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뒷산에 기어이 대못 하나가 박혔다. 경찰에 막혀 이젠 오도 가도 못하는 산길 위에 기어이 765kV 송전탑이 들어선 것이다.

서울댁(맨 오른쪽)은 1월22일 아침에도 낭끝 아지매(가운데)와 함께 밀양시 단장면 사연리 동화전 마을에 있는 천막 농성장에 올랐다. 설을 앞두고 투쟁기금을 모금하고자 판매하는 제수용 밤, 대추, 맥문동 세트 주문이 밀렸기 때문이다.

“구정은 마 생각지도 않는다. 저거 철탑 땜에 그거 쳐다보믄 마음이 디비져뿐다.” 그러면서도 밤, 대추, 맥문동에 대해 묻자 금세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모두 자식같이 키운 작물들 아닌가. “자식들이 희망버스 간다는데 거기 앞장서가 다치지 말라고 전화가 발발이 온다. 근데 우에끼나 철탑 저거만 막아줬다 하믄 제일이지 그거밖에 더 있나” 하며 서울댁은 상자에 밤을 `담는다. 그렇게 한 움큼씩 희망을 담는다.

ⓒ시사IN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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