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서양의 문화적 맥락 차이를 그 이유로 지적했다. 간단명료한 것을 좋아하는 서양인과 달리, 한국인은 비빔밥처럼 다양한 정보들을 한 번에 몰아서 소비하는 ‘포털형’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또한 서양인은 최신 정보를 최대한 빨리 받아보길 원하기 때문에 해외 서비스들은 최신 정보를 위로부터 차근차근 쌓아주는 방식으로 설계된 반면, 한국인은 옛 추억 모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댓글 등의 형태로 아래에 쌓이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지리적 단절로 생물종이 완전히 다르게 진화해버린 갈라파고스 제도에 빗대어 한국은 ‘IT 갈라파고스’라고 불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네이버의 월간 순방문자(UV) 수는 구글에 따라잡혔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13년 9월 기준으로 네이버의 월간 순방문자는 3125만명, 구글은 3020만명이었다. 2위였던 다음은 2711만명을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나버렸다. 물론 구글 순방문자는 구글 검색과 유튜브를 합산한 것이지만, 다른 포털 서비스도 대부분 동영상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뿐 아니다. SNS 분야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치고 올라오면서 부동의 1위였던 싸이월드는 사용자가 급격히 이탈했고, 급기야 모기업인 SK컴즈에서 분사되는 수모를 겪었다.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 열풍 이후 유튜브는 존재감을 급격히 확장했다. 오픈마켓 분야에서는 이베이가, 소셜 커머스에서는 티몬을 인수한 그루폰이 존재감을 넓혀가고 있으며, 곧 아마존도 한국 시장에 진출한다.
‘IT 갈라파고스’라는 한국에 외산 서비스들이 급격히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글의 성장세를 보면 답이 나온다. 구글 월간 순방문자는 2006년에 686만명 수준이었고, 2009년에도 국내 웹 전체에서 50위 내외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모바일 검색이 급증해 순방문자 36위를 기록하더니, 2011년 8위, 2012년 3위로 치고 올라왔다. 스마트폰 등장이 반전의 분기점이었다.
스마트폰 등장이 반전의 분기점
스마트폰의 직관적 인터페이스는 문화적 차이라는 문턱을 현격히 낮췄다. 밑으로 스크롤하거나 스와이프(스마트폰 자판 위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고 문자를 입력하는 기술)하고, 홈 키나 메뉴 키를 누르거나 화면을 터치하는 것이 스마트폰 사용법의 거의 전부다. 문화적 맥락 차이가 개입될 여지가 축소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출시되는 국내외 서비스들의 유저 인터페이스 등 디자인적 요소는 대부분 비슷해지고 있다. 무너져가는 문화적 경계의 마지막 보루인 ‘언어’마저 각종 번역 서비스로 인해 무너지게 되면 사실상 전 세계 모든 IT업체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린다.
무너진 경계를 넘나드는 초국적 서비스들 사이에서 토종 서비스가 생존하는 법 또한 명쾌해졌다. 문화적 맥락보다, 인간 본연의 욕구와 가치에 천착하는 것이다. 국내보다 국외를 겨냥하고 당찬 행보를 보이는 라인과 카카오톡이 그 선두에 서 있다. 글로벌 서비스에 무너져 내리는 안마당을 넋 놓고 바라보는 대신, IT 세계의 세계적 공진화 과정을 주도할 패기 있는 토종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