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천안센터에서 일하던 최종범씨가 ‘배고파서 못 살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거둔 지 한 달이 지났다. 몇몇 언론은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 파견 의혹을 보도했고, 노동·시민단체는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서비스는 ‘별도의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며 묵묵부답이다. 그러는 사이, 종범씨의 부인 이미희씨(28)와 형 최종호씨(35·왼쪽)는 투사가 되었다.


12월3일 185개 노동·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최종범 열사 대책위원회와 유족은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본관에 항의 방문하려는 농성단과 경찰 간에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촛불문화제를 준비하던 농성자를 인도로 내쫓았다. 최씨의 부인 이미희씨만 아무 말 없이 바닥에 누워 저항했다. 여경은 홀로 남은 이씨를 인도로 내몰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국민을 위한 경찰이냐, 삼성의 경비냐”라며 소리쳤다.

지난해 이맘때, 첫눈을 보며 최종범씨는 부인 이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눈이 와. 고백할게, 사랑해.” 1년 뒤인 12월13일 딸 빛나(가명)의 돌잔치를 위해 최씨와 함께 예약한 뷔페를 이씨는 혼자 취소했다.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만 했던 남편이 편히 갈 수 있도록 해달라. 바보처럼 일만 할 때는 삼성의 가족이고, 노조를 만들고 부당한 것을 시정하라고 요구하면 표적 감사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 사과하라”고 말했다.

종호씨는 동생 최씨를 두고 꿈을 말하지 않는 아이라고 기억했다. 자기 자신보다 병든 노모를 위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산다고 했다. 딸 빛나가 태어났을 때도 ‘최종범 인생 끝. 최빛나 인생으로 다시 시작’이라는 글을 SNS에 남겼다. 그런 그의 명함에는 ‘고객님의 기쁨은 우리의 기쁨’이라고 적혀 있다. 그는 12월6일 현재 37일째 차가운 냉동고에 누워 있다.

기자명 송지혜 기자 다른기사 보기 so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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