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도층의 고위 관원이 우리 일을 봐주고 있다’(JMS 내부 보고서 : 최근 중국 상황 분석) ‘국무위원·안전국장·외사과·중앙 총리 등의 섭외를 할 수 있었음’(JMS 내부 보고서 : 중국 안산사건 일지).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 숱한 여신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수배를 받던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가 지난 5월1일 중국에서 체포되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 그가 마침내 한국으로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그와 함께 어떻게 정씨가 지난 4년간 중국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며 ‘황제 도피’를 할 수 있었는지 내막이 드러나고 있다.

JMS 정명석 사건은 수사 당국에 증언한 성폭행 피해자가 20여 명에 달할 정도로 대표적인 비리 종교 사건이다. 피해자가 훨씬 더 많다는 주장도 있어 세간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정부와 중국 공안은 정명석 수사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가 왜, 어떻게 체포되었는지 궁금증만 더해갔다.

〈시사IN〉은 지난 5개월 동안 중국 랴오닝성 현지를 두 번 방문해 취재하고, JMS 교단 내부 보고서 5종을 입수하는 등 여러 각도에서 정명석 총재의 체포 전말을 추적해왔다. 비밀 보고서 이름은 〈중국안산사건일지〉 〈윤여사 -R체포 증언〉 〈중국상황 분석보고〉 따위다. 이 보고서의 존재에 대해  JMS 교단 대변인 격인 배재용  목사는 "교단의 공식 보고서가 아니다. 일부 신도들이 자체적으로 취재해 모은 소문과 증언을 짜집기한 것으로 잘못된 내용이 많다"라며 신빙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이들 보고서 내용과 〈시사IN〉의 현지 취재 내용에 공통적인 부분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정씨의 지난 3년간 '중국 황제 도피' 배경에는 중국 지방정부 간부들의 비호가 있었다는 점. 둘째, 지방정부의 비호에도 불구하고 정명석씨가 체포된 데는 심복들끼리 벌인 자중지란도 한 몫 했다는 점. 셋째, 정씨는 중국 현지 여성 3명을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명석씨 체포 전말을 재구성해보면 이렇다. 2003년 홍콩에서 중국 랴오닝성 안산(鞍山) 인근 첸산(千山)에 정착한다. 정착지를 안산으로 잡은 것은 그곳이 정명석의 중국 현지  집사였던 조용호 사장의 고향이기 때문이었다.

안산 공안 간부, JMS에 수사 정보 유출

 

 

ⓒ시사IN 신호철한때 JMS 교단과 우호 관계였던 중국 지방 공안은 정명석 체포 이후 태도를 바꿨다. 공안은 정명석 별장 단지를 봉쇄하고 간부 신도들을 구속했다.

첸산에 별장들을 신축,개축한 정명석과 신도들은 지방정부에 거액을 뿌리며 고위 간부들과 친분을 유지했다. 한 안산시 한인회 임원은 "JMS 신도들이 안산시 관광 개발을 명분으로800억 위안(약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시해 지방정부를 놀라게 했다"라고 전했다. 좀 과장된 수치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2007년까지 교단이 현지에 투자한 금액은 수십억원이 넘는다. 별장 하나를 인수하는데 5억원을 썼다.

 

 

JMS 교단의 안산 투자와 각종 사업을 지휘했던 사람은 JMS 교단의 실력자이자 한 때 2인자로 불렸던 문성용씨였다. "문성용  회장은 안산에서 왕의 대우를 받았던 사람이기에 안산 공엔에 로비를 해 둔 상태였다." JMS 내부 보고서 〈중국 안산 사건 일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정명석씨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빗대면 문성용씨는 이학수 부회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명석씨는 문성용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우면서 안산시 고위 공무원들을 매수했고 계속 여신도들을 면담해왔다.

2006년 4월 JMS 여성 신도 2명이 정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중국 공안에 신고했다.하지만 안산시 공안은 구체적 피해 진술에도 불구하고 정명석씨를 체포하지 못하고 수수방관했다. 정명석씨 측근에 대한 조사도 벌이지 않았으며 JMS 교단은 전과 다름없이 활동했다. 2006년 4월 기자가 안산시 공안국을 찾았을 때 공안의 조선어 통역을 맡은 사람이 정씨의 집사 조용호 사장이었다. 안산 지방 공안은 정씨를 체포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시사IN 신호철JMS 교단은 안산 인근에 수만 명이 운집할 수 있는 거대한 축구장을 만들 계획을 갖고 올해 5월까지도 공사(위)를 하고 있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정명석씨의 ‘황제 도피’는 엉뚱하게도 자신의 심복들이 권력 다툼을 하다 중앙 공안을 끌어들이는 통에 막을 내렸다. 이 해프닝에는 JMS 신도 윤 아무개씨가 등장한다. 50대 조선족 여성인 윤씨는 정명석씨가 현지에서 직접 전도한 신도로 알려져 있다. JMS 신도들은 이 여성을 ‘박 사장’이라는 가명으로 불렀다.  ‘조선족 1호 JMS 신도’를 자처하는 그녀는 특히 정명석씨에게 호구(한국의 주민등록에 해당)를 위조해 선물하면서 공을 세웠다. 밀입국자인 정명석씨는 당시 여권도 없는 상태였다. 불법 호구증 제작에는 안산 공안국장이 도와준 것으로 JMS 내부 보고서는 적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윤씨가 “선생님, 이 증(證)이 있으면 오늘부터 중국 어디를 가셔도 신분의 제한을 받지 않으십니다”라고 하자 정 총재는 기뻐하며 급히 호구증을 주머니에 넣었다고 한다. 윤씨는 정명석의 신임을 얻으며 단기간에 목사로 승진한다.

JMS 신도들끼리 싸우다 공안에 연행

거칠 것이  없었던 윤씨는 정명석 총재에게 중국에 한인학교(한중문화센터)를 건립하자고 제안하며 사업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거액의 투자비가 들어가는 사업이었다. 이 사실을 안 2인자 문성용 회장은 윤씨가 위험한 인물이라고 생각해 둘 사이의 접촉을 막기 시작했다.

2007년 4월 초 윤씨가 정명석  총재를 만나기 위해 안산 첸산 부근 별장(60쪽 사진 참조)을 찾아가면서 사단이  벌어졌다. 윤씨는 세번이나 정명석 총재와의 접견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문성용 회장 측 경호원에게 막혀 좌절당했다. 윤씨는 네 번째 시도에서 일행 5명을 대동해 경호원과 맞섰다. 그러자 문 회장측은 태권도부 경호팀 13명을 불렀고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다. 싸움은 한 사람이 실신해 중상을 입는 상황으로 발전했고 그 과정에서 공안이 출동해 전원 연행되었다. 이 사건 조사 과정에서 조용호 사장은 공안에게 윤씨가 불법적으로 호구를 만든 사실을 신고했고 윤씨도 조 사장에게 맞대응했다. 우연이었을까. 이렇게 심복들끼리 다투는 사건이 있은 직후 중국  북경 공안부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

 

 

 

ⓒ시사IN 신호철한때 JMS 교단과 우호 관계였던 중국 지방 공안은 정명석 체포 이후 태도를 바꿨다. 공안은 정명석 별장 단지를 봉쇄하고 간부 신도들을 구속했다.

정씨 부하들이 ‘선생님’ 정명석 총재가 체포될 가능성을 알면서도 공안을 끌어들인 무리수를 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JMS 신도들은 확실히 JMS 수중에 있다고 판단되는 안산 공안이 '설마 정명석 총재님을 체포하겠느냐’며 방심했던 것 같다.

JMS 신도들이 간과했던 것은 2006년 4월 이래 이미 중국 베이징 공안부가 JMS 교단을 내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중국 베이징 공안부는 지방 공안국과는 다른 별도 조직으로 수사를 해 왔다. 중국 공안부는 인터폴 수배 내용 외에도 JMS 교단이 파룬궁처럼 중국 질서를 어지럽히는 거대 교단으로 발전할 것을 우려해 조사 중이었다. 또 정명석 총재는 중국 내 다른 지역 여성 3명을 성폭행·성희롱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마침 정명석씨의 심복들끼리 벌인 고발전은 지방 공안 당국의 비리와도 연결된 것이어서, 중국 북경 공안부로서는 자연스럽게 개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이에 대해 JMS 교단 배재용 목사는 "조사장이 윤씨를 고발한 일은 없었다"라고 반박했다.)

중국 공안 개입 후 4월10일부터 사태가 급박하게 진행된다. 4월13일께 정명석씨의 오른팔 문성용씨가 공안에 체포되었다. 이어 윤복려씨는 중국  랴오닝성 안산시 공안국장으로부터 “정명석 총재가 위험하다. 당신도 위험하다”라는 정보를 받고 급히 배를 타고 중국을 탈출했다. 어찌나 급했던지 인천항에 도착했을 때 트레이닝복 차림에 짐은 휴대전화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정명석 체포 혐의는 중국 여성 성폭행”

 

 

문성용 회장은 정씨의 중국 생활을 책임진 최측근이었다. 그는 막대한 자금을 무기로 랴오닝성 안산 일대에서 재벌 사업가 노릇을 하며 지역사회를 장악했다.

한국에 온 윤씨는 JMS 교단 본부에 SOS를 요청했다. 중국 공안을 매수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4월20일까지 2500만원을 구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 교단 본부에서는 문 회장이 체포됨에 따라 중국 상황 정보를 파악할 선이 없었고 윤씨의 정체를 의심했던 것 같다. 실제 중국에는 돈을 주면 체포된 사람을 풀어준다는 브로커가 활개를 치고 있다. 이번 사태에도 여러 브로거가 JMS 교단에 접근에 돈을 뜯기도 했다. JMS 교단 본부는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했다. 4월16일 JMS 황 아무개 목사 등이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으로 나가려 하자 중국의 조용호 사장은 ‘안산으로 올 필요 없다. 차라리 베이징을 섭외하라’고 말했다. JMS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교단은 이때 ‘중국 국무위원 안전국장, 외사과, 중앙총리 등을 섭외’한 것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던 것 같다. 조용호 사장도 구속되었고 5월1일 베이징으로 피신해 있던 정명석씨도 마침내 체포되고 만다. 정명석 총재가 체포될 때 옆에 있던 사람은 경호부장 윤홍씨와 여성 신도 3명 뿐이었다.

정명석씨에게 주어진 범죄 혐의는 불법 체류,여권관리법 위반, 불법 종교집회(종교활동 금지법 위반), 외화 밀반입, 그리고 중국 여성 성폭행  및 추행 건이다. JMS 교단은 이 모든 혐의를 '허위' 또는 아랫사람의 잘못으로 돌린다. 범죄인 인도 협약에 따르면 그는 한국으로 송환되어야 한다. 하지만 중국 공안은 처음에 ‘수사 관할권’을 주장하며 정명석씨의 송환을 거부했다. 한국 경찰청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공안은 외교 라인을 통해 ‘정명석의 신병을 넘겨주기 곤란하다. 그가 중국 여성 3명을 성폭행한 혐의가 있으므로 중국의 사법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 때문에 한국 경찰 당국은 정명석씨가 한국으로 송환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JMS 교단 측은 중국 현지 여성 성폭행 건은 혐의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법무부를 통해서도 사실로 확인되는 내용이다. 열린우리당 선병렬 의원실 임조순 보좌관은 “지난 7월 법무부에 ‘교주 정명석이 중국에 체포되었고, 범죄 혐의가 성폭행과 관련한 것이라는데 사실인가?’라고 질의했는데 법무부가 팩스로 ‘사실이다’라는 짧은 답변을 보내왔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28일 중국 랴오닝성 고급 인민법원은 범죄인 인도 협정에 따라 정씨를 한국으로 송환하라고 판결했다. 관할권을 주장했던 중국 공안의 주장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판결이다.

JMS 일부 신도들은 ‘중국 법원에서 한국 송환 결정을 내린 것은 중국 현지 범죄 혐의가 무혐의로 밝혀졌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검찰청의 한 검사는 “중국 현지에서 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수사 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하더라도 범죄인 인도 협정에 따라 한국으로 송환할 수 있다. 중국 현지 범죄보다 한국에서 저지른 범죄가 더 크고 한국으로 송환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위는 2003년 11월 정씨가 측근에게 이메일로 보낸 사진. 안티JMS 회원들은 사진 속 배경을 분석해 이 곳이 광둥성 해주 수영장과 중산 별장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공안에 제보했다. 하지만 2004년 2월 중국 공안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정명석은 이미 랴오닝성으로 도주한 뒤였다.

정씨는 2001년 3월 출국한 이래 세 차례의 체포영장을 받았으며 성폭행과 관련한 고발 사건만 최소 세건 이상 연루되어 있다. 중국 최고 인민법원의 비준과 중국 국무원의 결정이 내려진다고 전제하면 2008년 초에 정씨가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

그가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이 호재인지 악재인지 JMS 교단과 성폭행 피해자들은 혼란스럽다. “샘이 오신답니다. 사랑하는 우리샘이 우리 곁으로 오신답니다. 할렐루야, 하나님 감사합니다.” 10월2일 JMS 모임 게시판 내용이다. 한국에서 재판을 받으면 무죄로 풀려날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JMS 교단의 한 간부는"증거가 불리해 세상 재판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 송환은 다행이네요. 중국에서 사형이라도 당했으면 JMS는 예수님처럼 순교한 거라고 난리 떨었겠죠.” 10월2일 밤 안티JMS 모임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하지만 안티JMS  모임 한편에서는 검찰 등 한국 사법기관에 JMS 신도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제 공은 한국 사법부로 넘어왔다.

 

 

기자명 신호철 기자 다른기사 보기 sh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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