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면 안 된다”라는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인터뷰 기사가 홈페이지에 오른 2월5일, 편집국이 살짝 소란스러웠다. 누군가 전화를 걸어와 “문재인한테 얼마 받고 이런 기사를 썼느냐”라며 시비를 걸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이 기사가 포털에 노출되자마자 순식간에 댓글 수천 개가 달리는 등 반응이 예사롭지 않던 터였다. 그만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지지층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기도 했다. 엉겁결에 당겨 받은 전화통을 붙들고 차분히 응대하던 장일호 기자의 목소리가 순간 높아졌다. 평소 성격 좋기로 소문난 장 기자도 ‘돈’ 얘기에서는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기자들에게 ‘누구 편 아니냐’ ‘돈 먹은 것 같다’는 식의 비아냥은 최악이다. 이번 호에는 “민주당도 구정치다. 결코 연대는 없다”라는 안철수 의원 쪽 윤여준 새정치추진위 의장의 인터뷰가 나가는데, 이번에는 뭐라고들 하실는지.

하기야 오전에는 보도국 회의에 참석해놓고 오후에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내정된 심경을 밝힌 KBS 민경욱 전 앵커의 경우를 보면, 이런 선병질적인 반응을 내놓는 독자들만 탓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당연히 ‘객관적’일 거라고 믿었던(또는 믿고 싶었던) 언론인이, 특히나 최고 권력자에 대해서는 언제나 감시자의 입장에 서 있을 거라고 여겼던 기자가 반나절 사이에 어느 한쪽을 대변하는 자리로 이동했다면, 그동안 그가 했던 보도나 논평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그런 기자가 몸담은 매체, 그리고 언론계 전체가 입는 상처도 만만치 않다.

1998년인가, 〈시사저널〉 정치팀 시절 직속 선배가 그 주 기사를 마감까지 한 상황에서 청와대 참모로 가게 되었다고 해 편집국이 발칵 뒤집혔다. 당시 데스크였던 서명숙 현 제주올레 이사장은 불같이 화를 내더니 편집된 기사를 들어내고 그날로 결별을 선언했다. “청와대 직원이 되려면 신원조회에만 최소한 한 달가량이 걸리는데 그사이 왜 아무 말도 없이 기자직을 유지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 후로 선배들은 “정치권으로 가려거든 최소한 6개월 전에는 그만두는 게 동료와 조직에 대한 예의”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다. 그러고 보니 민경욱 대변인에게도 신원조회 기간이 필요했을 텐데, 그렇다면 사표를 하루 늦게 냈네, 아니네 하는 공방은 허망할 따름이다.

2월6일과 7일, 하루 사이에 상반된 판결이 날아들었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무죄 선고와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무효 판결이다. 양쪽 판사가 인용한 근거와 논리 등을 읽다 보면 ‘한 나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인가’ 싶을 정도로 결이 다르다. 관련 기사들을 담았으니, 두 개의 판결에 담긴 의미를 꼼꼼히 헤아려보시길 바란다. 드디어, 4만7000원 모금을 위한 캠페인 페이지(www.socialants.org)도 문을 여니 방문해주시길.

기자명 이숙이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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