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저자 박철수 교수는 사람들의 기억과 관심이 살아 숨쉬는 장소를 모두 쓸어 없애는 아파트를 비판하며 말한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 넓은 아파트로, 재개발을 기다리며 갈아탈 준비를 구조화하는 지금의 아파트 단지는 마땅히 찾아갈 고향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나고 유년기를 보낸 젊은 세대에게 이 말이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아파트가 고향이다. 외국에 갔다가 서울에 돌아와 ‘성냥갑’이라 불리는 아파트 단지가 보이면 고향에 돌아온 걸 실감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직장인 이인규씨(31)가 그렇다. 이씨는 지난 5월 자신의 유년기와 청년기 일부를 보낸 아파트의 추억을 담은 독립잡지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