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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찾게 만드는 손석희의 ‘힘’

종합편성채널 JTBC의 세월호 침몰 참사 보도가 호평을 받고 있다. 진보 성향 시청자와 시민단체의 애정도 남다르다. 종편 방송사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대립각을 세우는 낯선 풍경도 묘하다.

진도·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2014년 05월 10일 토요일 제3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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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9시, 항구 쪽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다. 30여 명이 둥그렇게 모여 선 곳은 항구에서 다소 떨어진 주차장의 한구석. 그 가운데에 JTBC 손석희 앵커(보도 담당 사장)가 있다. 어두운 밤바다를 등지고 카메라 앞에 선 손 앵커는 차분하게 세월호 참사 관련 뉴스 원고를 읽어갔다. 기자의 리포트 영상이 나가는 짬에 한 실종자 아버지는 손 앵커에게 물 한잔을 건넸다.  모두 헛기침 소리 한번 내지 않고 1시간 동안 손 앵커 주변에서 뉴스를 경청했다. 지난 4월29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차려진 JTBC <뉴스9> 생중계 현장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종합편성채널 JTBC의 보도가 돋보이고 있다. 언론 인터뷰를 꺼리는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들도 JTBC에는 마음을 여는 경우가 많다. 지난 4월27일 한 실종자 아버지는 스스로 JTBC 중계차를 찾아가 인터뷰 영상을 찍었고, 같은 날과 다음 날 두 사망자 부모는 JTBC에 아이의 휴대전화 속에 담긴 동영상 파일을 건넸다. 민간 인양업체 언딘의 구조 독점 의혹을 알리는 익명·실명의 제보자들도 잇달아 JTBC를 찾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이명익</font></div>언론 인터뷰를 꺼리는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도 JTBC에는 마음을 여는 경우가 많다. 보도 못지않게 손석희 앵커(맨 오른쪽)개인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시사IN 이명익
언론 인터뷰를 꺼리는 유가족이나 실종자 가족도 JTBC에는 마음을 여는 경우가 많다. 보도 못지않게 손석희 앵커(맨 오른쪽)개인에 대한 관심도도 높다.

JTBC 보도의 인기에는 손석희 앵커의 힘이 크다. JTBC의 보도 내용 못지않게 손석희 개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팽목항에서 나흘째 같은 옷을 입었다’ ‘진행 도중 눈물을 흘렸다’ ‘저가 시계를 착용했다’ 같은 개인 신상에 관한 촌평이 화제가 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JTBC 내부에서도 손 앵커가 차지하는 비중을 작게 평가하지 않는다. JTBC 기자 ㄱ씨는 “확실히 손 앵커가 회사에 부임한 이후 JTBC 기자를 대하는 취재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매체의 신뢰성이 높아진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다른 JTBC 기자 ㄴ씨는 “최근 기자들끼리 ‘손 선배가 이 정도로 대단할 줄은 몰랐다’라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손 앵커 부임 초기에는 무리한 차별화 시도에 대한 우려가 내부에 적잖았는데,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에 관해서는 대다수 구성원이 지지하고 공감하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손 앵커의 힘과 별개로 JTBC가 원래 가지고 있던 몇몇 요소가 지금의 차별화된 보도를 이끌어냈다는 의견도 있다. JTBC 기자 ㄷ씨는 “개국 때부터 ‘조·중·동 종편’ 프레임에서 벗어나 차별화된 보도를 하자는 의지가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손 앵커도 JTBC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겠느냐”라고 말했다. 기자 ㄹ씨는 “세월호 보도 이전부터 JTBC는 밀양 송전탑 문제, 국정원 조작 사건 등 타 방송사가 소홀히 다루는 사안에 관심을 갖고 심층보도를 해왔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른 방송사와 차별화된 뉴스와 권력에 대한 가감 없는 비판에 시청자들은 지지를 보내는 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는 연달아 ‘징계’를 내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방심위는 JTBC <뉴스9>가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소식을 보도하며 김재연 통진당 대변인,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반론을 전한 것이 공정성 의무를 위반했다며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와 경고’를 의결했다. 이는 방송사 재허가 때 감점으로 이어지는 최고 수위의 징계에 해당한다. 지난 4월에는 JTBC <뉴스큐브6>이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의 피해자 유우성씨와 그의 변호인을 출연시켰다는 이유로 같은 수준의 징계를 내렸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참여연대 제공</font></div>JTBC 보도를 놓고 방심위의 징계가 잇따랐다. 종편 출범 당시 거세게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의 ‘지원사격’이 눈에 띈다.  
ⓒ참여연대 제공
JTBC 보도를 놓고 방심위의 징계가 잇따랐다. 종편 출범 당시 거세게 반대했던 시민단체들의 ‘지원사격’이 눈에 띈다.

최근 방심위 여당 추천 위원들은 세월호 구조 작업에서 다이빙벨 투입의 필요성을 밝힌, JTBC <뉴스9>의 이종인 알파잠수종합기술공사 대표 인터뷰에 대해서도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검증되지 않은 구조 방법을 언급해 여론을 악화시키고 구조 작업의 혼란을 부추겼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JTBC 김상우 보도국 부국장은 “구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인터뷰였으며 공정 보도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았다고 방심위 회의에 출석해 당당히 해명하겠다”라고 말했다.

“JTBC 선례, 언론 신뢰 회복에 도움 될 것”


종편 방송사가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 낯선 풍경보다 더 묘한 것은, JTBC에 쏟아지는 진보 성향 시청자와 시민단체의 애정이다. 이번 ‘다이빙벨’ 인터뷰 심의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 2만2279명(5월1일 기준)이 “JTBC <뉴스9>를 징계하려거든,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 당시 해당 사건의 전문가라며 KAL기 폭파범 김현희를 출연시킨 <뉴스Y>에 대한 징계를 먼저 처리해주기 바란다”라는 내용의 다음 아고라 청원에 서명했다. 과거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의 경험을 살려 일부 누리꾼은 ‘JTBC 광고주 상품 구매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종인 다이빙벨 인터뷰는 피해 전달보다는 ‘구조가 우선’이며 ‘피해 상황을 줄이기 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재난보도 원칙에 어긋남이 없는 보도”라며 JTBC를 옹호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도 방심위의 JTBC 징계 방침을 비판하며 지난 4월28일 방심위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두 단체 모두 종편 출범 당시 TV조선, 채널A와 함께 JTBC 개국을 거세게 반대했던 곳이다. 참여연대 정민영 간사는 “종편에 대한 기존 입장과는 별개로, 방심위가 수년간 정권 비판적 보도·다큐멘터리에 대해 광범위하게 정치적 제재를 가해온 것에 비춰볼 때 지금 JTBC에 연달아 내려지는 징계 역시 ‘비판적 방송 손보기’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JTBC가 보여준 성과는 향후 언론계에 선순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 참사 보도 이후 종편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계속해서 상승해온 JTBC <뉴스9> 시청률은 지난 4월29일 지상파 방송사 MBC의 <뉴스데스크> 시청률과 같은 5.4%를 기록했다. 타 종편 방송사 기자 ㅁ씨는 “선정적이거나 흥미 위주의 보도를 하지 않아도 경영상 이득이 생긴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JTBC의 선례가 다른 방송사에도 퍼지면 언론 전반이 신뢰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언론계 전체에 불신의 골이 너무 깊게 파인 것도 사실이다. 손석희 앵커를 신뢰해서 JTBC의 취재에 응했다는 세월호 참사 피해 학생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손 앵커 외 다른 언론은 신뢰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절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안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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