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했다. 보는 위치와 높이, 시간 그리고 날씨에 따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사진)는 각기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각기 다른 알루미늄 패널 4만5133장과 8만6574㎡의 총면적, 4840억원에 이르는 건축비 그리고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받은 자하 하디드의 설계까지, 시공 후 5년 만에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말 그대로 웅장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서울의 랜드마크를 지향하며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함께 시작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설계 책임자 선정 과정의 잡음,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 5000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공사비 탓에 완공되기까지 내내 시끄러웠다. 이에 따라 3차원 구조물이 보여주는 건축학적인 가치에도 불구하고 ‘불시착 우주선’이라는 별명대로 도심 안의 외딴섬이 되어버렸다. 여기에서는 앞으로 패션쇼 같은 행사가 치러질 예정이다.

개관날인 3월21일, 맞은편 건물 위에서 본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흡사 거대한 뱀처럼 보였다. 정치적 욕망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말이다.

ⓒ시사IN 이명익

기자명 이명익 기자 다른기사 보기 sajinin@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