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조·중·동의 완패다. 미국산 쇠고기 파문 이후 조·중·동은 총력전을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로또 1등에 당첨돼 그 당첨금을 받으러 가다가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 낮다며 방어막을 쳤다. 괴담이 난무하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느냐며 괴담을 발본색원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모든 화력을 동원해 괴담을 진화하려 했지만, 결국 진압하지 못했다. 조·중·동이 사실상 작전 참모 노릇을 한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도 별무 효과였다. 급기야 촛불집회는 거리 시위로까지 번졌다. 정부는 무차별 연행으로, 또 엄단 방침으로 겁을 주었지만 이 역시 먹혀들지 않았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자발적인 ‘닭장차 투어’ 캠페인으로 경찰의 연행 방침을 무력화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은 도리어 역효과를 냈다.

집권 세력과 조·중·동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비난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 10년을 허송세월한 것은 바로 자신들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 일련의 행태는 그들이 세상의 변화에 얼마나 둔감했는지 말해준다. 또 하나, 조·중·동의 여론 통제 파워가 결코 이전 같을 수 없음을 새삼 재확인해주고 있기도 하다.

‘아고라’에 대한 보수·진보 언론의 상반된 시각

미디어다음 ‘아고라’를 촛불집회의 배후로 지목한 조선일보 5월27일자 기사.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미국산 쇠고기 반대 운동의 근거지가 된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가 그 실마리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정보·여론의 유통과 수렴 구조에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은 아고라를 촛불집회와 거리 시위의 ‘진원지’이자 ‘배후’로 꼽았다. 반면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는 아고라를 ‘대안적 공론의 장’이자 ‘저항의 메카’로 평가했다. 관점이야 어찌 됐든, 아고라가 쇠고기 파문의 와중에 정보와 여론 유통의 중심 구실을 한다는 것만은 모두가 시인하는 셈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고교 2학년생으로 10대의 반란을 주도한 ‘안단테’가 이명박 탄핵 서명운동을 시작한 곳이 바로 아고라이고, 광우병 우려 등에 대한 전문가 집단 이상의 토론이 이루어진 곳도 바로 아고라다. 촛불집회의 이슈와 구호, 진행 방법, 전략 등이 논의되고 수렴되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디지털 현장 저널리즘이다. 촛불집회와 거리 시위는 말 그대로 참여자나 시민, 혹은 전문 누리꾼에 의해 생중계된다. 공중파 TV 보도 등에 비해서는 비록 거칠고, 투박하지만 신속하고, 현장감 넘치는 화면과 정보를 제공하는 데는 제도권 언론이 따를 수가 없다. 실시간 현장 중계로만 따지자면 과연 기성 TV 보도가 이들 ‘거리의 아마추어 저널리스트’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들 새로운 미디어와 저널리스트들은 배타적이지 않으며 ‘공유’와 ‘연대’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기존 상업 저널리즘에서 찾아볼 수 없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가령 이들은 스스로 많은 정보를 생산·유통하면서도, 기존 미디어의 필요성과 그 구실에 대해 적극 평가와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경향신문이나 한겨레에 대한 네티즌의 ‘응원 광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고라’가 떠오르는 바람에 인터넷 포털 뉴스 사이트의 주간 페이지뷰도 그 순위가 바뀌었다. 인터넷 조사업체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쇠고기 이슈가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 4월 둘째 주 주간 페이지뷰는 네이버 뉴스가 미디어다음보다 10% 정도 많았다. 하지만 아고라의 토론장에 불이 붙으면서 미디어다음이 네이버 뉴스를 4주 연속 앞질렀다. 신문 또한 마찬가지다. 경향신문은 5월 들어 매일 사상 최고의 구독신청을 기록한다는 소식이다. 조·중·동으로서는 참으로 재미없고, 견디기 힘든 5월이 아닐 수 없다.

기자명 백병규 (미디어 평론가)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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