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전혀 다른 종류의 도전이다. 민주당과 통합 절차를 밟는 새정치연합(새정연) 안철수 중앙운영위원장은 제1야당과 합치면서도 리더십을 유지해내야 한다.

통합 선언 직후, 윤여준 새정연 의장은 “호랑이굴에 사슴이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살아남기보다는 잡아먹힐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 열흘 뒤 안철수 위원장은 “호랑이굴에 들어가 보니 호랑이가 없더라”며 받아넘겼다. 지지자들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는 “당내에서라도 치열한 싸움을 마다하지 않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분석을 종합하면, 지방선거가 있는 6월까지 안 위원장이 뛰어넘어야 할 고비는 크게 네 가지가 손꼽힌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
 

ⓒ동영상 캡처3월12일 안철수 의원이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동영상을 통해 창당 이후에 대한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제는 정말 채워야 할 ‘새정치’의 내용

원래 안 위원장이 통합의 명분 중 하나로 내건 것은 민주당의 기초선거 공천 포기 선언이었다. 안 위원장은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새정치의 모습을 보였다며 추켜세웠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새정치의 상징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별로 없다. 현장에서 출마 예정자들만 혼란스러워하는 가운데(후보들은 뛰뛰빵빵 중앙당은 알랑가 몰라 기사 참조), 기초선거 무공천이 과연 정치를 발전시키는 데 더 좋은가 하는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통합 과정에서 제대로 된 새정치의 내용이 나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통합을 관장하는 신당추진단은 새정치비전위원회(비전위) 설치에 공을 들였다. 당헌당규 분과나 정강정책 분과 등과 달리 ‘위원회’로 독립된 위상을 부여했다. 민주·새정연 양측에서 간사 격으로 한 명씩 파견하려던 계획도 물리고 전원 외부 인사로 채웠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은 첫날 회의에 참석해 비전위에 힘을 실어주었다. 위원장은 민변 회장을 지낸 백승헌 변호사가, 간사는 정치제도 전문가인 최태욱 한림대 교수가 맡았다.

여전히 전망은 엇갈린다. 민주·새정연 양측이 절박함을 공유하는 만큼 이번에는 무언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한편에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참여해서 ‘백화점식 좋은 말 나열’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냉소도 있다. 활동 기한을 좁혀서 잡고, 최대한 빠르게 구체적인 혁신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통합의 진통, 어떻게 관리할까

요즘 민주당 당직자들은 표정이 좋지 않다. 통합 과정에서 새정연 측 협상팀이 ‘당직의 절반’을 요구했다는 말이 돌면서부터다. 요구를 들어주려면 현직 50여 명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친노 계열 당직자가 가장 먼저 타깃이 될 것이다” “새정연 쪽에서 당직자로 데려갈 사람을 모으고 있다” 따위 말이 떠돌고 있다.

당직자만 긴장하는 게 아니다. 민주당의 한 현역 국회의원은 비전위의 한 위원을 접촉해 “새정연 쪽에서 국회의원 3선 이상 연임 제한을 검토한다는 게 사실이냐?”라고 물었다. 국회의원 3선 이상 연임 제한은 새정연 경기도당 발기인인 최성용씨가 ‘군포 새정치연합’ 이름으로 낸 성명서의 한 대목이다. 이 민주당 의원은 이를 새정연 핵심의 의중이 반영된 일종의 ‘간보기’ 아니냐는 의심을 했다.

새정연 측 관계자는 “둘 다 우리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 오히려 민주당 쪽에서 ‘통합을 하려면 어떻게든 당직자 정리를 하기는 해야 한다’고 고민한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해프닝이라는 얘기다.

 

 

 

ⓒ시사IN 조남진신당추진단은 ‘새정치비전위원회’ 설치에 공을 들였다. 3월13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연 위원장이 첫 회의에 참석해 힘을 실었다.

 


해프닝이라는 말이 사실이라 해도, 민주당이 위아래를 막론하고 통합 후폭풍을 기다리며 긴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안 위원장이 통합 신당에서 연착륙을 하려면 새정연 쪽 인사들을 충분히 배려하는 동시에 기존 민주당 인사들의 긴장과 불안감을 잘 관리해내야 한다. 고난도의 외줄타기다.

통합신당의 숨은 고비, 5월 원내대표 선출

6월 지방선거에 밀려 주목받지 못하지만, 5월 원내대표 선출은 큰 고비다. 원내대표는 1·3년차가 핵심이다. 국회의원 상임위 배치 등 원 구성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원내대표가 19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을 책임지는 3년차다.

원내대표는 130명 소속 의원(민주당 126명·새정연 2명·무소속 입당 2명)이 투표해 뽑는다. 통합을 주도한 신주류(김한길 지도부+새정연)의 고민은 원내대표로 내세울 만한 3선급 의원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주류 측에서는 한 재선 의원을 원내대표 후보로 염두에 두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재 거론되는 원내대표 후보군 대부분이 범친노 내지는 친노와의 제휴 이력이 있다. 신주류 처지에서는 파트너로 삼기가 껄끄러운 셈이다. 이들 후보 중에는 통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일단 관망세로 돌아선 이도 있고, 신주류와의 제휴 가능성을 검토하는 이도 있다.

통합의 기세가 살아 있을 5월에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출은 당내 최고위 그룹인 국회의원단에서 안 위원장에 대한 쏠림 기류가 어느 정도일지를 가늠해볼 척도가 될 전망이다. 원내에서는 여전히 소수파인 신주류가 원내대표 선거마저 성공적으로 관리해낸다면, 안 위원장의 민주당 안착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안철수의 ‘지방선거 득표력’은?

안 위원장은 광역단위 이상 선거를 완주해본 적이 없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항상 핵심 변수였지만, 정작 광역단위 득표력을 입증할 기회는 없었던 셈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지방선거를 사실상 ‘안철수 브랜드’로 치를 계획이다. 지도부 핵심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국면이었던 2010년 지방선거 때는 너도나도 ‘노무현재단’ 이력을 들고 나왔다. 통합 국면인 지금, 우리 출마자들이 선거 홍보에 쓸 사진을 누구와 찍고 싶어할지 생각해보라”라고 말했다.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은 특히 안 위원장과의 인연이 각별한 후보들이 뛴다. 서울은 박원순 현 시장이 후보로 확실시된다. 경기도는 안 위원장이 공을 들였던 김상곤 전 교육감이 출마를 선언하고 경선을 준비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의 자리까지 가는 데는 세 차례 전국 선거를 주도하며 득표력을 증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2004년 총선, 2006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에서 모두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입지를 다졌다. 안 위원장 본인이나 신주류에게나 전국 선거 득표력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 이유다.

 

기자명 천관율 기자 다른기사 보기 yul@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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