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미국의 유명한 IT 블로거 존 그루버가 한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하면서 “재미있는 일터 같다”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삼성 새너제이 지사를 지칭해 비꼰 것이었다. 이 사이트에는 삼성의 경직된 기업 문화를 불평하는 미국인 직원들의 글이 가득 올라와 있었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한 리뷰를 올릴 수 있는 사이트가 글래스도어(glassdoor.com)다. 미국에서 웬만큼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글래스도어에 이미 리뷰가 올라와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2007년 창업한 글래스도어는 기본적으로 취업 정보 사이트다. 하지만 잡코리아 같은 사이트처럼 단순히 회사 측에서 제공한 구직 정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글래스도어의 모토는 투명한 정보를 제공해 구직자가 자신에게 맞는 좋은 회사를 골라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책을 고를 때 아마존 평점을, 영화를 볼 때 IMDB(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 평점을, 식당에 갈 때 옐프(생활정보 검색 사이트)를, 호텔을 고를 때 트립어드바이저(여행 정보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처럼 취직하고 싶은 회사를 고를 때 기존 사용자(해당 회사 직원)가 올린 리뷰를 보고 고르라는 것이다. 평점은 5점이 만점이다.

‘회사 리뷰’를 공유하는 사이트 글래스도어.
우리는 이직을 고려하는 회사에 다니는 선후배나 친구를 통해 회사 정보를 탐문한다. 내게 맞는 문화를 가진 곳인지 알아보고 들어가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인이 없는 작은 회사일 경우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입사했다가 자신과 맞지 않아 금방 퇴사하는 일이 있다. 글래스도어는 그런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회사다. 글래스도어에는 이런 리뷰가 담긴 회사 정보가 600만 개 넘게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성·구글·애플이 있다고 하자. 이 회사에 다니는 직원은 글래스도어 사이트에 가입해서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 대해 리뷰를 쓰고 별점을 매길 수 있다. 실제 직원인지 여부는 회사 이메일 주소로 인증을 해서 파악한다. 단순히 리뷰만 쓰는 것이 아니라 CEO에 대한 지지도, 연봉 정보, 인터뷰에 나오는 질문 내역, 회사 내부 사진 등도 올린다. 입사하고 싶은 회사의 정보를 원하는 지원자에게는 사막 속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회사로서는 글래스도어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회사에 대한 적나라한 비판이 여과 없이 올라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래스도어는 오히려 자신들이 회사의 평판을 높여서 훌륭한 인재들을 뽑을 수 있게 해준다고 선전한다. 종업원들에게 잘해주는 문화를 가진 회사일수록 글래스도어를 통해 자동 홍보가 되고 결과적으로 좋은 인재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가리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글래스도어 측은 리뷰 관리도 철저히 한다. 모든 글을 엄격한 규칙에 따라 모니터링해서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사전에 차단한다.

취업정보 업계에서 혁신 이루었다는 평

실제로 글래스도어가 매년 발표하는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Best Places to Work)’ 목록은 언론에도 크게 보도되면서 높은 홍보 효과를 올리게 된다. 2014년 1위는 컨설팅 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 2위는 트위터, 3위는 링크드인이 차지했다. 세 회사 모두 평점은 4.6점이었다. 반면 삼성전자 아메리카와 LG전자의 평점은 각각 2.7점, 3.2점이었다. 한국 회사들은 수직적인 의사결정 체계와 야근을 강요하는 문화 때문에 낮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투명한 회사 정보를 제공해서 구직자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측면에서 글래스도어의 존재는 바람직하다. 기업 처지에서는 좋은 평판을 얻어 훌륭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좋은 문화부터 만들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책, 영화, 식당, 호텔 등 제품과 서비스에 주로 활용되던 인터넷 사용자 리뷰를 ‘회사’에까지 적용했다는 점에서 글래스도어는 취업정보 업계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룩해냈다고 할 만하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약 450억원의 투자를 받고 급성장 중이다. 이런 서비스가 한국에도 등장할지 주목된다.

기자명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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