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경찰공무원 친목단체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경우회)의 정권 우호적인 활동 중심에는 구재태 중앙회장이 자리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출신인 구 회장은 충남지방경찰청장, 경찰청 보안국장 등을 역임한 뒤 2008년 5월부터 7년째 경우회장을 맡고 있다.

대한민국재향경우회법에 따라 설치된 경우회는 정관에 1963년부터 3년 임기의 회장직을 연임까지만 가능하도록 규정해두었다. 그러나 올해 5월로 연임이 끝난 그는 정관을 전격 개정해 한 차례 더 회장직을 맡았다. 그 뒤 정권과의 돈독한 유대를 바탕으로 한편으로는 정권 홍위병 역할에 앞장서고 다른 한편으로는 왕성한 이권사업을 추진 중이다.

친정권 성향의 집회에 단골로 이름을 올리는 보수 단체 가운데 규모가 큰 곳이 경우회와 고엽제전우회인데, 구재태 회장은 양 단체 모두와 관련이 있다. 그는 경찰에 입문하기 전 해병대 초급 장교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가 고엽제 피해를 입었다. 그 자격으로 고엽제전우회 행사에도 단골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2012년 ‘경우의 날’ 기념식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와 구재태 경우회 중앙회장(오른쪽)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구 회장의 끈끈한 관계는 2012년 4월27일 고엽제전우회 창립기념 행사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와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박근혜 후보 앞에서 “올해 12월에는 나라의 명운을 건 대통령 선거가 있다. 투철하고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 민생을 책임질 지혜로운 영도자를 뽑는 데 13만 고엽제전우회 회원과 우리 150만 회원의 재향경우회가 힘을 합해 동참하자”라고 기염을 토했다. 정치 중립을 규정한 경우회법 5조4항을 무력화하는 순간이었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경우회는 종북세력으로부터 지켜주는 첨병”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논란이 불거지는 등 국민적 비판이 높아지자 구 회장은 경우회를 정권의 방패막이로 끌어들였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을 비호하고 이 사건의 내부고발자로 나선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성토하는 가두집회를 연달아 여는가 하면, 5개월 동안 서울 도심의 주요 시위 장소에 무려 1300여 차례 집회신고를 하는 방법으로 시민사회단체의 정부 비판성 집회를 무력화하는 데 앞장섰다.

그에 대한 보답이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11월21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우의 날’ 50주년 행사에 ‘끈끈한 우애’를 과시하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이 대독한 메시지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 안전의 파수꾼이자 법질서의 수호자로 국가를 위해 헌신해오셨고, 현직을 떠나신 이후에도 그간의 경륜을 살려 국가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경우회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정부도 경찰관의 제복이 더욱 빛나고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펼쳐가겠다”라고 밝혔다. 축사에 나선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경우회가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를 이끌어 이 나라를 종북세력으로부터 굳건히 지켜주는 첨병이 돼 감사하다. 당은 경우회가 국민들로부터 충분히 존경받고 은퇴 후에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며 여생을 마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재태 회장은 지난 4·11 총선 때 현직 경우회장 자격으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 신청을 내기도 했다. 올해 들어 경우회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유가족과 야당을 정면으로 공격하는 집회를 수십 차례 열고 보수 신문에 ‘이런 국회 필요 있나?’ ‘정부 실패가 곧 국민 불행입니다’ 따위 광고를 수십 회에 걸쳐 실었다. 한편으로 경찰병원 장례식장 운영권 확보와 경우회관 건립 추진사업 등을 밀어붙이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기자명 정희상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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