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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이명박’ 되려는가? 오세훈 시장의 두 얼굴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가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들은 오 시장이 겉으로만 ‘환경’ ‘문화’ ‘역사’를 내세우지, 실상은 이와 거리가 멀다고 비판한다. 한강 르네상스 등 주요 사업에

고동우 기자 intereds@sisain.co.kr 2008년 05월 06일 화요일 제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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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4월15일 ‘창의문화도시 기자 설명회’에서 연설하는 오세훈 시장.
“정치적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뉴타운이 그를 가둬버렸다. 한마디로 족쇄가 채워졌다.”

시사 평론가 김종배씨가 뉴타운 문제에 대한 ‘부적절한 처신’으로 궁지에 몰린 오세훈 서울시장의 현 처지를 묘사한 말이다. 지난 4월28일 한나라당 서울 지역 당선자와의 회동을 갖고 잠시 봉합했지만, 총선 전후 ‘부정→긍정→부정’으로 이어진 말 바꾸기와 불명료한 태도는 ‘나름 괜찮았던’ 오 시장의 이미지를 구겼다.

“진퇴양난이다. 한나라당 요구대로 뉴타운을 받으면 서울시 집값 폭등의 주범이 될 테고, 반대로 받지 않으면 강북의 민심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현 정부가 건설 규제를 완화해 개발을 밀어붙이면 아예 ‘부속물’로 전락한다. 청와대·한나라당·민주당·강북 주민으로부터 ‘사방 협공’을 받는 형국이다. 오 시장이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김종배씨가 제시한 ‘남은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상쇄책을 찾는 것이다. 다른 부문에서 혁혁한 성과를 내 나머지를 덮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별로 눈에 띄는 게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내에서도 “공무원 퇴출제 말고 뭔가 확 드러나는 게 없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창의문화도시’ ‘도심재창조 프로젝트’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등 화려한 수사가 동원된 초대형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민심을 격동시킬 만한’ 감흥은 없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시민의
   
ⓒ연합뉴스
지난해 12월18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철거를 앞둔 동대문 야구장 입구에서 규탄 집회를 갖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와 동떨어진 데다, 중장기 사업이라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 주자로도 꼽히는 오 시장은 청계천·뉴타운·버스 중앙차로제 같은 굵직굵직한 성과를 낸 전임 이명박 현 대통령과 늘 비교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창의문화도시? 재탕·삼탕 정책일 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들 사업은 반환경·반문화·반인권성 논란으로 하나같이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 자신이 시민운동가(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상임집행위원) 출신으로서, ‘환경 시장’ ‘문화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하는 오 시장에게는 곤혹스러운 문제 제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시장 취임 2주년을 맞는 오는 7월께 시민사회단체의 시정 평가 토론회가 잇따를 예정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이미 행사 개최를 확정한 상태이며, 문화연대와 노동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당장 최근에 공개된 ‘창의문화도시 마스터플랜’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총선 직후인 지난 4월15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자 설명회를 통해 ‘실무회의·보고회의 등 약 55차례의 검토회의를 거쳐 만든 열정의 산물’이라며 서울의 문화도시 리모델링 방안을 발표했다. “문화·예술 창의기반과 도시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인의 감성을 끌어당길 만한 서울만의 매력을 창출함과 동시에, 시민에게 문화와 예술이 물과 공기처럼 흐르는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라는 야심찬 포부였다.

하지만 발표되자마자 ‘재탕·삼탕’ ‘이벤트식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컬처노믹스’ ‘창의문화도시’ 등 그럴듯한 ‘새 포장지’만 등장했을 뿐 이미 추진 중이거나 추진 계획을 밝힌 사업이 상당수다”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를테면 마스터 플랜에는 지난해 발표된 도심재창조 프로젝트·한강 르네상스·디자인서울 사업이 또다시 등장했다. 일부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엄연히 ‘10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도 마찬가지다. 서울 성곽 복원·문화지구 지정·노들섬 문화예술센터·서울시 신청사 다목적홀·남산 르네상스 등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사업으로 가득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 사업이 홍보가 잘 안 되니까 자꾸 동어반복을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의심한다. 실제 한강 종합개발 계획인 한강 르네상스의 경우, 지난 1월 서울시가 시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민의 38.5%, 전문가의 49.5%만이 이 사업을 알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오세훈 시장을 더욱더 초조하게 만드는 요인일 수밖에 없다.

뚜렷한 철학 없이 중구난방 좋은 것만

그나마 새롭게 내놓은 사업도 비판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등 전직 정부 수반의 유적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은 4월15일 성명을 발표해 “친일 장교 출신 군사독재자의 가옥(서울 중구 신당동)이자, 5·16 군사 쿠데타의 모의 장소를 복원하는 것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문화연대도 “동대문운동장은 ‘일제의 잔재’라며 없애버려야 할 역사로 치부했던 오세훈 시장이 선택적이고 편의적인 역사인식으로 서울의 역사와 흔적을 마음대로 재편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서울시 측은 이 사업의 추진 이유를 밝히면서 ‘근현대 문화유산 복원’ ‘역사문화 도시로서 위상’을 언급했지만, 이는 지난해 문화·체육·환경 단체들이 서울시의 동대문운동장 철거에 반대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단체들은 “우리나라 100년 근대 체육의 산실이자 최초의 체육 시설인 근대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파크’를 짓는다며 끝내 철거를 밀어붙였다. 뿐만 아니라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동대문운동장 대체 구장을 짓는 과정에서 등록문화재인 구의정수장을 훼손해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기까지 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노숙인 추모제’에서 인권단체 회원들이 서울시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최지현 활동가는 서울시의 이러한 ‘모순된 행태’에 대해 “겉으로는 ‘문화’ ‘역사’ ‘환경’을 내세우지만, 결국 오 시장이 가장 집착하는 것도 청계천처럼 크고 예쁜 시설을 만들어 성과를 과시하는 것이다. 이명박 전 시장의 개발주의 노선과 다를 바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오랫동안 서울시를 취재해온 한 출입 기자는 “뚜렷한 철학이 없이 중구난방으로 좋은 것은 다 갖다 쓰려고 하다 보니 충돌이 생긴다. 철학이 없으니, 뭔가 꾸준히 집중하는 것도 없다. 그냥 감성적인 것을 참 좋아한다는 느낌만 든다”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최지현씨는 “서울시의 현재 사업 기조는 뉴타운 공사나 동대문운동장 철거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개발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라고 전망한다. “뉴타운 논란에 대한 오세훈 시장의 해명 기자회견(4월21일) 내용이 과연 ‘진심’인지 묻고 싶다. 오 시장은 그날 “사업비가 높아져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이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재정착률이 30%대에 머무르는 점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관점이라면 동대문 개발 때문에 밀려나는 노점상의 문제도 고민했어야 하지 않나? 소외된 계층을 위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노점상·노숙인은 서울시민도 아닌가

이수정 서울시의원(민주노동당)도 “서울시는 ‘맑고 매력 있는 서울’을 만든다면서 뭔가 지저분해 보이는 것은 아예 없애버리거나 안 보이는 데로 치우려 한다”라며 ‘디자인 노점 거리’ 정책을 대표 예로 들었다. 지난해 2월 발표된 이 정책은 시내 모든 노점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교체해 ‘규격화’하고, 영업자가 정해진 점용료·품목·시간에 따라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내년까지 서울시내 전역으로 확대된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사실상 합법화 전 단계’라며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겉모양은 좀 깔끔해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단속은 더 심해질 것이고, 정말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갈수록 노점을 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지저분한 일을 하는 사람은 서울 시민도 아니라는 것인가? 넥타이 매고 직장 다니는 사람한테는 좋은 정책일지 몰라도 빈곤층에게는 결코 안 그렇다.”

   
ⓒ뉴시스
한강 교량의 조명 개선은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된다. 서울시가 공개한 한강대교 야간 조명 계획.
노숙인 대책은 더욱더 노골적이다. 지난해 초 한 서울시 관계자는 회의 석상에서 “1200만명이 찾는 관광도시로 만드는데 노숙인이 몰려 있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라며 이들로 인한 이미지 손상을 걱정한 바 있다. ‘거리급식 금지’ ‘소규모 쉼터 통폐합’ ‘대형시설 입소’ 등 이후 대책도 정확히 그러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조규영 서울시의원(통합민주당)은 이에 대해 “대형시설은 관리의 편리함은 있을지 몰라도 당사자의 권리와 자활 의지 고양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발전하는 선진 사회복지의 흐름은 지역사회 보호이며, 소규모 쉼터의 일방 폐쇄는 노숙인의 지역사회 복귀에 많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서울시는 서울역 광장 노숙인 현장 진료소에 이전 압력을 넣거나, 군 전역자를 중심으로 ‘노숙인 순찰대’를 운용해 인권단체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노실사)’ 이동현 상임활동가는 “서울시가 이명박 시장 시절에도 하지 않던 짓을 대놓고 한다”라고 분노한다.

“깨끗한 거리를 만든다며 노숙인을 폭력적으로 몰아내는 방법을 쓴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의 노숙인이 현장 진료소를 이용하는데, 먼 곳으로 옮기면 그들은 대체 어쩌라는 말인가? 매해 평균 300여 명에 달하는 노숙인이 죽어가는 상황이다. 순찰대도 폭력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 측은 시설 입소를 권유하는 차원에서 운용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거의 군 전역자이다.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을 그들이 한다. 결국 노숙인을 사회복지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물리적 충돌 등 불미스러운 일이 계속 일어난다.”

새만금 개발 이후 최대의 생태계 훼손

지난 4월29일 반포대교 ‘초대형 낙하 분수’ 공사를 시작으로 본격화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대해서는 환경단체 쪽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이현정 초록정책국장은 “환경·생태·교통·시민이 빠진 사업이기 때문에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생태보전시민모임 여진구 위임대표도 “과도한 개발과 이용 욕구로 최악의 생태계 훼손이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측은 이 사업의 추진 배경을 설명하면서 ‘친환경적 도시발전 패러다임’ ‘본연의 생태 기능 회복’ 등을 제시했지만, 실상은 이와 정반대인 셈이다.

이를테면 핵심 과제로 내세운 워터프런트 타운(수변 도시) 조성은 습지생태공원, 철새들의 주요 서식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밤이 더 아름다운 한강’을 연출하겠다며 추진하는 한강 교량의 조명 개선도 생태계에 크나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서해로의 뱃길을 회복하겠다며 내놓은 각종 개발 계획은 ‘새만금 개발 이후 한반도 최대의 생태계 훼손 사업이 될 것’이라는 염려까지 나온다.

이현정 국장은 “많은 한계가 있지만, 지난 2년 동안 자전거 출퇴근 문화를 확산하고 친환경 에너지 선언 등을 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 청계천 사업의 성공이 전국적으로 생태하천 복원 붐을 일으킨 것처럼, 한강 르네상스도 똑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오세훈 시장은 분명히 환경에 대한 철학과 마인드를 갖춘 인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인 신분이라 그런지 과도한 성과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꾸 무리수를 두는 것 같다”라고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오세훈 시장 측은, 위에서 언급된 시민사회단체 쪽의 문제 제기를 중심으로 질의서를 보냈으나 “취임 2주년을 맞아 우리도 전반적인 평가를 준비 중이지만 아직 완료가 되지 않았다. 나중에 정리된 견해를 내놓겠다”라며 답변을 유보했다. 다만 “모든 정책을 완결된 것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시민사회단체 쪽이 제기한 비판을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며 좋은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라고 의견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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