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부작용의 형태도 위장 장애, 상열감 및 안면홍조, 두통, 변비나 설사, 가려움증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건강을 위해 복용한 건강기능식품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현실이 이 시장의 급팽창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또한 질병이나 증상을 건강기능식품으로만 해결하려 하거나, 맹목적으로 거기에만 의존하다 치료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또한 제형화를 통해 일정 기간 정량 복용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즉, 특정 천연물이나 식물·과일 등 평소 본인이 음식으로 복용하려면 굉장히 번거롭거나 어려울 수 있는 것을, 제품화를 통해 정해진 양대로 일정 기간 복용하는 것이 쉬워졌다.
사람의 몸은 매우 정교하며 사람마다 다른 특성이 있다. 지문처럼 말이다. 개개인의 체질적 특성이 있기에 동일 증상이나 질병이라도 그 원인은 모두 다르다. 즉 ‘무슨 증상에는 무슨 약’이라는 공식이 나오거나, ‘어떤 식품이 무슨 증상에 효능이 있다’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특정 증상의 원인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동일한 ‘두통’이라도 사람들마다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각 원인에 맞게 치료 방법 또한 달리 선택해야 한다.
같은 증상이라도 도움되는 약과 음식은 다르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소우주’라 하여 사람마다 다른 개체의 차이에 초점을 맞춰 진단과 치료에 활용해왔다. 최근 현대 의학에서도 ‘개인 맞춤의학’이라 하여 개인마다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름을 파악하고, 각 개인의 특성에 따른 치료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보면, 특정 증상이나 질환에 딱 맞는 특효약이나 음식은 존재할 수 없으며, 같은 증상이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도움이 되는 약이나 음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즉, 좋다고 알려진 것도 자신에게 맞춰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얘기다.
특정 소재의 새로운 효능에 관한 연구 결과가 나오면 소비자들은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인삼의 경우에도 피부미용 효과, 천식 개선, 정자 수 증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인삼이나 홍삼을 ‘천식치료제’ ‘정력강화제’라고 말하는 전문가는 없다. 인삼은 약성(藥性)이 있는 식물일 뿐이지, 특정 증상의 치료제로 개발한 양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인삼을 약재로 써온 한의사들은 인삼을 ‘보기(補氣)의 대표 약’으로 본다. 기가 허해서 생긴 증상이라면 인삼이 여러 방면으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기가 허해 당뇨가 오고 성 기능이 약해졌다면 전문가를 통해 인삼을 약재로 복용해서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기허(氣虛)가 아닌데 발생한 증상에는 소용이 없다. 그래서 ‘인삼=당뇨치료제’라고 여기면 안 된다.
이처럼 특정 성분이 특정 증상에 효과를 낼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맞지는 않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약이 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범람하는 정보에 휩쓸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진부한 말이겠지만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는 것 역시 필수다. 건강기능식품 오·남용은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인터넷·텔레비전 등 관련 매체도 특정 질환에 무조건 좋다는 식의 정보 제공을 지양하고 객관적 검증이나 비평적 접근을 통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한의사나 의사 등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인들과 제품을 생산하는 업계의 좀 더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부작용 호소 등 부정적인 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구실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능성 제품들을 본래 취지에 맞게 복용할 수 있도록 산업계와 의료계, 그리고 소비자들 모두 인식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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