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맥주가 맛을 더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그러나 맥주에 관한 한 우리나라 사람은 불행(?)하다. 고소하고 진한 맥주 맛을 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벨기에 사람은 무진장 행복하다. 손만 뻗으면 맛과 향이 그윽한 맥주를 마실 수 있으니까. 여행작가 블로거 달리(blog.naver.com/binkond/60043445075)가 ‘맥주의 천국’ 벨기에를 다녀왔다.

〈세계에서 최고 맛있는 맥주는? 얼마 전 미국의 맥주 전문 사이트와 애주가들이 뽑은 맛있는 맥주 랭킹에 따르면, 벨기에의 트라피스트 베스트벨레테레(Trappist Westveleteren)가 1위를 차지했다. 10위 안에 벨기에산 맥주가 무려 4개나 들어갔다. 베스트벨레테레는 식스투스 수도원에서 160년 전부터 만들어온 맥주로 수도사에 의해 소량 생산되므로 일반인은 수도원을 방문하지 않는 한, 그 맛을 보기 어렵다. 때문에 벨기에인조차 베스트벨레테레가 생산되는 시기를 기다려 인근에서 며칠씩 머물다 수도원 맞은편 ‘데 브레데 퍼브’를 찾아 이 맥주 맛을 보곤 한다.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벨지안 마크 씨는 “맛과 향이 설명할 수 없이 고급스러운, 섬세하게 익은 술이 바로 베스트벨레테레다. 아마 수도사들이 발효 과정을 까다롭게 한 것이 비결인 듯하다”라고 말했다. 베스트벨레테레뿐만이 아니다. 맛과 향이 으뜸인 벨기에 맥주는 대부분 수도원 맥주이다. 그러나 이제 벨기에에도 맥주를 제조하는 수도원이 몇 곳 남지 않았다. 물론 아직도 제조 비결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최근 한국에서 판매되는 르페(leffe)나 호하르데(Hoegaarden;한국에서는 호가든이라 불림)도 과거에는 수도원 맥주였으나, 이제는 맥주 기업에 그 비법과 상품권을 넘겨 대량 생산한다. 시메(Chimay)와 오르발(Orval)도 인기 있는 벨기에 수도원 맥주이다. 이들 맥주 앞에는 베스트벨레테레처럼 트라피스트(Trappist)를 붙이는데, 현재 이같은 맥주는 겨우 6종이다.

…벨기에에서 맥주는 일상 음식이자 에너지원이다. 아침식사 때도 맥주를 마시며, 심지어 아이들조차 맥주를 먹는다. 아침용 맥주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아이들 맥주는 주스 맛이 난다. 그러나 이들은 한국인처럼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지 않는다. 마치 와인 마시듯 맛과 향을 음미하며 마신다.〉



복잡하고 오묘한 브라질의 낙서

벽화의 ‘원조’는 브라질과 멕시코 등이다. 브라질에 거주하는 블로거 쌈바(blog.daum.net/oionda/11861340)가 어느 날 거리에 나섰다.

〈낙서로 도배되다시피 한 거리를 시간을 갖고 천천히 걸어보았습니다. 굳이 낙서 찾아 뛰어다니지 않아도 될 만큼 거리 곳곳에, 건물 곳곳에 4차원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낙서를 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서로의 구역이 나뉘어 있고, 낙서 속에는 그들만의 어떤 메시지 혹은 낙서자의 이니셜이 있어서 그들끼리는 암암리에 서로 교감을 나눈다고 합니다. 다음 작품(?)을 공동 작업하자는 비밀 쪽지도 남겨져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건물 곳곳에, 아니 거리 거의 모든 곳에 그려진 정체불명의 해석 불가능한 낙서를 보고 아연실색했지요. 허름한 동네의 낡은 건물뿐만 아니라, 멀쩡한 새 건물이나 멋진 가게의 모서리같이 틈이 있는 곳은 온통 낙서투성이였으니까요. 어느 나라 글자인지, 무슨 뜻인지, 글인지 그림인지 모를 4차원 세계. 그런데 낙서,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제지 없이 그냥 마구 쓰고 그리고 싶은 심리가 내게도 있음을 알았습니다. 아주 가끔 말입니다. 너무 깔끔하게 정돈되어 먼지 날릴까 봐 조심스러운 곳은 어쩐지 오래 엉덩이 붙이고 있기가 불편했습니다.

브라질에서는 그림이나 글 좀 휘갈겨놓았다고 쫓아오거나, 고소하겠다고 으름장 놓지 않습니다. 여기에서는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24시간 감시해도 붙잡지 못합니다. 그래서 새로 문을 연 가게에는 정중하게 이런 호소문이 내걸리기도 합니다. “돈 탈탈 털어 시작한 가게다. 내일 오픈 일이니 일주일만 봐줘라. 부탁한다!” 언젠가 김제 금산사 미륵전 옆의 낙서를 본 적이 있습니다. 특별히 심오한 불심의 흔적이 있나 유심히 보았지만, 그냥 이름 석 자뿐이었습니다. 브라질의 낙서는 돈 좀 들더라도 페인트공 불러서 싸악 칠해버리면 되지만, 소중한 우리 문화재는 어찌하리오….〉



패션 디자이너의 엉뚱 발랄 상상력

패션 디자이너 블로거 빅토르 리(blog.daum.net/kongnamulstyle)는 아이디어가 넘친다. 그 덕에 그의 블로그에는 사회비평, 패션 정보, 생활의 지혜, 융숭한 사람 이야기가 가득하다. 얼마 전에는 엉뚱하면서 그럴듯한 상품 몇 가지를 제안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미완의 상품’을 소개한다.   

▒ 건강검진 변기:좌변기는 누구나 하루에 한 번 이상 만나는 용품이다. 그런데 좌변기 배수 부분에 대소변 검진기를 달고, 저수조에 LCD를 달면 건강 검진기로 둔갑한다. 용변을 본 뒤 물을 내리면 건강 검진기가 소변이나 대변을 검사해 그 결과를 LCD로 보여주는 것. 소변과 대변으로 검사할 수 있는 질환은 전립선염·악성 종양·혈뇨증 등 한둘이 아니다. 음식물 섭취 분석을 통해서 다이어트 보건 기능도 할 수 있다. 즉 뇨와 변을 분석한 뒤, 전날 과음한 사람에게는 수분 보충 명령을, 과식한 사람에게는 금식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 은행수수료 면제 인터넷:은행수수료를 낼 때마다 이해가 안 간다. 내 돈 내가 넣고 내가 빼 쓰는데 왜 이렇게 많은 수수료를 받지? 아까운 마음에 침을 꼴딱꼴딱 삼키면서도 이용하는 것은 편리성 때문이다. 이럴 때 수수료 면제 사이트가 있다면? 수익은 광고로 대체하면 될 것 같은데, 너무 적을까.
 
▒ 혈액 저축은행:혈액원에 피가 부족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헌혈이 줄고, 혈액 감염 사고가 발생하는 탓이다. 만약 건강할 때 본인의 혈액을 뽑아 저축하는 ‘혈액은행’이 있다면 어떨까. ‘제대혈 은행’처럼 어른도 자기 피를 보관할 수 있다면 응급 상황에서 한결 안전하지 않을까. 필요 없게 되면 다른 사람이 쓸 수도 있다.

▒ 부킹 보장보험:클럽은 뜨거운 피를 가진 청춘 남녀가 젊음을 불사르는 곳이다. 그 중에는 즉석 만남(부킹)을 목적으로 오는 젊은이도 흔치 않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확률이 높지 않다. 이럴 때 부킹 보장보험이 도움이 된다. 부킹에 실패하면 ‘위로금’을 지급받고, 성공하면 ‘축하금’을 받는 것이다. 부킹하는 사람들끼리 부킹 보험증으로 서로의 신분을 확인할 수도 있다. 보험료는 연간 클럽 이용 횟수와 지출 금액에 따라 정한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