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타 싸이의 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소셜 미디어는? 정답은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시나 웨이보(Sina Weibo·新浪微博)다. 2013년 10월 현재 시나 웨이보의 싸이 팔로어 수는 약 2500만명으로, 약 1000만명인 페이스북이나 350만명에 못 미치는 트위터보다 월등히 많다.

최근 홍콩 증시에서 중국의 소셜 플랫폼 회사 ‘텐센트(Tencent·騰訊)’의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는 세계 최대의 소셜 플랫폼인 페이스북의 시가총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텐센트는 올해 상반기 총매출 45억 달러, 순익 25억 달러로 각각 33억 달러와 9억3500만 달러에 그친 페이스북보다 더 많다. 텐센트는 중국판 카카오톡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 ‘위챗(WeChat·微信)’ 가입자 3억명, 온라인 메신저 ‘QQ’ 가입자 7억명을 거느린 거대한 소셜 제국을 구축하고 있다.

ⓒAFP중국 상하이의 한 누리꾼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위챗’을 보고 있다.

주로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미국 소셜 서비스들과 달리 텐센트는 ‘QQ 게임스’라는 온라인 게임 플랫폼의 매출이 80% 이상이다. 최근에는 위챗에 연동된 ‘게임센터’를 오픈하는 등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중국의 소셜 플랫폼 서비스들은 주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미 성공한 모델을 빠르게 모방해 중국화하는 ‘추종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입지를 굳혔다. 구글을 모방한 바이두, 트위터를 모방한 웨이보, 이베이를 모방한 알리바바 등이 좋은 예이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판호’라 불리는 서비스 허가제를 실시해 해외 선진 서비스들의 중국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낳았다. 덕분에 텐센트나 바이두, 알리바바 따위 중화권 강자가 구글·페이스북·트위터·아마존 등 글로벌 강자를 물리치고 대거 출현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중화체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과거 ‘중화체제’가 가졌던 특징이 반복되면서, 중국 소셜 플랫폼들의 글로벌 확장에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청나라의 건륭황제는 중국과 거래를 트기 위해 방문한 영국의 매카트니 경에게 “천자의 나라에는 부족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 중국 기업들도 건륭황제와 비슷한 내부지향적 태도를 보인다. 텐센트판 카카오톡 ‘위챗’ 가입자 3억명 중 해외 사용자는 7000만명에 불과하다. 2억5000만 사용자 중 절반 이상이 동남아·라틴권 사용자로 구성된 NHN 재팬의 ‘라인’이나, 1억1000만명 중 70% 이상이 해외 사용자들로 구성된 카카오톡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정부의 제도적 보호를 통해 강력한 ‘소셜 만리장성’을 구축하고, 그 안에 형성된 거대한 내수 시장을 잡는 데 집중하는 형국이다.

‘소셜 만리장성’의 빛과 그림자

광대한 내수 시장은 중국 기업들에 기회이자 위기다. 중국 기업들도 해외 진출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으나, 직접 진출보다는 현지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해서 현지인들에게 운영을 맡기는 형식이 많다. 이 과정에서 현지의 문화적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현지화에 실패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텐센트가 베트남과 인도에서 겪은 현지화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한국의 경쟁 서비스가 이러한 빈틈을 노리고 적극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이라 보인다.

중국 소셜 그룹들의 국내 지향성으로 볼 때, 국내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는 자체 서비스 론칭(출시)보다 현지 소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면서 중국 내 유력자들과의 ‘관시(關係)’(네트워크·영향력 등의 의미)를 형성해 나갈 필요가 있다. 중국 시장의 특성이 우리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는 온라인 상거래를 할 때, 제품 도착 후 대금을 택배기사에게 지불하는 ‘착불 에스크로’ 제도가 있다. 사회 전반적인 신뢰 수준이 낮아서 나타나는 풍경이다.

이처럼 ‘소셜 중화’를 구동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법을 이해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1793년 건륭황제에게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를 하지 않아 빈손으로 귀국했던 매카트니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기자명 이종대 (트리움 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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