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김봉대(78·오른쪽)·이곡지(71·왼쪽)씨 부부는 9년째 아들의 ‘반핵 인권운동’ 유지를 이어가고 있다. 아들은 ‘한국원폭피해자2세 환우회’ 초대 회장을 지낸 고 김형률씨(2005년 사망). 그는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자폭탄에 피폭당한 어머니 이곡지씨 몸에서 1970년에 태어났다. 형률씨는 방사능 노출 모체유전성 질환으로 알려진 ‘선천성 면역글로불린 결핍증’이라는 희귀병을 평생 앓았다. 그는 병마에 시달리며 숨어 지내던 비슷한 처지의 피폭자 2세들을 찾아 2002년 환우회를 결성하고 자신들의 참상을 세상에 널리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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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률씨의 유지는 원폭 피해자와 피폭자 2세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다. 아들이 못 이룬 꿈을 부모가 이어받았다. 김봉대·이곡지씨는 아들을 대신해 지난 9년간 전국을 오가며 특별법 제정 운동을 펼쳤다. 아들이 생전 컴퓨터에 저장해둔 활동 기록을 묶어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라는 단행본도 펴냈다. ‘거꾸로 2대’에 걸친 핵무기 피해 가족의 눈물겨운 노력은 원폭 2세 환우들의 쉼터인 ‘합천 평화의집’(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개원으로 결실을 보기도 했다.

현재 원폭 피해자 특별법은 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새누리당 김정록 의원이 공동 발의해 6월 국회에서 법안소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5월24일 오전 11시 부산 민주공원 민주항쟁기념관에서는 김형률씨 9주기 추모제가 열린다. 아버지 김봉대씨는 “형률이가 꿈꾼 핵무기 피해 없는 세상이 앞당겨질 수 있도록 국민이 나서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기자명 정희상 전문기자 다른기사 보기 minju518@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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