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소셜 비즈니스 시장도 매우 커졌다. 〈시사IN〉은 이런 소셜 비즈니스 시장의 막전막후를 분석할 신규 칼럼을 이번 호부터 연재한다. 소셜 네트워크 분석·마케팅 전문기업인 트리움(TREUM)의 이종대 이사가 소셜 비즈니스 생태계를 생생하게 짚는다.


최근 마케팅·홍보 관계자들의 최대 화두는 ‘폐쇄형 SNS’다. 스마트폰 도입과 함께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트위터 등의 개방형 SNS가 퇴조하고, 지인 위주로 관계를 맺는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이 SNS 이용자를 흡수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스토리는 2012년 3월 출시 후 고작 5개월 만에 가입자 2500만명을 확보하면서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제치고 국내 1위 자리에 올랐다.

카카오스토리는 대표적인 폐쇄형 SNS다. 전화번호나 ID를 알고 있는 사람에 한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팔로·팔로잉 수 제한이 없는 트위터와는 달리, 카카오스토리는 친구를 최대 500명까지만 맺을 수 있다.

2년 전 이맘때만 해도 트위터를 비롯한 개방형 SNS가 대세였다. 그러나 2012년을 거치면서 상업적인 메시지와 봇 계정, 알바 계정의 범람으로 트위터 열기가 사그라졌다.

ⓒ시사IN 이명익태블릿 PC로 카카오스토리를 보는 모습. 카카오스토리는 폐쇄형 SNS다.
이제 이용자들은 강한 연결(strong tie)을 기반으로 한 파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간다. ‘시월드(시집) 옆 대나무숲’ ‘출판사 옆 대나무숲’ ‘개발회사 옆 대나무숲’ 등 특정 직종이나 상황과 관련된 대나무숲 트위터 계정이 속속 등장하고, 사람들은 비밀계정 안에서 서로의 고충을 공유한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카방)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지인 수십 명이 참여한 단카방에서 증권가 선전지 정보를 돌려보거나 개그 콘텐츠를 공유한다.

하고 싶은 말보다 자기 전시에 열중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웹의 태동기에 인기를 끌었던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등의 PC 통신은 비교적 개방적인 공간이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아이러브스쿨, 프리챌, 다음 카페, 싸이월드 등 지인이나 기존 인맥 위주로 운영되는 서비스가 대세를 탔다. 스마트폰의 도입과 더불어 열린 모바일 생태계가 이 궤적을 그대로 따른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먼저 개방적인 서비스에 더 끌리고, 이후 서서히 벽을 세우게 되는 듯하다.

문제는 사람들이 폐쇄형 SNS 속에서 보이는 태도다.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오는 사진들 태반이 아기 사진이나 동물 사진, 혹은 음식 사진이라는 점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러운 자기 표현보다는 자기 검열에 더 치중하거나, 자기 전시에 열중하면서 아픈 부분이나 약한 부분을 숨기는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강해 보인다. 친구의 카카오스토리를 보면서 “사람들 모두 행복한데 나만 불행하다”라고 느끼게 되는 것은, 유사 폐쇄형 SNS인 싸이월드 사용자들도 자주 하던 이야기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서로가 서로의 불행을 증폭시키고 있을 뿐이다. 또한 헛소문이 퍼졌을 때 이를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약한 연결(weak tie) 내에서 자신의 주장을 좀 더 엄밀한 근거를 들어 이야기해야 했던 것에 비해 헛소문 검증에 대한 동기가 약할 수 있다.

마케터들도 더욱 난감해졌다. 폐쇄형 SNS가 대세인 소셜 공간에서는 소비자의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소셜 빅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소셜 CRM(고객 관계 관리)과 마이크로타기팅이 각광을 받는 상황에서, 마케터들은 고객을 향해 달려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답답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마셜 맥루한의 말대로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면, 폐쇄형 SNS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대두되는 현상은 개방의 시대에서 폐쇄의 시대로, 진취적인 확장 시대에서 보수적인 안정 희구 시대로 접어드는 우리 시대를 대변하는 기표(signifier)다. 방어적인 강한 연결이 야기할 수 있는 사회 전반의 파편화를 방지하는 일련의 ‘가치 지향’을 형성하는 것은 2013년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공동의 과제다.

기자명 이종대 (트리움 이사) 다른기사 보기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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