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모아주던 카톡 어쩌다 ‘가카의톡’ 됐나
  • 천관율 기자
  • 호수 369
  • 승인 2014.10.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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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트위터와 같은 개방형 SNS에 집중한 반면 새누리당은 폐쇄형 SNS인 카카오톡을 활용하는 데 진력했다. 2012년 대선에서 카카오톡을 통해 정치 메시지를 확산시켰던 여당의 SNS 전략이 위력을 발휘했다.
총선과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2002년 대선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었다. 인터넷이라는 뉴미디어의 위력에 참패를 당했던 2002년처럼, 2011년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의 새바람을 몰고 왔다. SNS는 야당의 놀이터였다. 한나라당은 속수무책으로 밀렸다. 2002년의 악몽 재연은 기정사실로 보였다.

처음에는 궁여지책이었다. 2011년 7월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의 디지털 선거전략 담당자는 아이패드 수십 대를 사들여, 투표권자인 당원 연락처를 입력했다. 그리고 카카오톡을 켰다. 평균연령이 높은 한나라당 당원들은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쓰지 않아서 모바일 선거운동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카오톡에서는 꽤 여러 당원이 포착됐다. “이거다 싶었다.” 담당자의 회고다. 캠프는 아이패드를 풀가동했다.

당시 전당대회 과정에서 실감한 카카오톡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한다. 장년층 이상의 한나라당 당원들은 마치 홍준표 후보로부터 직접 메시지를 받은 것처럼 반응해왔다. 답장도 숱하게 들어왔고, 유세장에서 반갑게 카카오톡 이야기를 꺼내는 당원도 많았다. 오로지 카카오톡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홍 후보는 그 전당대회에서 1등을 해 당대표가 되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9월에 낸 ‘카카오톡’ 보고서.
전당대회가 끝난 후 기자는 홍준표 캠프의 담당자와 만나 카카오톡 메시지가 왜 더 효과적인지 물었던 적이 있다. 그는 “트위터보다는 카카오톡과 같은 밀착형 SNS가 우리 지지층에 더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트위터와 같은 ‘개방형 SNS’와 달리 카카오톡은 ‘아는 사람끼리 쓰는 SNS’다. 메시지를 아는 사람에게 받으므로 더 쉽게 마음을 연다. 젊은 층은 홍보 메시지를 스팸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장년층이 많은 한나라당 지지층은 유명 정치인 이름으로 메시지가 오면 ‘내게 마음을 써준다’고 받아들이는 경향도 보인다.

한나라당이 트위터·페이스북에서 밀린 것은 전화위복이 되었다. 궁여지책으로 발견한 카카오톡은 곧 트위터·페이스북보다 여론전에서 훨씬 위력적인 도구로 판명되었다. 첫째, 가입자 수가 훨씬 많다. 2014년 현재 스마트폰 사용자 3800만명 중 3700만명이 카카오톡 이용자다. 사실상 모바일 이용자 전체가 가입자다. 둘째, 개방형 SNS에서는 잡히지 않는 장년층을 포착할 수 있다. 셋째, 실제 지인들 간의 네트워크다. 메시지를 더 잘 믿고 더 널리 퍼뜨려준다. 넷째,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폐쇄형 SNS여서 개방형 SNS보다 표현 수위를 높일 수 있다.

2012년은 정치 메시지 확산 전쟁에서 폐쇄형 SNS가 개방형 SNS에 완승을 거둔 해다. 2012년 대선이 끝나고 박근혜 캠프가 내부적으로 진행한 대선 평가에서는, 카카오톡이 트위터·페이스북보다 훨씬 위력을 발휘한 SNS로 꼽혔다고 한다. 한 캠프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개인에게 말을 걸듯 감성으로 접근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최대 1700만명에게 확산된 메시지도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SNS 중에서 실제로 표를 벌어온 것은 단연 카카오톡이었다”라고 귀띔했다.

반면 2012년께부터 트위터와 같은 개방형 SNS는 메시지 확장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개방형 SNS는 메시지가 불특정 다수의 눈에 뜨이기 쉬워서 특히 ‘진흙탕 만들기 전략’에 취약하다. 혐오·증오·경멸·냉소 등 부정적 뉘앙스의 메시지가 늘어날수록 진흙탕이 되기 쉬운데, 진보·보수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정치적인 적대감이 높아지면서 개방형 SNS에서의 메시지가 격해졌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조직적 개입도 격한 메시지 생산에 일조했다. 그 결과, 개방형 SNS에서의 메시지는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는 보수대로 자기 진영 안에서만 돌아다녔다. 확장성은 증발했다.

대선 이후에도 카카오톡은 보수의 여론전 거점이 되었다. 2013년 남북정상회의록 공개 정국, 국정원 대선 개입 정국, 2014년 지방선거, 세월호 특별법 정국 등 여권이 직면한 고비 때마다 카카오톡은 들끓었다.

세월호 특별법 정국은 그 절정이었다. 전원 의사자 지정, 공무원 시험 가산점, 유가족 생활 평생지원, TV 수신료 감면, 수도·전기요금 감면, 아이보기 지원, 간병 서비스 등의 혜택이 유가족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가 카카오톡을 타고 돌아다녔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10월1일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자신의 카톡 메시지가 어떻게 압수수색되었는지 말하고 있다.
좋은 무기라고 너무 마구 휘둘렀을까. 카카오톡을 통한 유언비어 유포가 도를 넘으면서, 일각에서는 카카오톡을 ‘카더라톡’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보수 유언비어가 카카오톡을 뒤덮는 사례가 거듭되자 피로감을 느끼는 여론도 점차 높아졌다. 카카오톡의 역습에 둔감하던 야당도 결국 반응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올해 9월 <그들은 어떻게 카카오톡을 카더라톡으로 변질시켰나?>라는 보고서를 내고, 특히 세월호 특별법 정국에서 카카오톡을 뒤덮은 유언비어 사례를 수집해 보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 발언이 분기점

박근혜 대통령이 본인 입으로 “대통령 모독 발언이 도를 넘었다”라고 언급한 것은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이 ‘하명’을 받은 검찰이 대책회의에 다음카카오 고위 인사를 참석시킨 사실이 알려지자, 이제 ‘카더라톡’은 ‘가카의톡’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일련의 맥락에서 보면, 사이버 망명 물결은 카카오톡 검열 논란 때문에 갑자기 등장한 돌발 사건만은 아니다. 2012년부터 카카오톡이 보수 담론과 유언비어의 유통경로가 되어온 과정이 있었다. 이는 특히 반(反)새누리당 성향의 정치 고관심층에 불만을 누적시켜왔다. 검열 논란은 이 짚더미에 불씨를 던진 격이었다. 텔레그램 등으로 향하는 ‘망명객’의 1차 물결은 반새누리 성향의 정치 고관심층이 주력으로 보인다.

사이버 망명으로 분출된 흐름은 어디로 흘러갈까. 일단은 ‘찻잔 속의 태풍’ 전망이 다수설이다. 반새누리 성향 정치 고관심층이 움직이는 것만으로는 메신저 시장의 지각변동을 논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숫자다.

하지만 몇몇 IT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핵심 키워드는 ‘신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IT 업계는 철도나 전신 사업과는 다르다. 시장 진입 비용이 워낙 낮아서 독점효과가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야다.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던 업체들도 한순간에 무너지곤 했다”라고 지적한다(위 상자 기사 참조). 카카오톡이 정치 고관심층을 넘어 대중의 신뢰를 잃는 일이 벌어진다면 상황은 달리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관건은 이번 검열 논란이 정치적 성향을 따라 전통적인 ‘진보 대 보수’의 구도에 머물 것인가, 이를 넘어 ‘사생활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사찰’이라는 좀 더 큰 구도로 확장될 것인가이다. 전자라면 상황은 소수의 정치 고관심층이 ‘전용 놀이터’를 마련하는 정도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 마치 네이버와 다음처럼, 메신저의 정치담론도 양극화해서 서로 멀어지는 효과가 날 수 있다.

하지만 구도가 후자로 확장된다면, 그때는 이슈의 폭발력이 비교할 수 없이 커진다. 상황이 후자로 전개될 만한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개인의 은밀한, 때로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사생활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사실을 반길 시민은 거의 없다(16~19쪽 기사 참조). 이 구도가 된다면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신뢰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면 여론전의 확장력도 제약될 수 있다. 정치담론 시장과 여론전이라는 관점에서도 카카오톡은 고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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