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을 통해 베일을 쓴 이슬람 여성을 보면 왠지 갑갑하고 부자유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그 베일 뒤에는 우리가 미처 모르는 문화와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모로코에 거주하는 블로거 사라(blog.daum.net/sarah_an)가 베일의 ‘베일’을 벗겨보았다.

 〈모슬렘 여성들이 쓰는 베일은 지역, 일의 종류, 문화 수준, 사회의 윤리적 표준, 집안의 가풍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또한 사회 환경과 기후 등의 영향을 받는다. 오늘날 이슬람 사회에서 통용되는 베일은 국가와 민족에 따라 그 명칭과 모양이 다른데, 일반적으로 아랍 국가에서는 히잡(Hijab)으로 통용된다. 히잡은 아랍어로 ‘가리다’ 혹은 ‘격리하다’라는 뜻에서 파생된 단어다. 베일은 형태에 따라 전신 은폐용, 두건형, 복면형 등으로 나뉘고, 지역별로는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①부르카/인도·아프가니스탄·이집트의 일부 베드윈족이 쓰는 베일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모든 부위를 가리며, 눈 부위를 망사로 처리해 밖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베일 중에서 가장 보수적이다. 손에 장갑을 끼기도 한다. 1970년대까지 주로 청색을 애용했으나, 요즘은 검은색도 등장했다. 차드리(Chadri)로 불리기도 했다.

 ②차도르/주로 이란에서 쓰는 베일로 망토형이다. 검은색이 많으며, 안에 양장을 입는다. 차도르(Chador)는 원래 ‘덮는다’는 의미의 이란어. 1930년대까지는 두 가지 방식을 사용했다. 구식 차도르는 흰색 목면으로 만든 좁고 긴 천을 드리우는데, 그 천에 작은 눈구멍이 그물로 처리되어 있고 머리 뒤에 있는 버클로 고정한다. 새로운 형태의 차도르는 앞이 개방된 것이 아니라, 천 두 폭을 이어서 자루처럼 꿰매어 만든다. 앞은 가슴에서 핀으로 고정하고, 뒤는 머리에 쓴 뒤 앞에 달린 끈 두 개로 이마에 묶는 형태다. 20세기 초반까지는 차도르 색상이 다양하고 직물도 꽃무늬가 있을 만큼 화려했다. 그러나 현재 이란에서는 검은색 차도르가 일반적이다.  

 ③히잡/코란에 언급된 의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두건 모양이다. 얼굴만 내놓고 상체는 가린다. 가슴 부위까지 가려서 입고 벗기가 비교적 쉽다. 색상이 다양한 게 특징이다. 아바야(Abaya)로도 불린다. 비교적 자유로운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모로코나 시리아 등에서 주로 착용한다. 종파에 따라 스카프를 다르게 묶기도 한다. 주로 스카프와 더불어 긴 외투(질레바)를 걸친다.

 ④니캅/히잡에 얼굴 가리개를 덧붙인 형태다. 다른 덮개를 이용해 머리를 가렸을 경우에는 눈 아래를 가리거나, 가슴 혹은 목까지 가리기도 한다. 주로 파키스탄·모로코 산간 지방 여성이 쓴다. 히잡처럼 색깔이 다양하다. 
 


 

ⓒ고창군청

청보리밭에 서면 그리움이 '뭉클'

한하운의 시 “보리피리 불며/봄 언덕/고향 그리워/피-ㄹ 닐니리…”가 저절로 입에 오르내리는 계절이다. 블로거 하늬바람(blog.daum.net/sunny 38)에 따르면, 싱그러운 보리밭 사이에 서면 알 수 없는 그리움에 가슴이 시리다. 하늬바람이 얼마 전 고창 청보리밭을 다녀왔다. 

 〈고창은 예로부터 보리를 많이 재배한 곳이다. 고창의 옛 지명 모양현의 ‘모’도 보리를 뜻한다. 그래서 보리 축제는 고창의 축복이다. 보리는 11월에 파종을 하면 한 달 뒤 축구장 잔디만큼 자라고, 겨울을 꽁꽁 언 채 지낸다. 이때 보리가 얼어죽지 말라고 꾹꾹 밟아준다. 그러니까 4월 청보리는 엄동설한을 이겨낸 ‘장한 아름다움’인 셈이다. 이제 곧 보리는 이삭을 틔우고, 5월 중순부터 누렇게 익어간다. 보리밭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이때다.

 4월에 보리밭 사이 굽은 길을 돌다 보면 5월 누렇게 익은 보리가 그립고, 5월에 걸으면 다시 4월의 청보리가 그립다. 걷고 또 걸어도 그리움이 생기는 곳이 보리밭인 것이다. 4월12일부터 5월12일까지 고창 보리밭에서 ‘축제’가 열린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싫은 사람에게는 평일 아침이나, 저녁 무렵을 권한다.〉   


 


케이프타운에서 '제니'에게 반하다

5월은 가정의 달. 세계 어디에서나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다. 무한한 자식 사랑과 희생.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여행객 쉼터 ‘안나하우스’를 운영하는 블로거 안나(blog.d aum.net/capehope/15974384)가 지난해 7월 그곳에서 남아프리카 ‘말라위’의 소박하면서 멋진 엄마를 만났다.

 〈…제가 운영하는 여행객 쉼터 ‘안나하우스’에는 저 안나 아줌마를 마담이라고 부르는 가정부가 있습니다. 아이를 셋 낳고도 아직 아기 같은, 여전히 수줍어하는 그녀의 이름은 제니입니다. 제니 시메메 카망가. 그녀의 진짜 이름입니다. 시메메는 그녀 나라 말로 happy라는 뜻입니다. 그래서인지 제니는 늘 웃습니다. 늘 행복한 것 같습니다.

 제니는 바다보다 더 넓고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는 말라위 여자입니다. 말라위에 아이 셋을 남겨놓고 홀로 돈 벌겠다고 남아공으로 왔답니다. 세 아이의 아빠는 작은아이가 돌이 되기도 전에 세상을 떴다고 합니다. 제니의 맏딸은 그녀를 꼭 닮아 눈이 참 예쁜 아이입니다. 제니의 작은 방에 그 아이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그 밑에 올망졸망한 다른 두 딸의 천진난만한 모습도 걸려 있습니다.

 남편이 죽고 갓 돌을 넘긴 작은 녀석을 엄마에게 떼어놓고 남아공에 온 지 벌써 4년째라고 합니다. 그녀는 처음 남아공에 와서 시작한 가정부 일을 요하네스버그의 한국인 집에서 배웠습니다. 그래서 한국 음식도 잘 만듭니다. 도토리묵 쓰는 일은 저보다도 한 수 위입니다. 한국 음식을 잘 만들기도 하지만, 먹기도 잘 먹습니다. 김치 담글 때면 간을 보는 것도 제니의 몫입니다.

 안나하우스의 차고 한쪽에 제니의 공간이 있습니다. 작은 침대와 많지 않은 가구가 그 좁은 공간을 채웠습니다. 하지만 그 곳은 안나하우스의 다른 어떤 화려한 공간보다 따뜻합니다. 아마, 그녀의 행복한 생각들이 공간을 따뜻하게 만드는가 봅니다. 한 달 열심히 일해서 받는 많지 않은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가는 제니는 (2007년) 7월이 되면 안나하우스에서 일한 지 꼬박 1년이 됩니다. 그 7월이 되면 제니는 제게 맡겨놓은 돈을 가슴에 품고 그리운 가족을 만나러 갑니다.

 그때가 되면 가져갈 많은 물건이 제니의 작은 공간에 가득합니다. 저에게는 거의 골칫덩이인 옛날 물건과 버리고 싶은 옷가지들. 저의 장난꾸러기 두 아들에게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쓰지 않는 학용품. 그런 물건이 제니에게는 너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쓰겠느냐’며 건네기도 무안한, 오래되고 낡은 물건까지 제니는 하나도 버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물건을 처분할 때 제니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 허락을 받지 않으면 순한 제니가 화를 내기도 합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놓고 라디오 음악을 듣고 성경책을 읽는 제니. 가끔 무언가 물을 일이 있어 부르면 제니는 귀여운 잠옷 차림에 연필을 입에 물고 천진한 아이처럼 웃으면서 튀어나옵니다. 그럴 때면 그녀는 참 행복해 보입니다. 힘든 일과를 마친 다음인데도 말입니다. 잔소리가 필요 없이 무슨 일이든 척척 알아서 해주는 제니를 볼 때면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니가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언제까지 같이 지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녀가 안나하우스에서 머무는 동안 그녀가 원하는 만큼 돈도 모으고, 힘든 일과 속에서도 행복한 이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니 시메메 카망가! 그녀가 자신의 이름처럼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명 오윤현 기자 다른기사 보기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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