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고 술은 적당히 마시고 음식은 적게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해 표준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특히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건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러나 비용도 부담이 되고 시간 여유도 없어서 일일이 챙겨먹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삼·홍삼·비타민·오메가3·유산균·글루코사민·프로폴리스·스쿠알렌 같은 각종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갖고 있기는 한데 약이 아닌 식품이라 부작용이 없을 것 같고, 또 알약이나 캡슐 등으로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어서 끌리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펑셔널푸드(functional food ·기능성 식품), 뉴트라슈티컬(nutra-ceutical)로 불리는 건강기능식품이 나타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1950년대 이후 역학연구(집단을 대상으로 질병의 원인을 밝히는 연구 방법)가 발전하면서 음식이 질병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발표된, 사람을 대상으로 관찰한 역학연구들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많이 먹는 사람들은 적게 먹는 사람들보다 암이나 심혈관 질환 발생이 확실히 적은 것으로 밝혀졌다.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각종 비타민, 항산화물질, 기타 영양물질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수십 년 전부터 과일과 채소 등으로부터 천연 비타민, 항산화물질 등을 추출하거나 이들 영양물질과 화학적 구조가 같도록 합성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바로 건강기능식품이다. 이러한 건강기능식품은 과일과 채소 등에 들어 있는 천연 영양물질과 화학적 구조가 같은 물질이기 때문에 의학적 효능도 동일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건강기능식품이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고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실험실 연구나 동물실험뿐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서도 입증이 되어야 한다. 사람에게는 효능이 나타나지 않거나 효능이 있더라도 부작용 따위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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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조남진
그렇다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정식 인정을 받아 유통 중인 건강기능식품들은 표시된 기능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쳐 입증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제도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 그 내용 자체가 비과학적이고 비의학적이며 근거가 취약하다.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 등급으로 분류된다. 생리활성 기능의 경우 기능성 근거 자료의 정도에 따라 질병발생위험감소기능, 생리활성기능 1등급(에 도움을 줌), 생리활성기능 2등급(도움을 줄 수 있음), 생리활성기능 3등급(도움을 줄 수 있으나 관련 인체 적용시험이 미흡함)으로 분류한다.

기능성이 가장 높은 ‘질병발생위험감소기능’이란 “기능성 근거자료가 질병발생위험감소를 나타내며, 확보된 과학적 근거 자료의 수준이 과학적 합의에 이를 정도로 높을 경우 ‘질병발생위험감소기능’이 인정된다”라고 (어려운 용어들로) 서술하고 있다. 이 등급에 해당하는 건강기능식품은 현재 골다공증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칼슘과 비타민 D, 그리고 충치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자일리톨 등 총 3종뿐이다. 이보다 아래 단계인 생리활성기능 1등급은 총 7종이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에 해당하는 220여 종은 생리활성기능 2등급과 3등급으로 분류되는데, 특히 3등급은 인체적용 시험이 미흡한 것으로 임상시험을 통한 근거가 없다고 한다.

ⓒ연합뉴스건강기능식품 품목별 생산액 1위를 차지한 홍삼도 임상적 근거가 현재까지는 불충분하다.
그렇다면 건강기능식품 등급 중 기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류되는 칼슘과 비타민 D 보충제는 골다공증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준다는 ‘과학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음식이나 햇볕을 통하지 않고 칼슘이나 비타민 D 보충제를 복용하는 경우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거나 골다공증 발생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근거는 여전히 부족하다.

2013년 2월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에서는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발표된 실험실 연구, 동물실험 연구뿐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하고 검토했는데, 골절을 예방할 목적으로 칼슘과 비타민제를 권고하거나 권고를 반대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일정 용량 이하(칼슘은 하루에 1000㎎ 이하, 비타민 D는 하루에 400 단위 이하)에서는 효능이 없음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는 권고안을 새롭게 제정했다. 게다가 2010년 영국 의학저널(BMJ)에는 이전에 발표된 7편의 임상시험 결과를 종합한 결과, 칼슘보충제가 오히려 심근경색증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2013년에는 미국에서 38만여 명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스웨덴에서는 6만여 명을 대상으로 19년 동안 관찰한 결과 칼슘보충제를 복용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 질환과 사망률이 오히려 높았음이 연달아 보고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칼슘과 비타민 D는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하지만 최신 연구 결과와 최신 권고안에서는 질병 발생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며, 칼슘보충제의 경우 오히려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러한 최신 연구 결과를 즉각 검토하고 반영해야 한다.

효능과 안전성 입증되지 않은 제품 수두룩

한편 식약처에서 보고한 2011년도 건강기능식품 품목별 생산액을 보면 1위가 홍삼이다. 홍삼은 한 해 총 1조3000억원에 이르는 건강기능식품 생산액 가운데 53%에 해당하는 7191억원을 차지했다. 하지만 홍삼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임상적 근거는 현재까지 불충분하다.

건강기능식품 생산액 2위를 차지하는 비타민제나 항산화보충제의 경우 47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오히려 사망률을 5% 높인다는 메타 분석(여러 연구를 종합하는 통계분석) 논문이 2007년 미국 의학협회지에 실렸다. 이뿐만 아니라 2010년에는 22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암 예방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메타 분석이, 2013년에는 50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타 분석이 저명한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올해 2월에는 미국 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에서 전 세계에서 발표된 모든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개별 비타민제나 종합 비타민제가 암이나 심혈관 질환 예방에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베타카로틴은 폐암 발생 위험을 오히려 높이고 비타민 E는 효능이 없기 때문에 복용하지 말 것을 권고안으로 만든 것이다. 이 외에도 비타민제가 감기나 피로회복 혹은 피부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 역시 아직까지 입증된 바 없다.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의 경우에는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종전에 발표된 임상시험을 종합한 연구보고서를 낸 바 있는데 내용이 우울하다. 해당 제품의 제조 회사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시행한 연구들이나 질적 수준이 낮은 연구들에서만 관절 통증 감소 등 효과가 관찰되었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이나 결론에 이해관계가 개입되었거나 질적 수준이 낮아서 효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결론이어서다. 두 제품은 2012년부터 건강보험급여 목록에서 제외되었다.

오메가3 지방산보충제의 경우에도 2012년에 14편의 임상시험을 종합한 결과 심혈관 질환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 2차적인 심혈관 질환 예방 목적으로 투여할 때 효능이 없음이 밝혀졌다.

폴리코사놀은 콜레스테롤 개선에서 생리활성기능 1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하지만 폴리코사놀의 효능에 대한 임상시험은 대부분 폴리코사놀의 원료가 되는 사탕수수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쿠바에서 시행된 연구로 쿠바 외에서 시행된 임상시험에서는 효능이 없다는 결과도 나와 아직까지 그 기능성이나 효능에 의문이 든다.

1957년 독일 그뤼넨탈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탈리도마이드라는 진정제는 1962년 중반까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미국 등에서 임신 3개월 미만의 초기 임산부의 입덧을 가라앉히는 데 효과가 있어 개인의원이나 병원에서 의사들이 처방을 많이 했다. 하지만 40여 나라에서 팔다리가 짧은 해표상 기형아가 1만명 이상 태어나 판매가 중지되었다.

비단 의약품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에 해당하는 기능성 원료 제품 역시 단기적인 효능만을 확인할 것이 아니라 안전성까지 반복적이고 대규모의, 질적 수준이 높은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이 된 후에야 시판되어야 한다. 정부와 식약처는 건강기능식품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최신의 임상시험 결과들과 종합한 연구 결과들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그 효능(기능성)과 안전성을 근거 있게 재평가해야 한다. 또한 건강기능식품 역시 의약품으로 분류해 엄격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기자명 명승권 (의학박사·가정의학과 전문의)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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