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자 세르주 모스코비치는 커뮤니케이션의 형태와 수단이 바뀌면 집단의 성질과 권력의 행사 방식도 함께 바뀐다고 했다. 다시 말해, 새 미디어의 등장은 기존 권력관계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 텔레비전 광고비를 놓고 벌어지는 방송사의 자원 배분 전쟁, 즉 시청률 측정에서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케이블TV나 옥외TV 시청, IPTV, 크롬캐스트, 엔스크린 등을 활용한 시간이동형 미디어 서비스 등 콘텐츠 소비 경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시청률 측정 방식인 피플미터(people-meter), 즉 표본을 추출해 텔레비전 시청 여부를 수집하는 방식이 더 이상 시청자 수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VBM 방식(viewer behavior measure ment) 즉, 셋톱박스를 통해 시청자 행동 정보를 수집하고 방송에 대한 개개인의 몰입도까지 추출하는 방식이나, PPM(porta ble people meter), 즉 방송 송출 혹은 콘텐츠 제작 시 특정 채널을 대표하는 신호음을 삽입해 패널이 어떤 채널에 노출되는지를 인식해 전송하는 방식 등이 시도된다. 하지만 여전히 표본 크기의 제약 등으로 인해 방송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몰입도를 정확히 잡아내는 데는 한계를 보인다.

ⓒ시사IN 포토시청 방법이 다양해져 현재의 시청률 집계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지난해 말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 닐슨과 트위터는 ‘닐슨-트위터 TV시청률’을 발표하기로 했다. 방송 콘텐츠에 대해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소셜 네트워크상에 쏟아내는 피드백을 보정해 ‘시청률 지수’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에 닐슨이 미국 221개 프라임 타임 방송 시청률과 트위터 언급량 간의 상관관계를 분 단위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트위터에서의 언급량 증대로 인한 시청률 증가 효과가 약 29%에 달한다고 한다.

트위터에선 20배 이상 격차로 시청률 뒤집어

소셜 미디어 분석 전문기업 트리움이 지난 추석 연휴 동안 방영된 특집 프로그램들에 대한 국내 트위터 언급량을 조사해보니, 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으로 9.7%를 기록하면서 추석 특집 프로그램 가운데 7위를 기록했던 〈아이돌스타 육상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아육대)〉가 트위터에서는 오히려 총 13만4767회 언급되면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시청률 15.2%로 1위에 올랐던 〈진짜 사나이-비밀군사우편〉은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6016회 언급되면서 4위에 그쳤다. 시청률 조사로는 5.5%포인트 우세였던 〈진짜 사나이〉가, 트위터에서는 20배 이상의 격차로 〈아육대〉에 밀린 것이다.

시청률 산정 과정에 소셜 언급량을 반영하면, 텔레비전 광고를 보지 않고 DMB나 웹하드,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 심지어 토렌트 등의 이른바 ‘어둠의 경로’를 통해 다운로드받아 시청하는 사람들의 반응까지 함께 포함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셜 언급량과 영향력을 시청률에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국내외에서 일어나고 있다. 매체별로 추출된 표본의 분포와 시청률,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상의 언급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하여 시청률 산정 과정에 보정값으로 반영하는 식의 접근이다.

특히 방송 프로그램 안에 광고를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PPL(product placement) 광고 단가 선정에는 소셜 시청률이 반영될 여지가 크다. 텔레비전 광고와 달리 PPL은 어떤 경로로 프로그램을 시청하든 반드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상의 피드백을 시청률 산정에 반영할 때 유의할 점도 있다. 트위터에서 프로그램명을 언급하는 것이 실제 프로그램 시청과 직결된다는 보장이 없을뿐더러, 시청률이 주로 텔레비전 광고 단가 선정에 활용되는 지표이므로, 콘텐츠 소비 행태별 시청률이나 프로그램 몰입도가 각각 별도로 산정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은 더욱더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더욱더 많은 공간에서 피드백을 남기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평가 모델의 필요성은 더 커지리라 보인다.

기자명 이종대 (트리움 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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