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을 지역구에서 야권은 출발부터 위험한 밑그림을 그렸다. 나경원이라는 여권에서 가장 대중적인 정치인을 상대로,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와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야권 지지율을 나눠 가진 그림을 그린 것이다. 기 후보는 제1야당의 후보로 나섰지만 개인 인지도가 약하고, 노 후보는 개인 브랜드가 강한 반면 소속 정당의 지지율과 인지도가 낮다. 표면상 ‘3자 구도’이지만, 서로 다른 리스크를 품은 두 후보가 실상 ‘1강 2약’ 구도에서 선거전을 시작한 셈이다.

가장 다급한 쪽은 제1야당 후보로 나선 기동민 후보다. 기 후보가 직면한 난관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정치인 기동민을 각인시키기 쉽지 않아 선거 초반 대립 구도가 선명하지 못하다. 재·보선은 인지도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 준비 기간이 짧고, 선거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며, 투표율도 낮은 편이다. 역대 재·보선에서 중진급 정치인이 자주 출마한 이유는 이미 확보된 인지도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 안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신진급 인사가 중진급 정치인을 이기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지역을 빨리 선점하고, 당내 조직의 지원을 받으며, 상대보다 신선한 이미지를 강화해야 한다. 기동민 후보는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 어려웠다. 당초 광주 광산을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했던 기 후보는 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따라 7월8일 공천 수락 기자회견 이후에야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선거를 3주일 남겨놓은 시점이었다. 허동준 지역위원장과의 공천 갈등으로 지역 당 조직의 적극적인 지원도 받기 어렵게 되었다. 7월16일 허동준 위원장이 기 후보 캠프 개소식에 참여하며 서로 화해 제스처를 취했지만, 허 위원장이 지지자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는 게 지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나경원 후보에 비해 참신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전략도 공천 갈등에 묻혔다. 기 후보 캠프에서는 “더 이상 동작을 지역이 대권의 중간 기착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견제론을 강조하지만, 기동민 후보를 대안으로 각인시키는 데에는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사IN 조남진
ⓒ시사IN 조남진
ⓒ시사IN 조남진야권 후보가 표를 나누게 되면서 서울 동작을 지역구는 ‘1강2약’ 구도를 보이고 있다. 맨 위부터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노회찬 정의당 후보의 선거운동 모습.

두 번째 난관은 ‘노회찬 딜레마’다. 애초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기동민이라는 개인의 스토리를 7월30일까지 끌어올리려 했다. 그러나 노회찬 후보의 존재는 기 후보에게 초반 과속을 요구했다. 완만하게 치고 올라가며 여당 후보와 1대1 구도를 생각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초반 전략을 ‘2등 전략’으로 수정해야 했다. 선거 초반부터 3등으로 밀리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기 후보는 ‘박원순의 부시장’이라는 카드를 초반부터 전면에 내밀어야 했다. 그러나 선거 막판까지 박원순 대리전을 치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캠프 내부에서도 박원순의 기동민이 아닌 기동민 개인을 강조할 수 있도록 선거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초반부터 ‘박원순’을 강조했던 전략을 전면 수정하기란 쉽지 않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기 후보와 달리 ‘묵은 숙제를 엄마가 풀겠다’는 생활밀착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개인 인지도를 더 확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동작을 지역의 오랜 숙제인 부동산·교통·교육 이슈를 공략하며 굳히기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노회찬 후보는 ‘묵은 판을 갈아야 한다’는 정치적인 메시지와 ‘지금 국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물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 역시 여권 견제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결국 관건은 기동민과 노회찬, 둘 중 누가 ‘정권 견제를 위한 국회의원감이냐’다.

나경원 후보가 1위 굳히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야권이 당장 떠올릴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후보 단일화다. 그러나 갈 길이 험하다. 동작을에서 야권 단일화가 선거 승리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한 의원은 “정의당과 야권연대를 한다 하더라도, 노회찬 후보가 가지고 있는 지지율을 그대로 흡수할 수는 없다. 통진당 유선희, 노동당 김종철 후보가 있기 때문에 단일화를 하더라도 노회찬 지지자 중 일부는 이 두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라며 야권 단일화의 한계를 지적했다.

동작을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할까

정의당 역시 완주를 바란다. 이미 지방선거에서 노회찬·천호선이라는 두 대표 정치인이 ‘여권 견제를 위한 제1야당 힘 싣기’라는 명분으로 지방선거 출마를 포기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서는 당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정의당이라는 이름을 지난 지방선거에서야 처음 알게 된 유권자가 많다. 정당에 대한 인지도가 낮지만, 이번 재·보선이 인지도를 더 확장시킬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도 미지근하다. 당초 천호선 대표가 출마한 수원정(영통) 지역을 포함해 두 지역의 빅딜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새정치민주연합 송호창 전략기획위원장은 7월17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대 당 차원의 야권연대는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7월9일 내놓은 당 대 당 연대 제의에 대한 불가 의견인 것이다. 지역별 경선 방식을 통한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두지만, 구체적으로 진전시키지는 못했다.

야권연대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는 2016년 총선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음 총선에서 진보 정당에 끌려다닐 수는 없기 때문에, 진보 정당의 캐스팅보트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정이라고 여긴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정의당이 취하는 방식은 ‘협박 정치’다. 야권연대는 잘못하면 ‘나눠먹기’처럼 보일 소지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의당 흡수통합 가능성을 비롯해 7·30 재·보선 직후 야권 재편에 대한 요구가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야권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나경원 후보는 어부지리를 얻고 있다. 나경원의 ‘무혈입성’이 야권 덕에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더 많이 나오고 있다.

기자명 김동인 기자 다른기사 보기 astori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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