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uters=Newsis상하이A(위)가 한국의 증권거래소에 해당한다면, 올해 말 개장할 예정인 촹예반은 한국의 코스닥 시장이라 할 수 있다.
상하이에서 인테리어 재료 공동 구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장궈화 사장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중국판 코스닥 시장인 촹예반(創業板)개장이 올해 말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작년 미국 펀드사로부터 나스닥 상장을 조건으로 2000만 달러를 투자 받아 사업 확장을 시작했는데 촹예반이 개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업 규모를 더 늘려 잡을 것인지 연일 기획 미팅에 분주하다. 장궈화 사장은 “우리 회사는 작년 매출이 350억 위안으로 촹예반 상장 요건을 갖추고 있다. 촹예반에 상장되면 투자를 받기가 쉬워져 매출이 10배 이상 늘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첨단 기업의 자금조달은 중국 내에서의 금융 시스템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신용대출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벤처자금 조달에 인색했고 대부분의 자금이 국영기업이나 부동산 담보 대출로 한정되어 있었던 탓이었다. 대박을 터뜨린 중국 벤처 업체들은 미국·일본·대만 등지에서 몰려오는 핫머니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촹예반 시장이 열리면 중국 유망 중소기업들의 숨통이 트이게 된다.

촹예반 시장 개장을 앞두고 국내 경제계도 ‘차스닥(Chasdaq)이 열린다’며 관심이  높다. 그런데 용어 사용에 혼란이 보인다. 원래 국내에서 쓰는 차스닥이라는 용어는 2004년 선전거래소에 개설된 중소기업 주식시장인 선전B시장, 즉 선전 얼반(二板) 또는 중샤오반(中小板)을 부르는 말이었다. 공식 용어라기보다는 나스닥이나 코스닥이라는 낱말을 차용한 별칭이었다. 그보다는 지금 개장 예정인 촹예반(the Growth Enterprise Market : GEM)을 차스닥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상자기사 참조).

중국판 코스닥, 촹예반의 역사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가계획발전위원회는 촹예반 시장 개설에 관한 문건을 국무원에 제출했고 국무원은 중국증권감독회에 연구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그 후 2001년 국무원에 상정된 촹예반 개설에 대해 주룽지 총리가 보류를 지시했다. 기존 주식시장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꿩 대신 닭으로 촹예반의 아류 격인 선전 중샤오반이 2004년에 개설된다. 본격적인 차스닥 시장을 열기 전에 자본 시장의 연착륙을 위한 실험용 시장을 연 것이다. 진짜 차스닥인 촹예반 관리법은 올해 8월 국무원의 승인을 받았고, 10월15일 중국공산당 제17차 대표대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촹예반 시장을 마침내 연 이유는 안정적 경제개혁을 위해서다. 그동안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좀더 미래지향적이며 기술집약적인 창업 시장으로 거품을 식혀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과거 비공식 라인을 통한 직접 투자로 첨단 기술이 외국 자본에 노출되는 폐해가 많았다. 음지의 자본을 공개 시장으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다. 선전 증권교역소 총경리 장위진은 〈중화공상시보〉 9월26일자 인터뷰에서 “현재 민간 과학기술업체가 13만개에 이르고 그 중 50% 이상이 법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본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촹예반의 시급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국무원과 사전 조율을 마쳤다는 정보도 있다. 현재 선전거래소는 필요한 거래규칙·시스템·인원 등을 이미 확보해놓은 상태다. 10월15일 법안이 비준되면 2∼3개월 정도의 시험 기간을 거쳐 늦어도 올해 말에는 정식 개장할 가능성이 높다.

촹예반 상장 조건은 등록 시점에 과거 2년간 누적 순이익이 2000만 위안 이상, 1년간 1000만 위안이 넘어야 한다. 또 유입되는 자본금으로는 금융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조건이 있다. 상장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발전 지속 가능성과 성장성이다.

촹예반이 출범하면 한국의 코스닥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현재 코스닥은 지난 8월 중국 3노드디지털 그룹을 등록시키면서 외국 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위해 적극적인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외국 기업 유치전에에 촹예반은 버거운 경쟁자가 될 것이다.

일반 투자자나 중국에 진출할 국내 업체 처지에서는 촹예반은 새로운 기회다. 촹예반 등장으로 중국 펀드의 수익률 고공 행진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 예상된다. 관련 업계는 중국 진출 사업계획을 짜기 더 편해졌다. 

예를 들어 중국의 백신 개발 업체 위슨(Wison)은 작년부터 한국의 백신 업체와 합작 의사를 타진했지만 기술 평가, 자본과 수익 배분 문제 등으로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촹예반 시장이 열리면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는 좀 더 유연한 자세로 중국 업체와 협상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한국의 코스닥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이 촹예반 시장에도 존재하다. 주가 조작의 가능성이 항상 열려 있고 큰 손의 머니 게임이 벌어질 수도 있다. 중국 자본시장과 기업이 투명성을 얻지 못한다면 투자자는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기회와 위험의 시장인 중국판 코스닥 촹예반이 한국 투자가를 기다린다.

기자명 상하이=문승룡 통신원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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