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로베르토 볼라뇨 소설 전집 완간 소식을 들은 날, 뉴스에서 본 것은 얄궂게도 미국 텍사스 주 엘파소 도로에 세워진 섬뜩한 광고판이었다.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조직이 경찰을 위협할 때 쓴다는 ‘플라타오플로모(PLATA·O·PLOMO:돈(뇌물)이냐, 총알이냐)’라는 글씨 아래, 올가미로 목을 죈 마네킹을 매달아놓은 검고 거대한 광고판(사진)은 볼라뇨가 소설 〈2666〉에서 직조해낸 악의 도시 ‘산타테레사’를 소개하는 웰컴보드처럼 보였다. 산타테레사는 미국 엘파소에서 25센트만 내면 걸어서 넘어갈 수 있는 멕시코의 접경도시 시우다드후아레스를 모티프 삼은 소설 〈2666〉 속의 주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