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등에 업혀 날아볼까
  •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 호수 338
  • 승인 2014.03.1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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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하며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왓츠앱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관심사다.
지난 연말 ‘카카오’에 다니는 지인과 만난 일이 있었다. 그를 통해 들은 이야기 중 귀에 들어온 부분이 있었다. 카카오 직원 몇 명이 실리콘밸리 페이스북 본사에 출장을 간 일이 있는데 미팅에 예고 없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는 카카오톡에 대해서 궁금해하던 질문을 일방적으로 연거푸 몇 개 던지더니 답을 얻고 싹 나가버렸다. 카카오 직원은 저커버그의 이런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저커버그가 정말 모바일 메신저 앱에 관심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페이스북 메신저를 메신저 앱처럼 키워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확실히 사용자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연동하며 페이스북 친구 사이에 전화 통화 기능을 추가하는 등 카카오톡이나 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 앱을 닮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2월19일 페이스북은 왓츠앱을 약 19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인수한다고 발표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저커버그는 직접 모바일 메신저 앱을 만드느니 차라리 세계 최대의 사용자를 가진 원조 모바일 메신저 앱을 거액에 인수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EPA</font></div>왓츠앱의 최고경영자 얀 쿰(사진)은 페이스북의 2대 개인 주주가 됐다.
왓츠앱은 모바일 메신저의 선구자다. 2009년 초 얀 쿰이 창업했다. 얀 쿰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열여섯 살에 어머니와 단둘이 실리콘밸리로 이민 왔다. 고교를 졸업하고 새너제이(산호세) 주립대학을 다니다 중퇴한 그는 10여 년간 근무하던 야후를 2007년에 그만두고 여행에 나서는 등 휴식기를 가졌다. 쉬는 동안 페이스북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신 일도 유명하다. 이번 계약이 약 12조원의 페이스북 주식 지급으로 이뤄진 덕분에 그는 개인 주주로서는 마크 저커버그에 이은 2대 주주가 되었다. 페이스북 이사로도 참여하게 되었다.

전 세계는 모바일 메신저 춘추전국시대

2009년 1월 그는 아이폰의 전화주소록을 기반으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 왓츠앱을 창업했다. 처음부터 실시간 메신저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회원 가입을 할 필요 없이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국가번호를 포함한) 개인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만들려는 것은 독특한 시도였다. 어떻게 보면 개인의 안부를 140자로 나누는 트위터와 비슷한 출발이었는데 전화번호 주소록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그런데 2009년 6월 애플이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는 푸시(Push) 알림기능을 iOS에 추가하면서 왓츠앱은 실시간 메시지 주고받기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 결과 전 세계 어디에 있든지 무료로 실시간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앱으로 발전했고 폭발적인 성장이 시작되었다.

왓츠앱이 만들어낸 시장에 한국의 카카오톡, 다음의 마이피플, 네이버의 라인, 중국의 위챗, 이스라엘의 바이버 등 수많은 메신저 앱이 등장하면서 전 세계는 모바일 메신저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모바일 메신저 앱의 선구자는 왓츠앱이지만 메신저 앱을 통해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 확립은 카카오톡이 선구자다. 카카오톡은 메신저 플랫폼에 애니팡 같은 게임을 올려놓아 카카오톡 친구들 간에 경쟁을 하면서 게임을 즐기도록 했다. 그리고 게임 회사에 수수료를 받아 큰 매출을 발생시키기 시작했다. 이후 전 세계의 모바일 업계는 카카오톡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회사를 급성장시키기보다는 조용히 내실 있게 키우려는 왓츠앱 얀 쿰 CEO의 전략 덕분에 지금까지 왓츠앱과 카카오톡, 라인의 본격적인 격돌은 없었다. 이제 ‘진격의 페이스북’을 등에 업은 왓츠앱이 전 세계 메신저 시장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큰 관심사다.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전쟁에서 한국 회사들이 주인공인 만큼 더욱더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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