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 길지 않은 IT 역사에서 증명된 격언이다. 수많은 IT 기업이 ‘다 이루었다’고 안심할 무렵 기울기 시작했다. ‘아이러브스쿨 사이트’ ‘프리챌 커뮤니티 서비스’ ‘네이트온 메신저 서비스’ ‘싸이월드 SNS 서비스’ ‘미투데이 SNS 서비스’ 등이 그렇게 해서 사라지거나 시장에서 도태되었다.

왜 그랬을까? IT 서비스의 흥망에 반복되는 요인이 있다. 바로 대체재가 나타났을 때 기운다는 것이다. 아이러브스쿨은 사람들이 찾고 싶은 동창을 다 찾고, 보고 싶은 동창을 다 만난 뒤, 그 다음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음 카페’ 등의 서비스에 밀렸다. 프리챌의 커뮤니티 서비스는 유료화 정책 실패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방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읽어내지 못해 싸이월드에 밀렸다. 싸이월드는 네이트온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적응력이 떨어져 미투데이에 밀렸고, 미투데이는 글로벌 확장성에서 뒤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밀렸다.
 

ⓒ시사IN 윤무영텔레그램이 앱 다운로드 순위 1위에 올랐다.

37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이 위기라는 얘기가 솔솔 나온다. 대체재인 텔레그램(Telegram)의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장병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앱 다운로드 순위 100위권 밑이던 텔레그램은 검찰의 ‘사이버 사찰’ 발표 이후 사흘 만에 45위까지 뛰어올랐고, 9월24일 이후 부동의 1위였던 카카오톡까지 제쳤다(아이폰 앱 기준).

텔레그램 열풍에서 주목할 부분은 확장 가능성이다. SNS 서비스에서 주목할 부분은 10~20대가 사용하는 서비스(미투데이·요즘 등)보다 30~40대가 사용하는 서비스(트위터·페이스북)가 우세했다는 것인데 텔레그램도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이용자층이 상대적으로 SNS에 적극적인데, 이들의 관심사가 요즘 텔레그램으로 집중되고 있다.

텔레그램 열풍과 관련해서 비교할 만한 메신저 서비스가 있다. 바로 바이버(Viber)다. 이 서비스 역시 국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면서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자리를 잡지는 못했다.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관계망 서비스다. 나와 소통할 사람이 이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팩스로 문서를 보내려는데 상대방이 팩스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이버는 티핑포인트(어떤 상품이나 아이디어가 폭발적으로 번지는 순간을 가리킴)를 갖지 못했다.

텔레그램은 바이버와 다르다. 검찰의 모바일 메신저 감시 강화 방침과 각종 검열 사례가 보도 되고 열풍이 재조명되면서 확실한 티핑포인트를 맞이했다. 텔레그램 이용자의 확장은 이제 새로운 서비스를 남들보다 빨리 이용하는 ‘얼리어답터’ 층을 넘어서 일반 이용자들에게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도 확장 가능성을 높여준다.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게 다운로드하고 가입해서 이용할 수 있다. 큰 계기가 없다면 당분간 기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기자명 고재열 기자 다른기사 보기 scoop@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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