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와 친일 미화 논란을 빚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의 반발로 교실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지난해 12월31일 전국 약 800개 고교 가운데 9개 학교가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것으로 처음 알려졌다. 채택률은 1%였다. 하지만 불똥은 곧바로 9개 학교로 튀었다. 수원 동우여고, 수원 동원고, 여주 제일고, 성남 영덕여고, 파주 운정고, 울산 현대고, 대구 포산고, 경북 성주고, 전북 상산고 등 9곳 학교 명단이 SNS를 타고 퍼져나갔다. 이후 서울 창문여고, 경남 창녕고 등도 교학사 교과서 채택 학교로 알려졌다.

〈div align=right〉〈font color=blue〉ⓒ연합뉴스〈/font〉〈/div〉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 했던 수원 동우여고에는 이를 비판하는 ‘안녕’ 대자보(위)가 붙었다 철거됐다.
ⓒ연합뉴스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려 했던 수원 동우여고에는 이를 비판하는 ‘안녕’ 대자보(위)가 붙었다 철거됐다.

파문 확산되자 줄줄이 교과서 채택 철회

명단이 퍼지면서 해당 학교 재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반발했다. 특히 수원 동우여고에서는 재학생들이 1월2일 ‘안녕들 하십니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반대 대자보를 붙였다가 10분 만에 철거됐다. 이 학교 공기택 역사 교사(54)는 이날 오후 3시40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채택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라고 폭로했다.

공 교사는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아이들이 대자보를 붙이는 것을 보고 교사로서 창피했다.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할 수 없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공 교사에 따르면, 교장은 교과서 추천 마감 전인 지난해 12월23일께 역사 교사들을 불러 설득에 들어갔다고 한다. 공 교사를 비롯한 교사들은 “(교학사 채택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다른 건 다 받아들일 수 있어도 이것은 학교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라고 반대했다.

지난해 12월26일 교장은 다시 역사 교사들을 따로 불러 “교학사를 선택하지 못할 경우 (교장) 자리마저 위협받는다”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공 교사는 전했다. 결국 공 교사 등으로 꾸려진 교과협의회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3순위 ‘들러리’로 올렸다. 일부러 2위와 10점 이상의 차이를 두었다. 하지만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서 3순위였던 교학사 교과서가 채택된 것이다. 같은 재단인 수원 동원고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동우여고는 1월3일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했다.

서울 창문여고도 1월3일 지학사 교과서를 채택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대구 포산고는 1월3일 대구 지역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6) 등의 항의 방문을 받았다. 대구 포산고는 이날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취소했다. 이 외에도 파주 운정고, 성남 영덕여고, 경북 성주고, 여주 제일고, 울산 현대고 등 전북 상산고를 제외한 학교들이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채택을 잇달아 백지화했다. 유일한 교학사 채택 학교로 알려졌던 전북 상산고도 1월7일 교학사 채택 철회를 최종 결정했다.

그러나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군자녀 학교인 파주 한민고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했으나 현재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1월7일 오후 1시 현재 학교명 미확인 서울 두 곳도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

앞서 한국고대사학회·한국중세사학회·한국근현대사학회·한국민족운동사학회·한국역사연구회·한국역사교육학회·한국사연구회 등 한국의 역사학자 대부분을 망라하는 7개 학회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사실 오류 652건뿐 아니라, 기존 교과서에서 쓰이지 않는 신조어 남발, 검증되지 않은 주장 서술, 식민지 근대화론적 역사관, 친일 미화·독재 예찬 등을 담고 있다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기자명 전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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