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초년생 시절, 이문재 시인이 문화부장(취재3부장)이었고 소설가 김훈 선생이 편집국장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이 이 모양인 것이 늘 죄송하다). 이문재 시인은 카푸치노처럼 향이 풍부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기사를 썼고, 김훈 선생은 에스프레소처럼 짧고 강렬한 칼럼을 썼다. 기자를 하면서도 둘은 시인다웠고 소설가다웠다. 김훈 선생은 소설의 등장인물처럼 행동했다. 개성이 강해서 그를 캐릭터로 소설을 쓰면 흥미로운 소설이 될 것 같았다. 그는 ‘사적 자아의 진실을 찾아 나선다’는 말을 남긴 채 소설의 주인공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반면 이문재 시인은 시처럼 말했다. 그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의 말은 모호해서 마치 선문답 같았다. 평상시에는 말수가 적었다. 느림을 좋아하던 그는 사색적이었다. 그러다 술이 들어가면 비로소 말문이 터졌다. 사색이 사변이 되어 흘러나왔다. 술이 더해질수록 말수가 늘었고 술과 술 사이에는 침묵이었다. 술과 술 사이를 참지 못할 때는 낮술을 마시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술은 ‘마취제’였지만 그에게는 술이 ‘각성제’였다. 사람들이 사물의 표면을 해석하려 할 때 그는 이면에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