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작 연루된 임씨, "'한국 검찰'이 자술서 베껴쓰라 했다"
  • 김은지 기자
  • 호수 339
  • 승인 2014.03.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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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관련한 국정원과 검찰의 증거 조작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검찰이 법원에 낸 전 중국 공무원의 자술서가 “‘한국 검찰’이라는 사람들이 미리 준비해온 것을 베낀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3월7일 <시사IN>과 만난 전 중국 공무원 임아무개씨는 “한국 검찰이라는 사람 3명이 와서 진술서에 내가 한 말과 다른 내용을 적어서 갔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자살을 시도한 국정원 협력자 김아무개씨와 사제관계라 “별 생각 없이 도와줬다”라고 밝혔었다(<시사IN> 제338호, 자살 시도한 국정원 협력자의 지인, “검찰 증거 조작 또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①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낸 전 중국 공무원 임아무개씨의 중국어 자술서
ⓒ시사IN 신선영 ① 검찰이 항소심 재판부에 낸 전 중국 공무원 임아무개씨의 중국어 자술서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윤무영</font></div>②'한국 검찰'이라는 사람들이 임씨에게 제시한 한국어 설명서. 임씨는
ⓒ시사IN 윤무영 ②'한국 검찰'이라는 사람들이 임씨에게 제시한 한국어 설명서. 임씨는 "'한국 검찰'이 한국어 설명서를 내게 주며 그 내용 그대로 중국어로 써 달라고 했지만, 한국어 내용 중에는 내가 한 말과 다른 내용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3월10~11일 임씨는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조작 경위를 밝혔다. 임씨는 중국어로 된 해당 자술서(사진 1)는 자신이 직접 쓴 게 맞다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 3월7일 <시사IN>과의 만남에서는 이 자술서조차 자신이 직접 쓴 게 아니라 자살을 시도한 김아무개씨가 쓴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3월10일과 11일 전화통화에서는 그는 “기자가 알려줘서야 내가 쓴 글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김 선생님이 나를 속였다는 사실이 분해서 그렇게(내가 쓴 게 아니라고) 말했다. 중국어로 된 자술서는 내가 직접 쓴 것이 맞다”라고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가짜 자술서’라고 강조했다. 자술서가 조작된 것은 틀림이 없다는 것이다. 임씨는 지난해 12월17일 8년 만에 연락이 온 김씨와 만나 순대국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김씨는 임씨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중국 길림성의 한 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에서 근무한 사실에 대해 물었다. 출입경 업무에 대해 잘 알지 않느냐는 대화를 나누다 다음날 자기랑 잘 아는 ‘한국 검찰’이 올 건데 만나달라는 부탁을 했다.

다음날 남자 3명이 와서 퇴근 후 만났고, 그 ‘한국 검찰’은 한국어로 쓰인 진술서(사진 2)를 내밀었다. “을종 통행증도 유효기간 내 여러 번 왕복할 수 있도록 허가 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두 장짜리 종이였다. 임씨는 자신이 아는 내용과 달라 “사실과 다르다”라고 지적했지만, 그들은 괜찮다며 중국어로 그 내용을 옮겨 쓴 다음 지장을 찍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016’으로 시작하는 번호를 남겼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서울시 공무원간첩 조작사건과 관련해 검잘의 항소심 증인으로 채택했던 이씨가 <시사IN>의 인터뷰에 응하고있다. 이씨는 국정원 조력자로 알려진 김씨의 제자이며 김씨가 다른 세명의 남자와 함께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검찰은 자술서를 쓰는 데 사람을 파견한 적이 없다고 밝혀, 임씨가 만난 사람은 국정원 관계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보통 자술서는 본인이 직접 내용을 쓴 다음, 법원에 제출할 때 번역본이 함께 첨부된다(중국어 자술서 1 → 한국어 번역본 2). 그러나 임씨가 밝힌 바에 따르면, 임씨의 자술서는 한국어 설명서 2 → 중국어 자술서 1 순서로 쓰였다. 그러나 검찰은 법원에 1→2 순서로 된 자술서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 자술서를 쓴 임씨를 검찰은 유우성씨가 간첩임을 입증할 증인으로 지난 2월28일 신청했다. 검찰은 법원에 낸 증인신청문에, “임씨가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고, 본인이 비공개 재판을 원하고 있어 검사가 증인을 대동할 예정”이라고 썼다. 하지만 임씨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고 본인이 증인으로 신청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이처럼 증거와 증인 조작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국정원의 한 관계자는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내용을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고 있지만, 그 사람(임씨)은 말을 이미 한번 바꿔 믿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 수사팀을 지휘하는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은 3월10일 “임씨와 연락이 잘 안되고 김씨도 병원에 있어 자술서를 받아간 이들의 신원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임씨를 12일 불러 자술서 작성 과정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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