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감이 떨어져 있는 길. 따지 못한 농익은 복숭아를 애써 외면하며 터벅터벅 걸어왔던 길. 그 길 따라 요란한 굉음으로 질주하던 레미콘 트럭 앞에, ‘할매’들이 몸을 던져 앉았다. 삼평1리(경북 청도군 각북면) 송전탑 공사장으로 가는 트럭이다. 삼복더위가 한창인 7월29일 오후였다.

한국전력은 북경남 변전소에서 대구에 이르는 송전선로 공사를 추진 중이다. 그 마지막 공사 구간이 바로 삼평1리. 주민들은 송전선로를 땅에 묻는 지중화 공사를 요구했으나 한전은 비용 증가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주민들이 반발하자, 한전은 법원에 대체집행 심리를 신청했다. 그리고 심리 사흘 전인 7월21일 새벽, 기습적으로 공사를 강행해 주민들을 격분케 했다. ‘할매’들이 길을 막아선 이유다.

삼평리는 예전의 평화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할매들은 작은 평화가 되어 레미콘 트럭 앞에 앉는다.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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