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도한 국정원 협력자의 지인, “검찰 증거 조작 또 있다”
  • 김은지 기자
  • 호수 338
  • 승인 2014.03.0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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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조작 논란 중인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재판에 제출된 검찰 측 진술서 역시 조작되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정원 부탁으로 문서를 위조했다고 시인한 김아무개씨가 자살을 시도한 가운데 검찰이 증인신청까지 한 다른 유력 증거인의 진술서마저 조작된 자료라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조작되었다는 문서는 지난 1월3일 이문성 검사가 제출한 서류 중 하나인, 중국 동포 이민한(가명)씨 명의의 진술서다. 이씨는 중국 길림성의 한 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에서 5년 넘게 근무한 바 있다. 그는 몇 년 전 한국으로 건너와 정착했다. A4용지 3장에 중국어로 쓰인 이 진술서에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검찰측에서 제출한 이씨의 진술서. 실제로는 국정원 협력자로 알려진 김씨가 작성한 것이라고 이씨가 말했다.
ⓒ시사IN 신선영 검찰측에서 제출한 이씨의 진술서. 실제로는 국정원 협력자로 알려진 김씨가 작성한 것이라고 이씨가 말했다.

“출입경기록은 오류나 누락이 발생할 수 있으나, 출입국 상황이 없는 기록이 생성될 수는 없습니다.” “‘을’종은 친척방문으로 1회 왕복할 수 있는 것이나 일반적으로 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에서는 유효 기간 내 여러 번 왕복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합니다.”

3월7일 <시사IN>은 검찰 측 증거인 진술서를 쓴 것으로 되어 있는 이민한씨를 만났다. 이씨는 해당 진술서를 직접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씨는 국정원 협력자 김씨를 만나 출입경 관련 발언을 한 적은 있으나, 당시 자신의 발언과 진술서 내용이 다르다고 밝혔다. 국정원 협력자 김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12월 국정원 부탁을 받고 위조된 문서를 제출했다고 시인한 다음 자살을 시도해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진술서를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민한씨는 자살 시도를 한 김씨의 중국 소학교 제자다. 중국에서 몇 번 만난 적이 있지만, 이민한씨가 몇 년 전 한국에 정착한 이후로는 연락 한번 주고받은 적이 없다. 8년 정도 소식이 끊겼던 지난해 12월, 김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출입경 기록에 대해 묻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난해 12월18일 김씨와 이씨는 오랜만에 재회했다. 김씨는 일행 3명을 ‘한국 검찰’이라 소개하며 자리를 같이 했다. 그러나 그 ‘한국 검찰’들은 따로 명함을 주거나 자신을 소개하지는 않았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시사IN 신선영</font></div>서울시 공무원간첩 조작사건과 관련해 검잘의 항소심 증인으로 채택했던 이씨가 <시사IN>의 인터뷰에 응하고있다. 이씨는 국정원 조력자로 알려진 김씨의 제자이며 김씨가 다른 세명의 남자와 함께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시사IN 신선영 서울시 공무원간첩 조작사건과 관련해 검잘의 항소심 증인으로 채택했던 이씨가 <시사IN>의 인터뷰에 응하고있다. 이씨는 국정원 조력자로 알려진 김씨의 제자이며 김씨가 다른 세명의 남자와 함께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동네 카페에서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면서, 김씨는 이씨에게 중국 출입경기록 시스템에 대해 질문했다. 이씨는 ‘을종 통행증은 한번 사용하면 다시 사용할 수 없고, 기록이 잘못 기재 되는 경우가 있다’는 정도만 말했다고 한다. ‘없는 기록이 생기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민한씨의 설명을 듣던 김씨는 한국어로 진술서를 써달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동포로 한국어에 서툰 이씨는 조금 써내려가다 힘들다고 했고, 김씨가 펜을 들었다. 그러나 김씨 또한 한국어로 쓰기 힘들다며 중국어로 작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 다음, 지장을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줬을 뿐이라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내용을 잘 모르는 이씨가 지장을 찍은 이유에 대해서는 “오랜만에 본 선생님이 그냥 해달라고 하기에 별 생각 없이 해줬다”라고 말했다. 지장을 찍어준 대가로 따로 받은 건 없다고 이씨는 밝혔다.

이처럼 직접 쓰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은 내용이 법정에 검사 측 증거로 제출된 것이다. <시사IN> 취재진이 제시한 진술서를 본 이씨는 "내용이 내가 한 말과 다르다. 황당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우성씨 변호인단 김용민 변호사는 “다른 사람이 쓴 걸 마치 자신이 쓴 것처럼 ‘진술서’라고 증거로 내는 것 자체가 법원 기망이다. 그건 진술서가 아니라 진술조서다. 신빙성에서 차이가 난다”라고 지적했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국정원 '협력자' 김모 씨가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있다. 2014.3.6
ⓒ연합뉴스 국정원 '협력자' 김모 씨가 수술을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있다. 2014.3.6

그 만남에서 국정원 협력자 김씨는, 이씨에게 증인을 서 줄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이씨는 거절했다. 그 이후 다시는 만남도 연락도 없었다. 다만 ‘016’으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를 하나 받았는데, 이씨 휴대폰에 ‘검찰’로 저장되어 있다. <시사IN>이 해당 번호로 전화하자 해당 번호의 주인은 "나는 검찰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른 신분인지 물어봤으나 명확한 대답을 피했다. 그는 단지 “(이씨가 자기가 그때 한말과 다르다고 한다면) 더 이상 (이씨를) 다시 만나거나 부탁을 요청할 일은 없다. 이씨랑 통화해보겠다”라고만 말했다.

이민한씨는 유우성씨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했다. 김씨와 만난 자리에서도 설명을 들은 바 없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월28일 이씨를 유우성씨 2심 재판의 검찰 측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은 증인 신청문에, 이씨가 “현재 중국에 거주하고 있고, 본인이 비공개 재판을 원하고 있어 검사가 증인을 대동할 예정”이라고 썼다. 그러나 이씨에 따르면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이씨는 몇 년 전 한국으로 옮겨와 직업을 가지고 거주하는 중이다. 또한 이씨는 “지난해 12월18일 김씨와 ‘한국 검찰’ 3명을 함께 만난 다음에는 검찰이나 김씨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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