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IM) 라인(Line)의 가입자 수가 11월25일을 기점으로 3억명을 돌파했다. MIM 가입자 규모 면에서 세계 3위다(텐센트 위챗 가입자 약 4억7000만명, 왓츠앱 메신저 가입자 약 3억5000만명). 고무적인 것은 라인 가입자의 증가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6월 출시해서 1억명 가입자 돌파까지 575일, 2억명까지 184일 걸렸는데, 3억명을 돌파하는 데는 127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라인 가입자가 폭증한 원인으로 지역별 특화 스티커 및 스타 마케팅 등 현지화 전략의 성공을 꼽는다. 중국 중심으로 가입자가 증가 중인 텐센트 위챗, 영미권 중심으로 가입자가 분포되어 있는 왓츠앱과 달리, 라인 가입자들은 일본에 5000만명, 타이에 2000만명, 타이완에 1700만명, 스페인 1500만명, 인도네시아 1400만명, 인도 1300만명 등 아시아와 유럽의 여러 문화권을 가리지 않고 퍼져 있다.

ⓒ네이버 제공11월25일 ‘라인’ 가입자 수가 3억명을 돌파했다. 위는 일본 도쿄 라인(주)에서 열린 기념 행사.
특히 스페인 같은 남유럽 국가, 브라질 등 중남미 히스패닉권에서 라인 가입자가 급증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전 세계 여러 인종 중 소셜 미디어상에서 가장 많은 버즈를 생산하는 인종이 바로 히스패닉이다. 더구나 히스패닉들은 영어권, 특히 전 세계의 중심이라 할 미국에 많은 인구를 확보하고 있다.

인도 등 영어권의 변경에서 진출 4개월 만에 가입자가 1000만명으로 폭증한 것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영어를 활발히 사용하는 인도에서의 가입자 증가는 지속적으로 라인에 대한 노출을 증가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변경 공략해 성공한 대표 사례 〈강남 스타일〉

변경을 공략해 성공한 대표 사례가 바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었다. 트리움의 소셜 미디어 분석 솔루션인 심플(SimPL)로 소셜상에서의 이슈 확산 관계망을 분석해보면, 〈강남 스타일〉을 가장 먼저 주목했던 것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타이 등 동남아의 한류 팬들이었다. 영어권과 잇닿아 있던 이들은 영미권 스타들이 싸이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활발히 공유하면서 유튜브 조회 수를 꾸준히 올렸다. 폭증하는 유튜브 조회 수를 보며 미국 언론이 주목했고, 이때 싸이가 미국 현지 방송에 출연하면서 〈강남 스타일〉은 ‘글로벌 스타일’이 되었다.

고대 페르시아와 로마, 그리고 당·송·명 등 중국의 제국이 붕괴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제국 변방의 이민족들이 제국이 제공하는 기술이나 제도상의 혜택을 바탕으로 빠른 혁신을 이룩해 제국의 심장으로 파고들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 세계 대중문화가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면, 결국 변경을 잘 공략하면서 영어 사용자 사이에서 존재감을 영리하게 확대하는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가 업계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영어 사용국들과, 히스패닉 등 영미권과 접점이 있으되 변경에 위치한 문화권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 한국 기업들, 특히 IT 서비스의 세계 진출을 위한 의미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라인의 핵심 경쟁자인 텐센트 위챗은 히스패닉 문화권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승부수를 띄웠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를 모델로 기용하는 등 내년에 2000억원 이상의 마케팅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기선을 먼저 잡은 라인의 대응이 주목된다.

기자명 이종대 (트리움 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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