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남자’들의 유쾌한 해프닝


파란 얼굴의 세 남자가 찾아왔다. 블루맨 그룹. 그들의 얼굴을 보면 퍼뜩 ‘별나다’라는 생각이 들지 모른다. 마치 빡빡머리를 페인트 통에 밀어넣었다가 금방 꺼낸 듯 둥근 얼굴이 파랗게 번뜩인다. 공연도 외모만큼 별나다. 빛이 나는 통을 난타하거나, 긴 파이프를 이용해 기묘한 소리를 연주하거나, 입속에 시리얼을 쑤셔넣고 오물오물 씹어댄다. 음악·예술·코미디·멀티미디어 같은 장르가 뒤섞이다 보니 그들의 공연은 해프닝 혹은 실험극이라 불린다.

당연히 음악도 독특하다. 튜브·튜블럼(PVC 악기)·드럼본(튜브로 만든 타악기)·에어폴(공기 막대 악기)·엔젤 에어폴처럼 보통 사람들은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악기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한다. 주최 측은 상상을 초월하는 그같은 음악과 말 한마디 없이 보여주는 익사이팅한 동작이 “시종일관 관객의 입에서 탄성을 터뜨리게 한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왜 하필 파란색일까. 소문에 따르면 저항의 의미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말, 미국 정부가 검열 등으로 모더니즘을 제도화하고 그것을 비평해야 할 비평가들이 시류에 편승하자, 그것에 대한 저항으로 얼굴에 파란색을 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초록색은 너무 외계인 같고, 노란색은 너무 광대 같고, 파란색은 거리감을 조성하면서도 친근감을 준다고 생각했다. 분장용 파란색 물감을 바르는 데 두 시간 넘게 걸린다”라고 말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6월10~22일 16차례 공연한다.



몸이 싱싱해지는 오디의 달콤한 맛


도시에 살면 계절이 가는지 오는지 쉽게 가늠하기가 어렵다. 또 짬짬이 재래시장에 나가보지 않으면 제철 과일을 맛보기도 어렵다. 인터넷에서 봄철 과일을 검색해보았더니 벌써 노지 딸기는 철이 지났고 앵두는 끝물이다. 그럼 이제 오디가 검붉게 익고, 살구와 자두가 노랗게 익어가는 건가.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오디는 달콤한 추억의 열매다. 군것질거리가 흔치 않던 시절, 땡볕 아래서 오디를 얼마나 따먹었던지 입술과 혓바닥과 옷 앞자락이 매일매일 검붉었다. 지금도 뽕나무에서 오디가 달착지근하게 익어가는 모양이다. 무주 산기슭에 사는 블로거 김광화씨(blog.daum.net/flowingsky/10471791)가 오디 익어가는 풍경을 기록했다. 

〈올해 앵두는 정말 대단했다. 하늘 나는 까치들 마음껏 먹고, 동네 아이들 오며 가며 먹고, 모내기하며 새참으로 먹고…. 지나가는 길손들마저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주렁주렁 달렸다. 이렇게 온갖 인심 다 쓰고도 앵두가 남아 주스를 여러 병 만들었다. 이제는 모두가 먹을 만큼 먹었는지 마을 아이들도 그리 찾지 않는다. 바람에 저절로 떨어지는 앵두가 길가에 붉은 수를 놓는다.

앵두가 물릴 만하니 오디가 짠! 밭에서 일하다가 오디를 흘끗 보니 내일이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내에게 이 말을 했더니 “벌써 나는 따 먹었는걸” 한다. 아니 벌써 오디가! 집 뒤 뽕나무를 올려다보니 정말 잘 익은 오디가 거뭇거뭇 보인다. 그 중 한 알을 따서 맛을 보았다. 빛깔은 검지만 아직 단맛이 강하지 않다. 한 줌을 땄다. 오는 길에 남은 앵두도 조금 따고. “상상아, 첫 오디야.” 아들에게 말하니 “저는 며칠 전부터 먹었는데요” 한다. “그래?” “저도 다른 애들이 먹는 거 보고 알았어요. 이 동네 애들은 먹는 거에 귀신이잖아요.” 땅만 보지 말고 이따끔 위도 올려다볼 일이다〉.

블로거 김광화씨는 무주에서 자연식을 실천하고 있는 농부이다. 최근 아내 장영란씨와 함께 〈자연 그대로를 먹어라〉(조화로운 삶)를 펴냈다. 김씨 부부에 따르면, 과일을 제철에 먹으면 몸이 싱싱해지고, 단순하게 먹으면 집중하는 힘이 생기고, 통째로 먹으면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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