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본에 다녀왔다. 3년 전의 대지진 후유증을 극복하고 평온을 되찾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일본에서 놀란 것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운행 중인 지하철 내부에서 휴대전화 통화와 인터넷이 된다는 것이다. 어디서나 뻥뻥 인터넷이 터지는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이지만, 모바일 선진국을 자부하는 일본에서는 의외로 지하에서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이 많았다. 지하철에서 통화가 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이제는 휴대전화 전파가 닿지 않는 음영 지역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그 때문인지 일본의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 사람이 옛날보다 크게 줄어든 느낌이었다.

또 하나 놀란 것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인기였다. 네이버의 일본 법인인 라인주식회사(옛 NHN재팬)가 2011년 6월에 내놓은 라인은 3년이 채 안 되는 사이 전 세계에서 약 4억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그중 5000만명 이상이 일본의 가입자다. 인구 1억3000만명 규모인 일본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60%인데, 그렇다면 일본 성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부분이 라인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카카오톡처럼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된 것이다.

ⓒ임정욱 제공일본 서점에는 ‘라인’ 관련 활용서가 많이 나와 있다(위). 일본에서 5000만명 넘게 서비스에 가입했다.
실제로 일본의 서점에 가보니 ‘라인 공략술’ 따위 활용서가 많이 나와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관련 책보다 라인에 관한 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신주쿠의 한 액세서리 가게는 라인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 코너를 크게 만들어놓고 손님을 끌고 있었다. 라인주식회사의 모리카와 CEO는 각종 미디어에 쉴 새 없이 등장하는 일본 IT업계의 스타가 되어 있었다.

라인은 어떻게 일본에서 초절정 인기를 누리게 되었을까. 일본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두 가지 이유를 많이 들었다.

첫째, 매력적인 스티커 캐릭터다. 일본인들은 원래 휴대전화나 PC에서 그림문자를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어로 그림문자를 뜻하는 ‘에모지(Emoji)’라는 말은 이제 서양에서도 잘 알려진 단어가 됐을 정도다. 그림문자로 감정을 표현하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라인의 풍부하고 개성 있는 스티커가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캐릭터 왕국인 일본에서 라인의 성공은 캐릭터 유료 매출로 이어졌다.

둘째, 무료 문자와 무료 음성통화 기능(보이스톡)이다. 일본은 아직도 통화요금이 무척 비싸다. 장거리 통화요금도 매우 비싼 편이다. 나고야에 부모님이 있다는 도쿄의 한 지인은 “한 달에 통화요금만 거의 2만 엔(약 21만원)이 나왔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게 하고, 라인으로만 통화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전화요금을 대폭 절약했다”라고 말했다.

라인의 성공으로 일본 이동통신사 갈아타기 증가

실제로 라인의 무료 문자와 무료 통화 서비스는 많은 이동통신사의 매출과 수익에도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라인의 성공으로 이동통신사 이동도 늘었다. 일본인들은 스마트폰 이전 시대에는 모두 NTT도코모, AU, 소프트뱅크 등에서 제공하는 이메일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휴대전화 문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문화 때문이었다. 이동통신 회사를 바꾸면 이메일 주소가 바뀌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동통신사 간 고객 이동이 적었다. 하지만 라인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이동통신 회사 이메일이 필요 없게 되자 자유롭게 바꾸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기존 인터넷과 게임업계의 강자인 야후재팬, 모바게타운의 디엔에이(DeNA) 같은 회사들도 라인의 성장에 바짝 긴장 중이다. 야후재팬은 한국의 카카오와 제휴해 일본 합작법인을 만들고 카카오톡을 밀었다. 그리고 DeNA는 자체 메신저 ‘콤’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막강한 라인의 성장세에 밀려 모두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라인의 거침없는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기자명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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