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의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치러지는 첫 전국 단위 선거다. ‘6월 성적표’에 따라 정치권도 부침을 겪을 전망이다. 지방선거 때문에 7월로 미뤄진 재·보선 규모도 상당하리라 보인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청와대 국정 기조는 이 두 선거 결과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안철수 신당 역시 선거를 통해 평가받게 된다. 〈시사IN〉은 전문가 6인에게 2014년 정치 전망을 물었다. 여야 ‘전략통’으로 손꼽히는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과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 학계의 보수·진보를 대표하면서도 온건·합리 성향을 가진 김형준 교수(명지대)와 최태욱 교수(한림국제대학원대), 여론조사 분석가인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과 윤희웅 정치컨설팅 민 여론분석센터장이 2014년 정국을 미리 읽어준다.

동아시아연구원이 2013년 12월1~16일 실시한 면접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민이 생각하는 최우선 국정 과제를 전망해봤다. 우선 경제 양극화, 경제성장과 같은 민생 관련 어젠다를 우선하라는 여론의 압력이 2014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우선 국정 과제로 경제적 양극화 완화를 꼽은 응답이 28.5%로 가장 많았고, 경제성장을 꼽은 응답이 26.8%다. 합해서 절반을 훌쩍 넘는다. 국민통합을 꼽은 응답은 12.7%, 삶의 질 개선은 12.3%, 정치개혁을 꼽은 응답은 7.1%였다.

반면 국제경쟁력 강화 4.8%, 국가안보 강화 2.7%, 남북관계 개선을 꼽은 응답은 0.6%로 외교·안보 과제를 꼽은 응답을 모두 합해도 10%를 넘지 않는다. 장성택 숙청 전후 북한 변수가 이번 조사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래로 안보 및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여론은 소수다. 정치권이 서해북방한계선(NLL)이나 종북 문제를 내세우면 지지층 결집은 가능하겠지만, 전체 여론의 지지를 받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2014년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 사이의 어젠다 경쟁 강도는 높아질 전망이다. 경제성장, 국민통합, 국가경쟁력 강화 및 국가안보 강화 이슈는 보수 정당이 우위를 보이는 이슈다. 반면 경제적 양극화 완화, 삶의 질 개선, 남북관계 개선과 같은 어젠다는 진보개혁 정당에 높은 점수를 준다. 2011년 무상급식 논쟁 이후 경제 양극화 완화나 삶의 질을 강조하는 진보친화적 여론이 경제성장이나 국민통합을 선호하는 보수친화적 여론보다 우위에 있음이 확인된다. 그러나 2012년 박근혜 후보의 승리를 거치며 경제성장 및 국민통합 어젠다에 대한 지지도 늘었다. 박근혜 정부 1년이 지난 현 시점의 여론은 진보 어젠다와 보수 어젠다에 대한 지지가 공존하며 균형 국면을 이루고 있다. 어젠다 경쟁에서 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특정 진영의 주장을 고수하기보다 양쪽의 여론을 고려하는 현실적이고 균형적인 전략이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호감도 여전하지만…

2014년의 최대 정치 현안은 역시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이다. 현 시점의 여론 구조를 보면, 선거 국면은 정부·여당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나 여당 지지율이 2000년 이후 역대 대통령들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한 지난 대선 삼국지에 이어 후삼국지를 이끌고 있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리더십에 대한 호감도를 봐도 정부·여당이 유리함을 알 수 있다(위의 〈표〉 참조〉).

박근혜 대통령의 호감도 변화를 살펴보면 2012년 4월 총선 직후 10점 만점에 6.3점으로 호감도가 높다가 갈수록 하락했다. 선거에 임박해서 보수층의 결집에 힘입어 5.9점까지 만회했고 대선 1년이 지난 지금도 5.9점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문재인 후보는 5.6점에서 6.1점까지 호감도 점수가 치솟았다. 안철수 후보와의 예선 경쟁과 박근혜 후보와의 본선 경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나 했지만, 막바지 단일화 잡음과 네거티브 일변도 전략을 고수하다 결국 패배했고, 대선 1년이 지난 지금 중간 수준에도 못 미치는 4.6점까지 호감도가 떨어졌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여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2년 4·11 총선 직후 6.3점의 높은 호감도로 박근혜 대세론에 균열을 냈던 안철수 후보이지만 정작 공식 선거운동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호감도가 하락했다. 대선 1년이 지난 2013년 12월 조사에서는 4.8점으로 문 후보에게는 앞섰지만, 2012년 대선을 지배했던 ‘안풍’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많이 냉담해졌음을 보여준다. 정국이 경색되고 여야 간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안철수 신당이 가상 정당 지지율에서는 이미 제1야당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이를 이끌 만한 힘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2014년 지방선거의 승부가 결정되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고전하면서도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단일화 실패와 야권의 무능이라는 외적 요인 외에도 경제민주화 및 한국형 복지론을 앞세운 과감한 포지션 이동, 통합과 당 개혁의 메시지를 일관되게 제시했던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집권 1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은 박근혜 후보와 여당이 그렇게 강조했던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다. 높은 지지율에 기댄 변심과 야당의 무능은 집권 여당에 독이 될 수 있다. 국민은 여전히 민생을 우선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여당의 모습 대신 반대파를 아우르고 중간층을 설득하는 협력적 리더십을 기대한다. 동시에 자기반성 없이 네 탓 공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낡은 ‘민주 대 반민주’ 구도에 안주하는 현 야당의 리더십으로는 2014년을 주도할 수 없다.

결국 2014년 정국의 최대 변수는 정부·여당이다. 1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변심의 길을 고수할지가 고민이라면 2010년 지방선거를 떠올려보라. 부자 몸조심하던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 이후 50%를 상회하는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에 취해 안보 어젠다와 친노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다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를 한 번도 하지 않은 일개 기업의 CEO가 야권 주자 누구도 근접하지 못했던 박근혜 대세론에 균열을 가져왔다. 정부·여당의 변심보다 더 갑작스럽고 무서운 것이 민심의 변심이다.

기자명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저작권자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