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정부가 ‘돈독’이 잔뜩 오른 듯하다. 정부는 11월12일 교차로 꼬리물기나 진출로 끼어들기를 하다 걸리면 승용차는 5만원, 승합차는 6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예전에는 경찰관에게 걸리지 않으면 지나갔지만, 이제는 무인카메라에 찍히기만 해도 차주에게 통지서가 간단다. 연말에 늘 하는 일이긴 하지만, 음주단속도 강화된다. 경찰청은 매년 12월1일부터 시행하던 연말 음주단속을 열흘 앞당긴 11월22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매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아, 깜빡이를 켜지 않아도 걸리고, 차량 정지선 앞으로 범퍼가 조금만 나와도 단속 대상이다. 

최근 한 지인은 연말정산 환급금을 토해내는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3년 전인가 직장인 아내를 실수로 부양가족에 포함시켰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앞으로는 그러시면 안 된다’는 경고를 받고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불쑥 부당환급금 명목으로 추징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부당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는 한 기업의 관계자는 조사를 나온 공무원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과징금 목표액이 얼추 정해져 있으니  줄이겠다며 이리저리 애쓰지 마시고, 억울하면 차라리 소송을 통해 해결하시라.”

물론 법을 위반하고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고 벌금이나 과태료를 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정부가 부족한 국고를 채우기 위해 ‘증세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국민을 쥐어짜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입은 당초 예상했던 210조원보다 10조원쯤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법인세수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 들어 6월까지 교통경찰이 현장 단속을 통해 부과한 교통범칙금은 425억9872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9억277만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정부의 각종 과태료 징수 결정액도 2012년 1조8788억원이던 것이 올해는 2조원을 훌쩍 넘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재정 전문가는 “그래도 세수 부족분 10조원을 메우려면 멀었다. 엉뚱하게 지갑 털리지 않으려면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지갑이야 책잡히지 않고 각자 잘 간수하면 될 터. 하지만 잇따른 정치권의 망언과 국가기관의 납득하기 힘든 행태로 인한 정신적 피폐는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찌라시’ 형태로 입수했다는 김무성 의원, 자신들이 주도한 국회선진화법을 폐기하겠다는 새누리당 지도부, 열심히 수사하겠다는 검사는 중징계하고 부당하게 이를 말린 상사는 아무 죄가 없다고 발표하는 검찰 등, 국민의 상식을 뒤흔드는 일이 이 정부에서는 너무나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기자명 이숙이 편집국장 다른기사 보기 sook@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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