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표완수 대표가 불렀다. ‘〈시사IN〉 리더십 포럼’을 맡아 진행해달라고 했다. 그 전년도에 처음 생긴 리더십 포럼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버드 대학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출신 유학생들이 강사로 나선 유료 강연이었다. 나부터 거부감이 들었다. 또래 수강생들이 속된 말로 ‘재수 없는 강의’로 보지 않을까 싶었다.

〈시사IN〉과 인연이 닿은 사회적 기업 JUMP의 이의헌 대표와 머리카락을 쥐어뜯어 가며 손을 봤다. 대상을 고등학생으로 바꿨고, 소셜 펀딩으로 만들어진 〈시사IN〉 창간 취지에 맞게 사회 환원 차원에서 무료 강연으로 바꾸었다. 지방에서 과외 한번 받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했거나, 장애를 가졌지만 극복했고, 운동부 숙소 한구석을 집으로 쓸 만큼 가난했지만 꿈을 이룬, 스토리를 가진 유학생 강사들을 발굴해 강연을 부탁했다. 이들의 강연을 들으면서 나부터 ‘유학생=부유층=과외’라는 편견이 깨졌다.


자연스럽게 포럼 주제는 ‘꿈’으로 잡혔다. 4년 전만 해도 하버드 대학, MIT라는 간판에 낚여 유학 설명회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일부러 ‘반전 게스트’를 불렀다. 고졸 창업자인 서동효 모티브하우스 대표의 특강을 맨 앞에 배치했다. 서 대표는 유학 설명회로 착각하고 온 학생들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진정한 꿈의 의미를 불어넣어 주었다.

한해 두해 리더십 포럼을 진행하다 보니 하버드 대학, MIT뿐 아니라 컬럼비아 대학, 프린스턴 대학, 스탠퍼드 대학, UC 버클리 등으로 강사진의 풀이 넓어졌고, 전국 각 고등학교에도 입소문이 났다. 올해도 3~4월부터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특히 이런 강연이 드문 지방의 반응이 뜨거웠다. 올해 강원도에서 진행된 포럼에는 정원(250명)의 두 배가 넘는 600여 명이 지원했다. 충북과 서울도 마찬가지다. 서울 포럼의 경우, 포항이나 진주·여수 등 포럼이 열리지 않는 지역 학생들이 새벽기차를 타고 원정 수강을 오기도 했다.

리더십 포럼은 일회적인 강연으로 끝나지 않는다. 멘토-멘티의 소그룹 만남을 통해 SNS상에서 강사와 학생들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부터는 멘토-멘티라는 말 대신, 서동효 대표가 제안한 ‘꿈지기 만남’으로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 포럼을 거듭하다 보니 멘토가 멘티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서로 꿈을 지지하고 지지받는 관계가 형성되었다. 강연에 나선 유학생들도 한결같이 “고등학생들한테 자극을 받고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꿈지기 인연 맺기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기자명 고제규 기자 다른기사 보기 unjus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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